권예지
[The Psychology Times=권예지 ]
출처: unsplash_NATHAN MULLET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tv 프로그램에는 무엇이 있을까? 적지 않은 수의 2~30대 청년들은 <환승연애>, <나는솔로>등의 연애 프로그램을 꼽을 것이다. 방영 이후 많은 인기를 얻은 연애 프로그램에는 이것 외에도 <하트시그널>, <돌싱글즈>, <솔로지옥>등이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특정 합숙 공간에 입주해 공동 생활을 하며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연애 프로그램이 많은 인기를 얻음과 동시에, 주변에서 '연애 프로그램 과몰입러'라는 단어를 심심찮게 들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은 본인 스스로가 '과몰입러'일 수도 있겠다. 아무리 일반인들의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라지만,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일 뿐인데 우리는 왜 프로그램에 몰입하게 되고 등장인물의 감정에 몰입하게 되는 걸까?
[젊은 세대의 연애관]
'n포 세대'. 뉴스에서도 기사에서도 심심찮게 들려오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예로부터 가족의 가치가 중요시되어 왔다. 성인은 일정한 연령대에 이르면 결혼을 하여 가정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결혼 적령기인 2~30대의 청년들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은 기존 세대들과 차이를 보인다. 가족 중심적이고 집단 중심적인 가치를 중요시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의 행복과 안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 결과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의 비율도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1인가구의 수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세대 가치관 변화의 이유에는 취업문제, 경제적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우리는 왜 연애 프로그램에 열광하는가?]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것이 젊은 세대가 연애나 결혼에 대한 관심을 철회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최근 방영되는 연애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은 20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가 변화하며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비혼을 이야기하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했을 뿐, 현재의 2~30대 청년들 역시 이전 세대와 마찬가지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 즉 이성에 대한 관심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 적령기의 2~30대 성인들을 1:1 심층 인터뷰 한 결과, 연애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유인한 가장 큰 요소는 '공감대 형성과 동질감 인식'이었다고 한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속한 공간, 관계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출연자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직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상황을 실제로 경험해 보지 않아도 우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이성을 대하는 방식이나 매력적으로 비추어지는 방법, 타인의 심리 등을 학습하고 있다. 미디어가 사회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날의 검]
그러나 이러한 몰입이 지나칠 경우 이는 과몰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반인 출연진들이 이야기를 구성해 나간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돕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과하게 몰입하는 경우에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과몰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결과에는 상대적 박탈감, 지나치게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게 되는 경향 등이 있다.
방송국의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일반인 출연자 중에서도 외모나 능력 면에서 빼어난 출연자들을 섭외하고자 한다. 이러한 점이 시청자들로 하여금 긍정적인 몰입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현재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같은 제목의 프로그램 내에서도 시즌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자극적인 요소가 첨가된다. 그러다 보면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비슷한 자극적인 요소를 사용하고, 자극성이 경쟁 요소로 활용된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은 더 높은 수위의 자극을 추구하게 되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나를 지키며 재미를 추구하는 방법]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는 것에는 긍정과 부정의 요인이 모두 존재한다.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그들의 좋은 점을 배우고 나쁜 점을 되돌아보며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는 것은 좋은 요인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과몰입하며 자극적인 요소를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좋지 않다. 그러니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프로그램으로 받아들이며 인생의 조미료와 같은 존재로 연애 프로그램을 대하는 것이 현명한 시청자가 되는 것의 한 방법이 아닐까.
참고문헌
이선영(Sun Young Lee). "20대의 텔레비전 연애 프로그램 시청, 열정과 친밀감 인식, 연인관계 질 간 관계에 관한 연구." 사회과학연구논총 33.1 (2017): 225-261.
장형민,and 이재신. "일반인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의 시청자 경험에 대한 연구: 20~30대 시청자 심층 인터뷰를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학연구 31.3 (2023): 177-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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