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민
[The Psychology Times=한유민 ]
며칠 전 우연히 본 의학 뉴스에서, “뇌전증으로 응급상황에 있는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했다”고 잘못 보도한 기사를 언급하며, 뇌전증의 왜곡된 사회적 통념을 지적한 의사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몰랐던 사실을 앎과 동시에 흥미로운 내용에 관심이 가, 관련 자료를 몇 개 더 찾아보았다.
우리는 대체적으로, 응급상황에 대한 약간의 의학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응급조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심폐소생술’이고, 이 때문에 간간히 뉴스에서 간질성 경련 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렸다는 영웅 서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뇌전증 경련은 ‘거의 대부분’ 자연스럽게 호전되므로 웬만해서는 급박한 응급상황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를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무리하게 압박을 가하게 되면 그로 인해 오히려 심장 손상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뇌전증 환자에게 경련이 오면 호흡을 못하고 청색증이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환자에게 심정지 위험이 있다고 오해를 하게 된다. 그래서 심폐소생술을 하게 되는 것인데, 경련 시에 일시적으로 산소 공급은 떨어지게 되지만 맥박은 유지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므로 심폐소생술은 필요가 없고, 경련은 5분 내에 자연히 멈추고 안정상태로 돌아온다.
일반인인 우리가 실제로 뇌전증 경련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무지에서 비롯한 공포를 가질 수 있다. 과다한 공포가 불필요한 응급조치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뇌전증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간질’이 아니라 ‘뇌전증’, 무슨 병일까?
몸 전체 또는 일부 근육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급격히 수축하거나 떠는 모습을 ‘경련’이라고 한다. 이 경련의 원인이 대뇌 뇌신경세포의 전기적 방전에 의한 경우를 ‘발작’이라고 한다. 이러한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 우리가 흔히 알고 과거에 불렸던 ‘간질’이다. 그러나 이 용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심한 사회적 낙인으로 2010년부터 ‘뇌전증(epilepsy)’으로 개명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더 이상 ‘간질’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뇌전증은 뇌의 전기적 활동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의 여러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갑작스럽고 반복적인 발작이나 경련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발작의 형태와 증상은 매우 다양하며, 뇌의 어느 부분이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뇌전증의 원인은 중추신경계를 침범하는 모든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어 매우 다양한데, 뇌 손상, 유전적 요인, 대사 장애, 뇌종양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약 50%의 경우는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가 가장 일반적이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약물을 통해 발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작이 계속되는 환자들에게는 수술, 신경 자극 장치, 특정 식이요법 등의 다른 치료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
뇌전증은 적절한 진단과 관리를 통해 많은 환자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일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치료 없이도 발작이 없어질 수 있다. 뇌전증은 결코 불치병이나 정신질환이 아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흔한 병이다. 무엇보다, 뇌전증을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지적이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뇌전증은 치료될 수 없다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사회와 격리된 생활을 하는 환자들이 있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뇌전증을 바로 앎과 동시에, 올바른 대처요령을 숙지해야 한다.
발작의 응급처치는 어떻게 할까?
주변에서 발작하는 환자를 목격하게 되면, 발작이 멈출 때까지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위에 부딪힐만한 것은 제거하고, 숨쉬기 편하도록 넥타이, 단추, 허리띠 등을 느슨하게 해줘야 한다. 이때, 경련시간을 측정하면서 관찰기록을 남기면 나중에 의료진의 진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핸드폰으로 촬영한 동영상 등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당황하여 환자를 억지로 붙잡거나 상비약 등을 입으로 투여하면 안된다. 다소 안타깝지만, 발작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옆에서 대기하며 묵묵히 지켜봐주고 예기치 못한 일에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대부분 몇 분이 경과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기 때문에, 뇌전증 발작이 발생했을 때 곧장 응급실을 가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 회 이상 발작이 반복되거나 오랜 시간 이상 지속되는 경우 ‘뇌전증지속상태’로 이어질 위험이 높으므로, 즉시 119에 신고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참고문헌
Kim, H. D., Kang, H. C., Lee, S. A., Huh, K., & Lee, B. I. (2014). Changing name of epilepsy in K orea; cerebroelectric disorder (noi‐jeon‐jeung, 뇌전증, 腦電症) My Epilepsy Story. Epilepsia, 55(3), 384-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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