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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종수 ]



의대 선호에 더불어 조기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영어 유치원, 일명 ‘영유’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 사이에 영어 유치원의 추세를 살펴보면, 2018년에는 562곳에서 2023년에는 840곳으로 약 49.4% 증가했다. 또한 일부 영유아들은 네 살 때부터 영어 유치원의 레벨 테스트를 준비하기 위해 알파벳을 공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어민과의 대화, 수백만 원의 과외까지 받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 좋은 영어 유치원에 가기 위한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단어를 통해 아동기 초창기부터 영어를 확실하게 잡으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영어를 초창기 때부터 배우는 것이 정말로 효과적일까? 지금부터는 모국어와 외국어, 즉 이중언어와 관련된 실험을 소개하며 해당 질문에 대해 점진적으로 답을 찾아갈 것이다.

 


모국어와 외국어의 관계성


우리는 아이들이 이중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모국어가 외국어에 영향을 미친다고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1993년 Durgunoglu, Nagy, Hancin-Bhatt은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말하면서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고 있는 한 집단의 아이들을 조사하였다. 실험 결과 스페인어의 언어능력이 영어를 배우는 데 필요한 단어 재인을 예측하고 능력을 보여주는 데 영향이 미치는 것을 발견하였다. 또한 2003년 Bialystok와 동료들은 해당 실험을 재검증하는 과정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에게서는 영어에 대한 언어 능력을 촉진을 발견하였지만, 중국어가 모국어인 아동들에게서는 영어에 대한 언어 능력의 촉진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왜 중국어가 일차언어인 아동들은 스페인어가 일차언어인 아동들보다 영어에 대한 언어 능력을 촉진하지 못하였을까? 우리는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알파벳과 같은 동일한 ‘언어 표기체계’이다. 영어와 스페인어를 살펴보면 두 언어 모두 알파벳으로 표기되지만, 중국어의 경우에는 한자와 같은 간체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기에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 표기 체계가 비슷하다면 모국어가 외국어를 배우는데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중언어습득은 언제 하면 좋을까?


우리는 또 다른 가설로 아이들의 이중언어 사용은 단일언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언어에 대한 자각이 더 뛰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해당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1962년 Peal과 Lambert는 프랑스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학교에서, 프랑스와 영어의 유창성이 거의 같은 수준인 이중언어사용 아동들과 단일언어사용 아동들을 비교하였다. 연구 결과 이중언어사용 아동들이 단일언어사용 아동들보다 언어·비언어성의 측정치에 대해 우수한 수행을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큰 인지적 유연성을 갖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영어 유치원이 언어 교육에 효과가 있을까? 앞서 말한 Peal의 연구에서는 해당 아동들이 외국어를 모국어만큼 유창하게 잘 해냈다는 조건이 있었다. 하지만 영어 유치원의 경우 빠르면 5세부터 들어가기 때문에 해당 결과를 적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영어 유치원에 대한 효과성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중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집단, 이중언어를 사용하긴 하나 유창하지 못한 집단, 단일언어 사용집단을 비교해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1989년 Lemmon과 Goggin은 스페인어와 영어를 전제로 해당 세 집단을 비교해 보았는데, 이중언어에 대해 높은 유창성을 가진 집단은 낮은 유창성 집단보다 인지적 측정치에서 더 나은 수행 능력을 보였고, 단일언어 사용집단과는 비슷한 수행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이중언어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왔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들에 대해 한가지 결함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회경제적 수준에서의 집단 차이의 통제’이다.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데 있어 드러난 문제가 낮은 사회경제적 영향일 수도 있고, 반대로 이중언어를 유창하게 잘 사용하는 것이 높은 사회경제적 영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동들이 정말로 동일선상에서의 이중언어사용자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는 모국어에 대해 충분히 언어적 자각을 익힌 뒤 외국어를 익히는 것이 효과가 클 것이며, 오히려 모국어조차 제대로 학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큰 혼란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DAVID W CARROLL(이광오, 박현수 번역). 2009. 언어심리학. 박학사
4살 아이가 레벨 테스트 본다, 의대보다 비싼 '영유'의 세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08350#home 

영어유치원 5년새 49% 급증, 저출생에도 빨라지는 영어 조기 교육.

https://www.chosun.com/national/education/2024/02/26/ARQH2PAJRZHCXFKFLDOD53WN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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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01 12: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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