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대출중] 사람을 빌려드립니다 - 공감(empathy):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봄
  • 기사등록 2024-04-04 13:57:29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김민서 ]


yes24 도서 표지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 나종호



사람을 빌려드립니다


필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 도서관’을 처음 접하였다. 사람 도서관은 덴마크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창안한 것으로, 대중의 낙인과 편견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이는 방법은 그 집단의 구성원을 직접 만나는 일이라는 점을 전제로 시작되었다. 이 도서관에서는 알코올 중독자, 성 소수자, 조현병 환자 등 주변에서 접하기 어렵거나 편견을 갖기 쉬운 대상과 30분가량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로니 에버겔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졌거나, 문화적・종교적으로 ‘다름’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임의적인 판단이 담긴 시선을 느끼면서도 질문을 받지 않아 자신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는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의 개념을 빌려와, 평소 대화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함께 소통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전 세계 80여 개의 국가에서 운영되고, 많은 글로벌 기업들에서 활용되며 이해와 포용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을 쓴 나종호 교수는 정신과 진료실에서 자신과 환자의 만남을 사람 도서관에 빗대어 표현한다. 진료실을 찾아온 환자 한 명 한 명은 모두 새로운 책과 같았고, 그는 자신과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대중매체에서는 소수의 위험한 정신과 환자에 관한 보도에 집중하며 사람들의 편견을 강화한다. 이에 맞서 저자는 환자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정신질환을 가지고도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따뜻한 환자들’,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따뜻한 진료실’을 소개한다. 이 책은 나와 다른 누군가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해준다.



그날의 기억을 마주하는 용기


책에 소개된 많은 일화 중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20대 청년 알리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삼촌에게 입양된 알리는 중학생이 될 때까지 삼촌에게 지속적인 손찌검과 구타를 당했다. 하루는 어느덧 덩치가 꽤 커진 알리가 술에 취해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가오는 삼촌을 거세게 막았다. 이에 몹시 분노한 삼촌은 방망이를 던지고 부엌칼을 들고 왔고, 알리는 스스로를 방어하다가 삼촌의 칼에 자상을 입었다. 이날의 기억은 14살 소년 알리에게 신체적, 정서적으로 심각한 외상을 입혔다. 최초의 트라우마가 주는 일차적인 고통과 이후 PTSD 환자들이 이 끔찍한 기억을 마주하면서 지속적으로 겪는 고통에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관련 도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충격적 경험이 남긴 영향>에 의하면, PTSD의 주요 증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침투 증상이 나타난다. 끔찍한 장면이 회상, 꿈, 강렬한 고통, 생리 반응 등으로 불쑥 치고 들어오며 외상성 사건을 재경험하는 것이다. 둘째로 외상 사건과 관련된 자극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을 유발하는 외적 단서들도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셋째로 인지와 감정에서 부정적 변화를 겪는다. 구체적으로는 외상 사건을 왜곡되게 기억하고 자신과 타인, 세상에 대해 과장된 부정적인 정서를 가지거나, 긍정 정서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각성과 반응성이 변화한다. 과도한 경계나 놀람반응, 자기 파괴적인 행동, 집중 곤란과 수면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책에 의하면 PTSD를 치료할 때 약물 치료보다 심리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가장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것은 ‘지속적 노출 치료’와 ‘인지 처리 치료’이다. 지속적 노출 치료는 말 그대로 트라우마 기억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함으로써 PTSD 증상을 직접적으로 교정하는 방법이다. 책 속의 알리는 나종호 교수와 끔찍했던 그날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되짚었다. 치료 과정에서 알리는 과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울분을 토하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나중에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웃으면서 대답하는 등 긍정적인 정서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인지 처리 치료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환자가 가지는 생각을 바꿈으로써 환자가 느끼는 감정에 변화를 불러오는 치료 방법이다. PTSD 환자들은 사건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치료자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해 환자가 스스로 내린 결론의 논리적인 증거를 찾고, 잘못된 생각(자기비판)을 교정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생각을 올바른 방식으로 다뤄낼 수 있도록 치료한다.



공감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도록


“동정심은 고통을 겪고 있는 주체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철저히 타자화한다. 반면, 공감은 고통을 겪는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 p.119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이다. 필자는 어릴 적 영어 단어를 암기할 때 sympathy(동정)와 empathy(공감)의 형태가 유사해 헷갈렸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을 통해 동정과 공감은 완전히 구분되며, 공감을 통해서 비로소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공감을 이야기했지만, 공감의 핵심이 되는 ‘안’(내부자적 시선)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는데 적용된다. ‘In someone else’s shoes’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즉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세상을 바라볼 때 나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 문화 등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극심한 양극화가 진행되며 사람들은 양 끝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책에 따르면 공감은 후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노력의 영역이다. 임상심리학자 윌리엄 밀러 박사는 공감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일이 가치 있는 일임을 인지해야 한다. 둘째, 내가 관심의 중심이 되지 않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셋째, 나와 다른 사람일수록 배울 점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인지할 때, 적어도 나와 다른 의견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하는 태도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진 편견이 ‘나의 시선’이나 ‘나의 해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도 있다. 공감의 가치를 같이 할 수 있는, 다름에 더 귀 기울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김환. (2016).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충격적 경험이 남긴 영향. 학지사.

나종호. (2022).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아몬드.

[SDF다이어리] 덴마크에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이 있다고? [SBS NEWS]. (202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858976

Cognitive Processing Therapy (CPT) for PTSD [U.S. 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 https://www.ptsd.va.gov/understand_tx/cognitive_processing.asp






기사 다시보기 

이중언어사용자는 이중인격자?

새내기: “개강 좋아…아니 무서워!”

"너 요즘 정신건강은 어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8301
  • 기사등록 2024-04-04 13:57:29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