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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지 마”?···그 시기는 지났죠 - 멍 때리기, DMN 활성화로 창의력 향상시킨다 - 하루 15분 권장시간, 넘기면 감정이 과각성 될 우려 있어
  • 기사등록 2024-04-12 20: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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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멍때리고 있지 말고 수업에 집중해!’

학창 시절에 교실에서 한 번 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예전에는 멍 때리기가 쓸모없는, 일명 ‘시간을 죽이는’ 활동으로 취급받았지만 이제 그런 시기는 지났다. ‘불멍’, ‘물멍’ 등 멍 때리기가 하나의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바쁜 삶 속에서 멍 때리기를 통한 쉼이 주는 가치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부터 개최된 ‘한강 멍때리기 대회’는 여러 직업을 가진 직장인, 연예인, 가족들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참가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대회의 방식은 간단하다. 약 1시간의 시간동안 심사위원이 참가자의 심박수, 움직임 등을 체크해 가장 멍을 잘 때린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회 주최자인 시각예술가 ‘웁쓰양’은 이 대회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시간 낭비로 여겨지는 ‘멍 때리기’를 통해 바쁘게만 살아가기보다 ‘시간의 사치’도 부려야 한다고 말한다. 또 한 참가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아주 좋다. 마음이 좋다.”라고 인터뷰하기도 했다. 



멍 때리기가 활성화시키는 DMN(Default Mode Network)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활에서 변하는 건 없을지 몰라도, 우리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 2001년, 미국의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연구를 통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불리는 몇몇 부위를 발견했는데, 주로 인지적 활동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다른 영역들과는 다르게 이 영역의 경우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는, 수면이나 휴식 기간에 가장 많이 활성화된다. 쉬고 있을 때에도 뇌에서는 에너지를 소비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DMN은 인지 활동에 상당히 큰 도움을 준다. 여러 연구를 통해 DMN이 뇌가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창의력과 집중력, 기억력 등 주로 ‘뇌를 써야지’ 활발해진다고 믿었던 인지적 능력이 오히려 휴식을 통한 DMN의 활성화로 더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유명인의 얼굴 사진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며 바로 전 단계의 인물과 현재 단계의 인물이 동일인물인지 맞추도록 하는 ‘n-back’ 테스트를 실시했는데,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있던 참가자의 수행 능력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휴식을 하는 동안 다른 인지 활동 영역은 쉬고, DMN 영역이 활성화되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쌓은 것이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시간조차도 우리 몸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멍 때리기, 하루 권장 시간 15분 넘기지 말아야


하지만 멍 때리기가 긍정적인 영향만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DNM의 활성화는 인지 능력 향상과도 연관이 있지만, 과도하게 활동할 경우 감정의 과각성을 불러일으킨다. 한 연구에서는 이러한 각성이 ‘조현병’ 수준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시간 멍 때리는 것은 부정적인 반추 사고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을 높인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틈새로 우울함이나 불안감이 스며드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특히 강한 트라우마나 부정적 기억이 있는 사람의 경우 오래 멍을 때리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뇌를 자주 장시간 사용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뇌세포의 노화가 가속화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의 ‘멍 때리기’ 권장 시간은 하루 15분 정도이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15분 정도의 휴식은 나 자신을 위한 ‘시간 사치’로 선물할 수 있으니, 간단하고도 현대인에게 효율적인 방법인 셈이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멍 때리기를 더 이상 비생산적인 활동으로만 볼 수는 없다. 앞서 소개했던 것처럼 잠깐의 인지적인 휴식시간을 주는 아이템들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시작한 요즘, 자신만의 '멍 때리기' 방법을 찾고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면 위에서 언급했듯이 DMN을 활성화시키며 더욱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문헌]

이해나, 신소영. ‘‘하루 OO분’ 멍 때리기, 뇌 기능 높인다’. 헬스조선. 발행일: 2023.03.18.,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03/17/2023031701752.html

이성규. ‘멍 때리기, 뇌의 수행 능력 높여준다’. KISTI의 과학향기 제3457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발행일: 2019.11.13. https://scent.kisti.re.kr/site/main/archive/article/%EB%A9%8D-%EB%95%8C%EB%A6%AC%EA%B8%B0-%EB%87%8C%EC%9D%98-%EC%88%98%ED%96%89-%EB%8A%A5%EB%A0%A5%EC%9D%84-%EB%86%92%EC%97%AC%EC%A4%80%EB%8B%A4-20191113073000

소환욱. "뇌도 좀 쉽시다"…'멍 때리기 대회'에 열광. SBS뉴스. 발행일: 2016.05.22.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86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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