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아
[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
리액션의 재미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티빙 연애 리얼리티 시리즈 '환승연애 시즌3', 그러나 본방송보다 더 반응이 좋은 '환승연애 리액션 영상'이 있습니다. 한 여성이 한숨을 쉬며 칠판에 17화라고 적고, 카메라를 보며 "이제 17화까지 봤으니 18, 19, 20화 남았네요. 3주 뒤면 제대할 수 있으니까 조금 더 참아봅시다."라고 말합니다. 이 유튜버는 해당 프로그램을 리뷰하며 주목받았고 영상은 6일 만에 조회수 33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해설하고 평가하는 '리액션 콘텐츠'가 큰 화제 몰이 중입니다. 이러한 리액션 영상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가요? 그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리액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리액션(reaction)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전에는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행동이나 말(반응)'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친구의 말에 박수를 치며 크게 웃는 것, 화나는 일이 있을 때 그렇다며 편을 들어주는 것 모두 리액션에 해당합니다. 처음 이뤄지는 일차적인 행위가 아닌, 그 행위의 반작용이 나타나는 것이죠. 꼭 친구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 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확실하게 어필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상대방에게 정성이 담긴 리액션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리액션의 리액션
현재 유튜브에서 리뷰 영상이 화제가 되는 것은 신기한 현상은 아닙니다. 한때 국내에서 한류 콘텐츠를 접한 외국인들의 리액션을 감상하는 것이 트렌드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유엔 본부 연설 이후, 이들을 보며 환호를 지르고 눈물까지 쏟는 외국인들의 리액션 영상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러한 영상의 공통점은 대부분 과한 리액션이 동반된다는 것입니다. 이에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영상을 통해 상대의 반응을 보는 것이 일종의 유희"라고 말했습니다.
또 리뷰 영상만을 보고 넘어가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댓글에서 활발한 토론도 이어갑니다. 한 리액션 전문 유튜버의 콘텐츠 리뷰 영상에는 기본적으로 1~3천 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죠.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출연진들의 패턴을 분석하고 제작진들의 연출 역량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이해 더해 애청자들은 "본 방송을 보고 리액션 콘텐츠까지 보는 것이 완성"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리액션 콘텐츠에 젊은 세대 열광하는 이유는 시청자들의 소통 욕구를 파고들었기 때문입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님은 "인터넷상에서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 소통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리액션은 또 다른 대화 주제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보는 것 자체로 사람들에게 재미를 줍니다.
당신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그럼 일상에서 리액션은 얼마나 중요할까요? 우리는 하루에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이 네 가지의 언어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표현의 과정, 듣기와 읽기는 이해의 과정이죠. 이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듣기'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듣기가 45%, 말하기가 30%, 읽기 16%, 쓰기가 9%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듣기는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자 의사소통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소리를 수동적으로 듣는 활동은 아닙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집중해서 듣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에는 상대의 말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듣기는 곧 리액션이라고 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리액션을 잘하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리액션은 언어적 반응과 비언어적 반응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언어적 반응은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직접 말하는 것이고, 비언어적 반응은 눈 맞춤, 고개 끄덕임 등이 있습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에서 말투나 표정, 눈빛과 같은 요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93%나 된다고 합니다. 따뜻한 눈빛과 적당한 속도의 끄덕임 등이 신호가 됩니다. 또 내가 상대의 말을 잘 듣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말의 핵심 단어를 사용해 반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을 하고 싶다면 "잘한다"가 아니라 "이렇게 관찰하는 걸 잘하는구나?"처럼 명확한 칭찬 요소를 짚어주는 것이죠.
가장 바람직한 리액션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제대로 된 소통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화에 어려움을 느꼈다면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소통하고 있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나의 리액션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너무 형식적이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출처
1) 오명언 기자, "본편보다 재미있다, 리액선에 홀린 MZ세대, 유튜브에 모인다", 연합뉴스, 2024.04.07, https://www.yna.co.kr/view/AKR20240405121600005
2) 정상혁 기자, "반응하라, 액션보다 리액션", 2018.10.01,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01/2018100100162.html
3) 칼럼니스트 정효진, "아이의 말, 액션이 아닌 리액션으로 반응해주세요", 2022.11.28, 베이비뉴스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923
4) 민재원 약사,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 2018.06.01, 한국의약통신,
https://www.kmp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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