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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이 기사는 자살과 자해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저번 기사에서는 비자살적 자해란 무엇인지 소개하며, 청소년들의 높은 자해 유병률과 SNS의 영향에 대해서도 다뤄보았다. 그리고 아직 비자살적 자해를 이해하고 지지하기보다는 비난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언급하며 기사를 마무리하였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람들이 왜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지 알아보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말해보겠다.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이유



여러분들은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혹은 화가 날 때 어떻게 하는가? 필자는 보통 잠으로 격양된 감정들을 가라앉히는 편이다. 고민이 생기고 불안감이 들 때는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가끔은 펑펑 울어서 쌓인 감정들을 털어 버리기도 한다. 이와 비슷하게,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에게 자해는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다. 


그들은 견디기 힘든 우울감, 불안감, 분노를 느끼면 자해한다. 견딜 수 없는 정서적 고통보다 신체적 고통이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몸에 난 상처와 통증에 집중하는 사이에는 마음의 아픔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이를 일종의 감정적 도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공허감, 외로움이 느껴지면 자해로 인한 고통이 오히려 해방감과 편안함을 주고,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은 마치 어두운 터널 안에 혼자 갇혀 있고 무거운 짐에 짓눌려 있다가 자해를 하면 짐이 사라지고 터널에서 벗어나게 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부모, 학업, 또래 관계, 직장 등으로부터 억압된 환경에 처해 있을 수 있다. 그들은 다른 것들은 마음대로 하지 못해도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해를 하고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또 다른 이유로는 처벌적 의미가 있다. 자신에 대한 비난과 혐오감을 자해로 표현하는 것이다. 자해를 통해서 스스로 처벌을 내리고 나면 개운한 감정을 느끼면서 ‘이 문제는 이것으로 끝났다.’라고 생각한다. 이것들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비자살적 자해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자해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나름대로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려고 했고, 그 수단으로 자해를 선택한 것뿐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이 자해 말고 다른 것도 있다고 알려주면 된다. 그리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했던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면 된다. 


Rotolon과 Martin(2012)은 106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해 중단에 대한 사회적 요인을 연구하였는데, 사회적 지지와 연결이 자해 행동 중단에 도움이 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안전한 인간관계에 소속되면 수용과 안정감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건강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게 자기 경험을 나눔으로써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고 통제감이 생겼다고 한다. 


윤경숙, 하정희(2021)에서는 자해와 외로움에 관해 말한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과 비자살적 자해는 서로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사회적 지지를 높게 지각하면 외로움을 덜 느끼고 사회적 지지를 낮게 지각하면 외로움을 느낀다고 결과가 나왔다. 또한, 외로움을 많이 느낄수록 비자살적 자해를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즉, 사회적 지지가 낮으면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이에 따라 비자살적 자해를 할 수 있다. 반대로 사회적 지지를 통해 외로움을 덜 느끼게 된다면 비자살적 자해를 중단할 수 있다.


사회적 지지는 어렵지 않다.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의 주변인은 그들의 문제를 들어주고 의견을 존중해주면 된다. 그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기꺼이 돕고, 두려워할 때는 용기를 불어 넣어주며 잘했을 때는 인정과 칭찬을 주면 된다. 이런 행동이 꾸준히 이어진다면 비자살적 자해를 하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자해를 멈추게 될 것이다.




 

비자살적 자해를 막고 치료하는 데는 치료자와 내담자의 협조적인 태도도 중요하지만, 주변인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삶을 선택하고 고통이 아닌 행복을 느끼게 되려면, 우리는 그들의 상처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


지금까지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이 왜 자해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들의 자해를 멈추는 방법으로 사회적 지지에 관해 말해보았다. 이전 기사와 이번 기사까지 총 2개의 기사를 읽고,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더 나아가서 그들이 자해를 그만둘 수 있게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권경, & 인김. (2019).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 위기상담 경험에 관한 현상학 연구: 상담자 경험을 중심으로. Korean Journal of Counseling, 20(3), 369-393.

권혁진. (2014). 비자살적 자해에 영향을 미치는 정서적· 인지적 요인의 탐색 (Doctoral dissertation, 서울대학교 대학원).

김수진. (2017). 비자살적 자해의 위험요인과 보호요인 개관. 청소년학연구, 24(9), 31-53.

윤경숙 and 하정희. (2021). 지각된 사회적 지지가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에 미치는 영향: 정서조절 능력에 의해 조절된 외로움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33(3), 1155-1177.

Rotolone, C., & Martin, G. (2012). Giving up self-injury: A comparison of everyday social and personal resources in past versus current self-injurers. Archives of Suicide Research, 16, 147-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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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24 07: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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