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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나누리 ]


누군가 당신의 삶을 훔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까? 

혹은, 평생 부러워하던 누군가의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아마 사람이라면 누구든 타인의 삶에 부러움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의 옛 속담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그저 부럽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 정말 거짓으로 남의 인생을, 남의 이름을 훔쳐 산다면 어떤 결과를 얻게 될까?


쿠팡플레이, '안나' 포스터쿠팡플레이(Coupang play), '안나' 포스터 


여기 실제로 남의 인생을 몰래 훔쳐서 산 사람이 있다. 바로 '이유미(수지)'. 

극 중 유미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서 자랐지만 영리한 아이로 그려진다. 그러나 고등학생 때 학교 선생님과의 연애 스캔들에 휘말려 고등학교 3학년에 강제로 이사를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대학 입시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된다. 

홀로 서울로 올라와 재수 생활을 하던 그녀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충동적으로 부모에게 대학에 입학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고, 같은 하숙집에 살던 명문 대학에 다니던 선배에게도 얼떨결에 자신이 그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중이라고 이야기한다.



재학생이라고 모두를 속인 채로 대학 동아리에서 소위 '킹카'로 불리는 '재준'과도 연애도 하며, 함께 유학을 떠나기로 약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학길에 오르려고 하던 도중 남자친구의 어머니에게 유미의 거짓말이 들통나 이별하게 되고, 이후 아버지의 죽음까지 겹치자, 유미는 큰 슬픔에 빠진다. 

아버지의 장례 이후, 마음을 잡고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다짐한 유미는 '마레 갤러리의 작은 이사'인 부잣집 딸 '현주'의 비서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을 하인 부리듯이 대하고, 태어났을 때부터 역경이라곤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현주에게 점차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결국 그 집에서 현주에 관련된 서류를 몇 가지 훔쳐 도망가 '안나'라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현주의 삶을 모방한 학력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기 시작한다.



오명언, "수지 첫 단독 주연 '안나'…물오른 연기에 호평", 연합뉴스, 2022.06.25

새로운 삶을 통해 상류층의 인생을 경험하는 안나는 돈 많은 IT 기업의 사장인 사업가 '지훈'과의 결혼에 골인하는 등, 별일 없이 사는 듯했으나, 외국에서 돌아온 현주와 같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마주쳐 여태껏 모두를 속여왔던 자신의 정체를 들키게 된다.

현주는 30억이라는 거액을 요구하며,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모두에게 유미의 '위조된 인생'을 밝혀버릴 것이라고 협박한다. 그러나 얼마 뒤 현주가 갑작스럽게 자살을 선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고, 유미는 이것이 남편 '지훈'의 짓이라는 것과, 처음부터 그가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정치가로서 시장 당선에 성공한 지훈이 안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하자, 안나는 도리어 그를 살해 후, 캐나다로 떠나 또 다른 신분을 훔친 채로 살아가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어찌 보면 허무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이다. 남의 인생을 모방해 살지 않았더라면, 진실하게 살았더라면, 시작되지 않았을 비극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왜 '유미'는 '안나'가 되기를 택했던 것일까. 아마도 뼛속까지 아리게 느껴지는 열등감이 원인이 되었을 듯하다. 이러한 방면에서 '리플리 증후군'의 모습을 보이는 유미의 모습은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리플리 증후군은, 공식적인 병명은 아니나, 네티즌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단어로,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상습적으로 반복하는 일종의 반사회적 인격장애"(Wikipedia)를 뜻한다. 극 중에서 유미의 모습은 나쁘게 보면 뻔뻔하고, 좋게 말하면 능숙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안나'의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들은 자신의 지독한 자기 연민 때문에 시작된 것일 것이다. 



누구나 높은 이상향만을 바라보면 불행해진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끊임없이 탐하면 불행해진다. 사실 우리가 꿈꾸고 부러워하던 다른 이의 삶은, 막상 경험해 보면 그저 행복한 삶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삶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스스로에게도 행복한 삶을 살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오명언, "수지 첫 단독 주연 '안나'…물오른 연기에 호평", 연합뉴스, 2022.06.25,

https://www.yna.co.kr/view/AKR20220625033400005

정덕현, "'안나', 누구의 거짓말이 더 나쁜가", PD저널, 2022.07.12, https://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73889

이주영, '안나'(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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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4-30 00: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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