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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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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와전


소문 (所聞)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

와전 (訛傳)
:“사실과 다르게 전함.”


소문의 와전. 이야기가 사실과는 다르게 부풀려지거나 다르게 전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소문의 와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거나 난감함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소문이 과도하게 부풀려지거나 이상하게 변형되었을 때, 누군가가 나에 대한 악의를 품고있는 것은 아닐지 걱정하고, 숨겨진 나의 적은 누구일지 추측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왜곡된 사실이나 소문으로 인해, 자신에게 생길 수도 있는 부정적인 낙인에 대한 우려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끼치며, 실제로 한 사람에 대한 잘못된 낙인은 거짓된 편견으로 건강한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소문의 와전은 악의적인 의도와는 관계가 없을 수도 있으며, 말을 전할 때 사실이 왜곡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기억의 재구성


소문의 와전은 기억의 재구성과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의 기억은 견고하지 않으며, 인간의 기억은 외부 자극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식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기대, 신념, 도식 등에 맞게 정보를 왜곡하거나 삽입 또는 생략을 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장기기억 내의 정보를 인출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말해, 기억을 인출할 때 자신이 가진 일반적 지식, 기대를 단편적 사실과 결합하여 하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기억의 효율성을 위해 기억을 통째로 저장하지 않고, 키워드 중심으로 적절히 여러 폴더에 분배해 놓았다가, 기억이 필요한 시점에 꺼내어 재구성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기억을 인출해 내는 시점의 감정, 처치, 판단이 기억을 처음 입력한 시점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인간의 기억 속에서는 원하는 일을 상상하고 세부 내용이 덧붙여지며, 정말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고 믿게 되는 ‘상상팽창’이 일어나기도 한다.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실험”


기억에 대한 오류는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Elizabeth Loftus)가 진행한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실험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로프터스 교수는 ‘쇼핑몰에서 길을 잃다’ 실험을 위해 24명의 피실험자를 모집했다. 피실험자를 모집한 후 사전에 피실험자들의 어린 시절에 관한 추억 3가지를 수집하고, 이러한 추억 3가지와 그들이 쇼핑몰에서 길을 잃었다는 가짜 기억 한 가지를 적은 작은 소책자를 준비했다. 로프터스 교수는 실험실에 온 피실험자들에게 소책자를 읽은 후 자신이 직접 기억하는 내용을 상세히 적어보라고 지시했고, 마침내 유의미하고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었다. 피실험자들이 형용사와 감정 등 온갖 표현을 이용하여, 가짜 기억과 관련된 너무나 구체적인 묘사를 한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실제 벌어진 진실의 앙상한 뼈대 위에 살과 근육을 덧붙여 우리 자신이 만든 이야기의 관념 속에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 진실이 사라지고 이야기 진실이 시작되는 곳에서 혼동이 생기는 것입니다.”


로프터스의 이 실험이 사람은 자신의 기억을 제멋대로 지어내고 쉽게 믿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낸 셈이다.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떠한 방식을 통해 진실만을 다루고, 진실에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까?
평소에 우리가 기억의 재구성과 왜곡에 관해 인식하고 있지 않으면 우리의 방식대로 이야기는 쉽게 와전되고 변형된다. 따라서 가장 먼저 나의 기억을 꺼내 이야기할 때, 나의 기억이 왜곡된 것이 아닌지 충분히 객관화하고 의심해 봐야 한다.


하지만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말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는 것이다. 뒤에서 이야기하지 않고, 불필요한 타인의 이야기를 전달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것을 흥미 삼아 이야깃거리의 주제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쨌든 간에 소문은 한 사람의 입에서부터 시작된다. 소문 자체를 만들지 않으면 잘못된 이야기로 인해 고통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참고문헌>

로렌 슬레이터. (2018).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에코의 서재.

소문, (n.d.).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695dacd24455422d99ff1e9b95c4b0bd 

와전, (n.d.). 네이버 국어사전. https://ko.dict.naver.com/#/entry/koko/9667d8efc5ea4ea6b59676af804d4764 

하지현. (2012).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해냄.
현성용. (2020). 현대 심리학의 이해(4판). 학지사.
Keira Burton. (2020). 벤치에 앉아 갈색 재킷을 입은 남자 [사진]. Pexels. https://www.pexels.com/ko-kr/photo/6147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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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2 08: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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