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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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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래?”, “정신병자야?”, “시끄럽게 하지 말고 조용히 해”, “네가 노력을 안해서 그래”, “좀 참으려는 연습을 해”

 

필자가 10살 때 음성 틱을 겪으며 부모, 친구, 선생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언젠가부터 특정한 소리를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오금이 저렸다. 이유는 없었다. 등하교 시간, 학교 수업 시간, 식사 시간 가릴 것 없이 계속 ‘음음’이라는 소리를 냈다. 

 

처음엔 신경조차 쓰지 않던 사람들이 점차 눈치를 주었고 불편한 의사를 내비쳤다. 당시 틱장애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병이었기에 당연한 반응이었으나 그중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소리를 참아봐’라는 주변의 권유와 지적이었다. 

 

과거 틱장애 전력이 있는 사람들은 증상을 참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가능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특정 행위를 반복하지 않을 경우 숨을 쉴 수 없고 비정상적인 불안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필자의 틱 증상은 단기간에 완치됐고 성인이 된 지금은 아무렇지 않다. 그러나 틱장애로 고통받은 유년기는 여전히 떠올리고 싶지 않은 ‘상처의 시간’이다.

 


틱? 그게 뭔데?


틱장애란 특별한 이유 없이 신체 일부를 빠르게 움직이거나 특정 소리를 내는 신경발달장애다. 

 

지난 2월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및 의생명연구원 연구팀의 ‘연령군별 틱장애 발생률 및 임상역학적 특성(2003~2020년)’ 분석 결과 2020년 기준 국내 틱장애 발생 건수는 41.8%에 달했다. 또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소아청소년 틱장애 발생률은 약 1.5배 증가했으며 20~30대 성인 틱장애 발생률은 약 5배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과거 틱장애가 ‘아동이 겪는 장애’라는 고정관념에서 상당히 벗어난 연구 결과이며 오늘날 틱장애가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정신질환임을 나타낸다.

 

틱장애를 겪는 환자는 무의식적으로 얼굴이나 몸통 일부를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특정 소리를 주기적으로 낸다. 이는 크게 운동 틱(근육 틱)과 음성 틱으로 나뉘며 단순형과 복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 운동 틱은 눈 깜박이기, 얼굴 찡그리기 등이 있고 복합 운동 틱은 물건 던지기, 외설적 행동하기 등이 있다. 단순 음성 틱은 큼큼거리기, 기침소리 내기 등이 있고 복합 음성 틱은 욕설 뱉기, 상황과 관련없는 단어 말하기 등이 있다. 

 

틱 종류와 발생 정도는 시시각각 달라지며 운동 틱과 음성 틱은 동반될 수 있다. 가령 운동 틱이 심한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활동을 할 때 틱 발생 횟수가 줄어드는 방식이다. 혹은 기침 소리를 내던 아이가 다음날 얼굴까지 함께 찡그리는 행위 또한 예로 들 수 있다.


틱장애는 뚜렷한 발병 원인과 억제 방법이 없다. 의료계는 뇌의 구조·기능적 이상, 면역반응 이상 등 유전적 요인과 주위의 관심, 환경 변화 등 사회·심리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이 병의 발병과 악화를 유도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틱은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현되기 때문에 스스로 증상을 억제하는 것에는 한계가 따른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작성한 건강칼럼에 따르면, 틱장애 환자가 의식적으로 틱을 억제할 경우 재채기나 딸꾹질을 참는 것과 같은 수준의 답답함을 느끼게 되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틱을 멈출 수 있을까?


틱장애 환자 못지않게 스트레스 받는 사람은 이들을 지켜보는 가족과 친구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틱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다수의 전문가는 입을 모아 조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의 무관심입니다”

 

예컨대 큼큼거리는 아이에게 소리를 내지 말라고 주의 주는 행동, 물을 갖다주거나 등을 어루만지며 행동 억제를 암묵적으로 지시하는 행위 모두 금물이다. 아이의 부모를 포함한 친인척, 친구, 선생은 그가 소리를 내는 것에 항시 신경 쓰지 않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많은 이가 ‘틱장애 환자는 자신의 증상을 알지 못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 아니다. 틱장애를 겪는 당사자는 본인의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스스로 억제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해 더욱 괴로운 상태다. 이에 주변인이 틱장애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 환자는 자신의 무의식적인 틱 증상이 발현될 때마다 주위를 계속 의식하고 마음이 불안해져 상태가 악화된다.

 

틱장애 치료에서 가장 우선시되는 부문은 ‘심신(心身)의 안정’이다. 틱장애 환자는 대개 어떤 활동에 몰입하거나 마음이 편안할 때 증세가 크게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도 자신의 틱에 신경쓰지 않는다면, 환자 본인 역시 마음의 평안을 느끼고 병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 무관심만큼 중요한 것은 ‘적절한 치료’다. 만일 주변인에게 틱장애가 발견된다면, 곧바로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전문가로부터 틱장애 유발 요인을 제대로 진단받고 적절한 치료 방법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함으로써 당사자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주는 노력은 부수적으로 필요하다.

 


맺으며


틱장애 환자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말은 ‘그만해’다. 환자 본인도 그만하고 싶다. 특히 환자는 일상생활 속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현되는 증세로 주위에서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눈치를 줄 때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가 틱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은가? 그렇다면, ‘그만해’라는 꾸중을 멈추고 그를 ‘평소처럼’ 대하라. 그것이 틱장애 환자에게 가장 힘이 되는 치료일 것이다. 

 



참고문헌

브릿지경제, [Website], 2023, [명의칼럼] 관심 가질수록 증상 악화… ‘틱장애’ 무관심이 치료 기본

https://www.viva100.com/main/view.php?key=20230710010002440

동아사이언스, [Website], 2024, 아동 장애로 알았는데…틱장애 신규 환자 10명 중 4명 ‘성인’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63795

헬스경향, [Website], 2024, [부모와 아이를 위한 틱장애 A to Z] 아이 틱 증상, 관심 완전히 꺼주세요

https://www.k-health.com/news/articleView.html?idxno=7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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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08 08: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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