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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채이 ]



어렸을 때 어딘가 물리적으로 다치지는 않았지만, 괜히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부모님께 투정 부렸던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부모님께서 “꾀병 부리지 말고, 옷 입고 얼른 학교 가” 혹은 “너 학교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라는 대답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원인을 몰랐던 이것이 사실은 진짜 ‘병’이었을 수도 있다. 바로 ‘신체형 장애’이다.

 


[신체형 장애는 신체가 아픈 것이 아니다?]


신체형 장애는, 타박상과 같이 물리적으로 다친다는 신체적 장애라는 의미가 아니라, 신체 질환처럼 보이는 정신 장애이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환자가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말하지만, 이에 대해서 명백하게 병명으로 밝힐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소화가 되지 않아 병원에 방문해 여러 검사를 진행했는데도 검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경우 이에 해당된다.


신체형 장애는 환자의 심리적 상태가 뇌 기능에 변화를 주어 다양한 신체 증상을 일으킴으로써 발생한다. 증상에 따라 신체화 장애, 건강염려증, 통증 장애 등으로 분류된다.



[근데 나는 왜 자꾸 몸이 아픈 것 같죠..?]


그렇다면, 이러한 신체형 장애는 왜 발병하는 것일까?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사람은 바깥 사건보다 자신의 마음에 더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신체적인 상태보다 민감하거나 모호한 정보를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은 신체형 장애 중 건강염려증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건강염려증은 자신이 심중한 병에 걸렸다는 믿음이나 걸릴 수 있다는 불안에 사로잡혀 자신의 건강을 과도하게 염려하고 병에 집착하는 질병이다.


건강염려증 환자는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할 때 극단적으로 위암을 생각하고, 두통이 있을 때는 뇌종양을, 심장이 조금 빨리 뛰거나 느리게 뛴다고 생각할 때는 심장질환으로 인식하며 두려워한다.



[내가 의사를 구매한다고? (-doctor shopping)]


2023년 한 논문에서 건강염려증 환자의 특징을 밝히기도 했다. 바로 ‘질병 청구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는 의사의 진단과 의학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질병을 불신하거나 확신하여 질병을 청구하는 행동이다. 


이에 나아가서 ‘의사 구매(doctor shopping)’ 현상도 있다. 이는 자신의 증상을 중대한 질병으로 진단해 줄 다른 의사를 찾는 현상이다. 

 

위의 논문에 따르면 건강염려증은 질병, 가족 병력, 심리적 장애, 노화, 미디어의 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병한다.


첫째, 유년 시절 질병 경험 및 가족 병력의 요인으로는 말 그대로, 아동기부터 가족들이 겪었던 질병을 자주 보며, 그들이 경험했던 동일 질병이 자신에게도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경우이다. 유년 시절 질병 경험이나 가족 병력은 건강에 대한 자신감 결여에서 건강염려증으로 이어진다는 선행연구도 많이 있다.


둘째, 심리적 장애는 건강에 대한 과도한 염려로 이어진다. 이는 건강염려증 경험자의 80%가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에 의해 뒷받침된다.


셋째, 노화의 영향은 건강염려증이 주로 신체적 전환기에 놓인 중년기 여성층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중년기 여성은 폐경 등으로 인해 노화 및 신체가 급격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넷째, 미디어의 영향으로 비의학전문가인 일반인들도 방송 등 미디어 매체를 통해 전문 의학지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장점도 무수히 많지만, 어설프게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심지어 자신이 추정하는 질병을 확신하기 위해 전문 서적을 찾아 나서거나, 위에서 언급한 의사 구매(doctor shopping)까지 나아갈 수 있기에 위험하다. 

 


[꾀병 아니에요!]


건강염려증이 꾀병과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심리적이거나 실제적인 부수적인 이득을 얻으려는 무의식적 동기가 꾀병보다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이번 시간에는 꾀병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건강염려증의 개념과 인지적 관점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인지적인 관점에서 해결 방안에 대해 살펴보자.

 




참고문헌

전요섭/2023/집중산만 전력을 활용한 건강염려증의 해소 방안-인지치료적 접근

R. Noyes Jr., S. Stuart, D. R. Langbehn, R. L. Happel, S. L. Longley & S. J. Yagla, "Childhood Antecedents of hypochondriasis", PsychoSomatics, Vol. 43(4)

민성길, [최신정신의학], p. 338

최정윤, 박경, 서혜희, [이상심리학] p. 145, 서울:

학지사,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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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23 20: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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