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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는 다양한 특성의 일부”...신경 다양성 운동가들이 알리고 싶은 것은?
  • 기사등록 2024-05-28 00: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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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자폐, 정신분열증, 틱 장애…이런 용어들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체로 ‘장애’, ‘비정상 상태’ 등의 용어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이들은 정상인과는 다른 사람들이며, 삶에 많은 제약을 받는 사람들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제대로 된 사회적 지원과 환경이 갖추어 진다면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해 구성원으로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을 가지고 신경 장애인들을 대하는 관점을 바로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이라고 하는데, 이 관점은 자칫 ‘장애에 대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신경 다양성’ 운동가들이 어떤 주장들을 펼치며, 사회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신경다양성이란


신경다양성이란 사회에서 신경학적 장애라고 규정지은 증상들을 정상, 비정상의 관점이 아닌, 한 개인의 있는 그대로의 생물학적 특징으로서 보고자 하는 관점이다. 같은 병명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증세가  ‘스펙트럼’의 개념에서 이해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사람마다 정도와 양상에 차이가 있고, 단순히 정해진 형태의 발달 과정만을 올바른 것이라고 규정짓는 것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형태의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티브 실버만의 저서 ‘뉴로트라이브(neurotribe)’를 통해 유명해졌으며, 그는 책에서 자폐증에 대해 특히 심도깊게 다룬다. 자폐증이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생물학적 차이에서 발현되는 또 다른 천재성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이 아니라 ‘다른 것’


신경 다양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스펙트럼 형태의 장애가 병이 아니라 신경학적 구조가 다수의 사람들과 다를 뿐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에서 이러한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나타내듯이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 사회에서 생활을 하는 데에 심각한 문제를 가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경 다양성 운동가들은 ‘자폐(Autism)’라는 용어 대신에 ‘자폐적인 사람(Autistic man)’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병명으로서의 진단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적 특성으로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형발달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형발달인’의 범주에 속한다. 신경이 정상적으로 발달했으며, 다수의 사람들과 섞여서 사회를 살아가기 알맞게 성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와는 다른 신경 체계를 가지고 있어 사회에서 편하게 살아가기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대체로 그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 ‘비정상인’으로 분리되고 특별한 치료와 보호, 감시를 요구받는다. 신경다양성 운동가들은 이런 사회적 한계에 맞서 목소리를 낸다. 정형발달인이 있다면, 그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발달하는 사람도 있기에 그들을 ‘비정상’의 범주 안에 묶어서 판단하는 것은 비약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신경다양성 아동이 전체 인구의 약 1/10~1/7 정도라고 보고 있는데, 이는 충분히 사회적으로 포용해야 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신경다양성을 고려한 사회


이에 최근 여러 나라에서는 ‘통합교육’, ‘포용교육’ 등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신경다양성을 가진 아이들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아닌 정상 발달 아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수업하는 것이다. 물론 신경다양성 아동의 기능 수준에 따라 각기 다른 처치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통합교육에서는 그들 사이에 있는 공통점을 찾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비단 우리 사회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한다. 신경다양성을 가진 사람들도 사회에 맞추어 기능하려고 하는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하면 직장에서도 충분히 서로를 조율할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 수 있고, 신경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지원시설을 구축할 수도 있다. 치료가 아닌 적응이 우선이 되면, 그들에게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참고문헌

윤은호. (2022). 신경다양성 개념 및 변화에 대한 일고찰. 재활복지, 26(4), 19-39.

이원희, 조현경, 조성하, 박선정, 이하영. (2023). 신경다양성 관점을 적용한 통합교육 모델 개발. 정서·행동장애연구, 39(2), 29-60.

이정한. (2024). 뇌교육 칼럼 신경다양성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 브레인, 104, 20-21.

정다예, 박은실, 고아라, 민지은, 곽승철. (2022). 키워드 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한 신경다양성 연구 동향: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중심으로. 정서·행동장애연구, 38(3), 123-152.

Silberman, S. and Gang, B. (2018) 뉴로트라이브. Seoul: Alma(Alma Chulpan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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