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A
[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A]
사진 출처: Pixabay
심리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내가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게?”, “내 마음도 읽을 수 있어?” 등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요즘은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심리학이 어떤 학문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특히 심리학과에 진학하거나 복수전공을 택한 사람들에게서 종종 심리학에 대해 기대하고 왔는데, 생각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언젠가 심리학의 실체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여러분도 심리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같은 게 있는가? 그렇다면 이 기사를 읽고 상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한번 잘 생각해 보라.
심리학은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심리학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자연과학과 달리 여러 가지 직관을 가질 수 있는데, 심리학에 대한 많은 오해가 여기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는 원자나 원소와 같은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물론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필요할 것이다) 답할 수 있다. 사실상 대체로 떠오르는 심리학 문제들은 직관적으로도 생각할 수 있어서 과학적인 연구의 필요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심리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학문이며, 이것이야말로 같은 결의 문제를 논의하는 학문(문학, 철학 등)과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의 한 분야다. 즉, 경험적 관찰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논리적 추론과 과학적 분석을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인간을 연구한다. 따라서 단순한 것이라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며 통계나 연구 방법 등에 관한 공부가 필수 불가결하다.
심리학은 비판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심리학 논문을 찾다가 ‘이렇게까지 세세한 걸 연구한다고?’라며 놀랐던 적이 많았다. 먼 옛날, 지식을 획득하는 초기에는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와 같은 매우 일반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지만, 시간이 흘러 심리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한 요인이 어떻게 다른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더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깊게 파고드는지는 최신 논문의 제목만 훑어봐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심리학자들의 궁금증이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비판적 사고 덕분이다. 비판적 사고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해서 개방적이지만 의심하는 사고 기술을 말한다. 수동적으로 아이디어를 흡수하는 게 아니라 연구의 한계점은 없는지, 요인을 더 추가할 수 없는지, 다른 방법으로 연구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오는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따져보며 능동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어쩌면 심리학자들은 비판적 사고라는 무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물음을 찾아 나서는 사냥꾼일지도 모른다.
심리학은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어간다
이론이란, 많은 양의 과학적 증거에 기초해 한 현상이나 일련의 현상들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을 말한다. 한 번쯤 들어봤을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 형성 이론 등 심리학의 한 획을 그었던 이론들은 향후 심리학이 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늘날까지도 심리학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기초로 배우는 내용이자, 연구의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심리학의 기초이자 시초 격인 이론들이 자연과학의 법칙 같아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이론들이 수많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이론은 증거에 의해 검증이 되지 않으면 수정되어야 하며, 모든 이론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심리학의 관점이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아주 일부만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앞서 언급된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이론은 인간의 정신적 활동이 주로 무의식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마냥 지배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정신 분석 이론은 너무 이론적인 접근이며 많은 부분이 검증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극복하고자 행동주의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앞서 언급된 고전적 조건 형성이 이에 해당한다. 그 영향으로 1920~1950년대에는 행동주의가 미국 심리학의 주를 이루었으나, 행동주의 역시 인간 본질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킨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보완할 인본주의 심리학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심리학의 역사는 이론의 한계점을 검토하고, 보완할 이론을 내세우고, 연구를 통한 검증이 반복되었다. 그 과정에서 이론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우리는 심리학과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심리학은 매력적이다
시험 기간에 다른 학과 친구랑 공부하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원래 자기도 심리학과에 관심이 있었는데,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한 번은 숫자의 양이 많을 때, 한 번은 뇌 구조 사진을 봤을 때, 친구가 기겁하는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심리학의 극히 일부 중의 일부만 소개했는데도 벌써 환상이 깨져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특히 심리학이 과학적인 연구를 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뒷걸음질 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게만 생각하거나 미리 겁먹지 않길 바란다. 이런 의외성이 심리학의 매력으로 다가온 순간, 당신은 이미 심리학과 친구가 되어 있을 테니까.
출처
Tracy Caldwell & Daniel Cervone. (2017). 심리학개론-사람, 마음, 뇌 과학(김정희 외 4명). 시그마프레스
네이버 지식백과. (연도미상). "심리학"
URL: https://naver.me/FfMBJ4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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