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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이러 저러한 이유들로 쉴 새 없이 바쁘게 달려왔던 2024년의 상반기를 돌아보고 잠시 쉬어가자는 마음에서 얼마 전 템플 스테이를 다녀왔다. 바람이 불 때마다 기와 아래 매달아 놓은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것,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연못에 둥둥 띄워진 연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 무거운 세속의 옷을 내려놓고 나누어 주신 가볍고 시원한 승복을 입고 넓디넓은 절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 아침에 일어나 산사를 가득 채운 새의 지저귐을 들으며 갓 태어난 맑은 공기를 한가득 들이쉬는 것까지 모두 너무 행복했다.



템플 스테이를 하는 과정에서 나는 확실히 바삐 달려 온 나의 삶을 잠시 멈춤하고 한 숨 쉬어 갈 수 있었다. 바쁜 ‘현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놓치기 쉬웠던 마음의 여유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 어떤 마음들이 찾아왔다가 떠나갔는지, 어떤 것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매번 식사하기에 앞서 ‘공양 기도문’을 외는 것이었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거룩한 삼보에 귀의하오며, 이 음식을 받습니다. 

이 공양이 있기까지 수많은 인연에 감사하며 모든 생명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소서. 

사바하


평소에 밥을 먹을 때는 음식을 보자마자 허겁지겁 급하게 첫술을 뜨고 언제 다 먹었는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먹었던 것 같다. 따라서 음식에 대해 감사함을 가지고, 음식을 제대로 음미하는 것이 아니라 뭘 먹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게 먹었던 것 같다.


좌선을 틀고 앉아 몇 시간 동안 명상을 하거나 108배를 하는 것만이 수행의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절에서 밥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한 끼를 먹을 때에도 내 눈앞에 놓인 음식이 그냥 내 앞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땀, 수고와 마음을 거쳐서 왔을 것을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것도 하나의 큰 수행이 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틱낫한 스님의 ‘플럼 빌리지’에서 외우는 식전 기도문도 위와 비슷하다.



이 음식은 전 우주와 대지
그리고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힘든 노고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이 음식을 받기에 마땅한 사람답게 먹을 수 있게 하소서.
마음의 번뇌를 여의고 적당히 먹을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하소서.
몸을 유지하고 병을 막는 정도의 음식만 취하게 하소서.
우리는 이해와 자비의 길을 구현하기 위해 이 음식을 받습니다.


불교라는 종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도 식전 기도가 있다.


아버지 하나님, 당신은 우리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매일 음식을 공급해 주십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제 하루를 시작하며
풍요롭게 모든 것을 공급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볼 수 있도록
저희 눈을 뜨게 해주소서.
건강한 몸을 가지고
오직 주님이 계획하신 일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종교가 없더라도, 정해진 기도문을 달달 외우지 않더라도, 내게 주어진 음식에 감사하고 그것이 나의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으며 음식을 먹는 자체로 하루가 밝아질 것이다.

음식을 먹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에서도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내가 되기를. 그리고 당신도 그러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작자 미상의 식전 기도문을 적으며 기사를 마무리한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과 정성과 무한한
노고의 공덕이 담겨 있습니다.

은혜로운 이 음식으로
이 몸 길러

몸과 마음 바로 하여
바르게 살겠습니다.

공양을 베푸신 임들께 감사드리며
주는 기쁨 누리는 삶이기를 서원하며
감사히 이 공양을 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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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30 0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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