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경
[한국심리학신문=이나경 ]
출처 : Freepik
상대와 더 친해지고 싶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진 경험이 있는가? 어느 단계까지만 친해지고 그 이상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듯한 느낌처럼 말이다. 반대로 어떤 상대와는 급속도로 친밀해져서 어느샌가 매우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처음 만난 상대와 친한 관계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친해지려면 나를 드러내야 한다고?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만나는 횟수나 공감대의 형성과 같은 요소는 상대와 친해지는 데 큰 영향을 준다. 또한, 한규석 교수에 따르면 처음 만난 상대와 친밀한 관계로 되어가는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은 서로를 드러내는 '자기노출'이다. 자기노출이란 자신에 관한 사적인 정보를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언어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이나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자기노출은 관계를 진전시키는 기능 이외에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 표현이 애매한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기능 등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자기노출은 이성 관계에서의 친밀감에도 영향을 준다. 최지영의 연구에 따르면, 미혼 성인의 이성관계에서 자기노출이 많은수록 친밀감이 높아졌다. 또한 자기노출은 SNS상에서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친밀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WANG YAO의 연구에 따르면, SNS 이용자들이 타인에게 적절한 자기노출을 하면 대인관계에서 만족도와 친밀감을 얻을 수 있다. 이때 SNS상에서의 자기노출은 자신의 사진이나 글을 SNS 친구와 공유하는 것을 말하며, 자신의 취미 등을 알리며 온라인 대인관계 친밀감이 형성될 수 있다.
부정적인 자기노출도 도움이 될까?
나를 드러내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상대와의 친밀한 관계 형성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친밀한 대상끼리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서로의 표현방식과 적절한 반응을 배우는 기회로 작용한다. 정서적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은 의사소통 과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이러한 상호과정이 진행되면 만족스러운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빗대어 볼 때, 상대와 친해지는 과정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상대에게 알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으로 작용한다. 즉, 상대와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파악할 기회로 작용하는 것이다.
재미있었던 일화와 같이 긍정적인 감정을 노출하는 것은 친밀감을 향상시킨다. 그렇다면 부정적인 자기노출도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까? 예를 들어, 자신이 겪은 슬펐던 일이나 우울한 감정을 상대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하는 것이 친밀감을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또한 존재한다. 실제로 필자는 친하지 않았던 선배가 자신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우울한 감정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꺼냈을 때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반응해야 하는지 조심스러웠고,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되었다. 이렇듯 부정적인 감정 노출의 경우에는 상황이나 대화의 주제 등 다양한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과 대화의 온도를 맞추자
단순히 자신을 드러낸다고 해서 상대와 친밀한 사이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나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전한다는 자체가 상대와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 표현으로 여겨진다면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상응'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노출하는 정도로 상대가 노출하는 것을 가장 편하게 느낀다. 앞선 필자의 경험처럼 상대가 더 노출하는 경우에는 준비 없이 친숙한 관계로 끌려가는 기분이 들거나 당황스러운 감정이 들 수 있다. 반대로, 상대가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린다면 상대가 자신과 친해질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벽이 느껴져 대화를 멈출 수 있다.
따라서 상대와 대화의 온도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상대가 드러내는 만큼만 나를 드러내라는 계산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가 드러내는 정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상대방의 호응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규석 교수에 따르면, 자기노출이 관계의 진전에 필수적이지만 그 자체가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아니며,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노출의 호응 작용과 상대방에 대한 아끼는 마음이다. 자신을 적절히 드러내면서 상대와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출처]
한규석. (2023). 사회심리학의 이해(4판). 학지사.
최지영. "이성관계에서의 기본심리적욕구 및 자기노출이 친밀감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2015. 경기도
최민구. "자기노출 유형이 정서, 주관안녕 및 건강지각에 미치는 영향 : 행동적 및 통합적 자기노출의 효과를 중심으로." 국내석사학위논문 대전대학교 일반대학원, 2016. 대전
WANG YAO.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자기노출 정도가 대인관계 친밀감과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부경대학교 대학원, 2022.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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