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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황세현 ]


꿈에 의미가 있을까?


평소에 전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던 사람이 꿈에 나오면 괜히 그 사람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해보게 된다. 프로이트는 꿈이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했다. 무의식은 심지어 우리 정신의 대부분, 거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꿈에 나오는 사람들과 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모두 내 의식 저편 어딘가에 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그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의미가 있긴 한 걸까?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 꿈


프로이트는 꿈을 욕구 충족의 장으로 보았다. 욕구 중에서도 평소에 의식되지 않는 것의 욕구가 그 대상이다. 프로이트가 분류한 인간의 정신은 무의식과 의식되기 이전의 것, 의식된 것이다. 프로이트는 무의식 속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대부분 성적이고 파괴적, 충동적인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특히 “꿈의 재료를 유아기의 억압된 욕동에서 찾았다”. 유아기 때 제대로 표출되거나 충족되지 못한 것들이 꿈에 출현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실현된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꿈은 잠 속에서 경험하는 단순하고 우연적인 상상체험이 아니라 자신의 내적 소망이나 충동의 기저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내면적 기호라는 것이다. 꿈은 또한 설명되지 않는 무의식의 내용에 대한 의식화 작업이자 억압되거나 왜곡된 욕망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김정현, 2008). 



다양한 의미로서의 꿈


그렇다면 꿈은 인간이 자기 내면의 생각, 욕망, 바람을 표현하고자 하는 동기에서 나온 예술 활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칸트도 꿈을 매우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활동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융은 꿈이 단순히 유아기의 억압된 욕구나 결핍에 대한 “정서적 충족의 영상언어”가 아니라 인류의 집단적 무의식이 반영된 개인의 인격 실현 과정과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니체는 “인간이 수면과 꿈 속에서 고대 인류의 과제를 다시금 반복”하고 그럼으로 인해 더 높은 이성을 발전시킨다고 하기도 했다.


 

꿈의 의미가 중요한가?


이러한 학자들의 주장들을 고려하면 우리의 꿈에는 어딘가 초월적이고 원대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꿈을 꼭 해석의 여지가 있는, 혹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이트가 저서 『꿈의 해석』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꿈 속의 모든 요소가 어떠한 의미를 정말 내포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상 꿈은 유추해석을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꿈에 등장하는 물질적 혹은 비물질적 요소가 어떠한 상징으로서 표현되고 그것은 따라서 현실에서 다른 (혹은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만 놓고 보면 그리 과학적이지는 않다. 

 


꿈은 매우 개인적인 것


앞선 학자들이 주장한 바를 모두 고려해도 결국 꿈은 그것을 꾼 주체만이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반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것이다. 따라서 그 내용을 해석하는 과정에서도 절대적이고 보편적, 일률적인 규칙을 가져다 붙일 수는 없다. 

 

Pixabay


두 사람이 똑같이 용이 눈앞에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할지라도 각자 처한 상황적, 정신적 배경에 따라 그 해석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해석은 전문적인 차원일 수 없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의견’만이 있을 수 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학생은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희망 섞인 이해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임신부의 경우에는 이것이 태몽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내용이 같아도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점, 바로 이 점이 꿈이 재미있는 이유일 것이다.


꿈은 억압된 감정의 분출일 수도, 꿈꿔왔던 미래의 상상일 수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다. 혹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나 장면들의 연속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중 무엇일지 결정하는 것은 그것을 직접 경험한 개인이다.

 


꿈은 예술과 맥이 통한다


니체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무의식이나 꿈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개념이지만 그것들은 곧 인간의 삶을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언어다. 여기에 덧붙여, 그 언어는 그것이 속하는 개인 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언어다.

나 하나에게만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흔하지는 않다. 같은 내용을 경험하더라도 그 해석이 온전히 나에게만 귀속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꿈은 예술과 맥이 통한다.




참고문헌

김정현. (2008). 무의식과 꿈의 문제 -니체와 프로이트, 융의 해석을 중심으로-. 니체연구, 13, 3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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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5-31 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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