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완
[한국심리학신문=유수완 ]
일상의 우울과 불안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울과 불안을 겪는다. 이들은 따로 찾아오기도, 함께 오기도 한다. 공부한 것에 비해 시험을 잘 보지 못할 때, 친구와 싸웠을 때, 한 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때 등 감정의 정도는 다를 수 있으나 빈번하게 나타난다. 대체로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음에서 기인하는 우울과 불안은 분노, 좌절 등과 함께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겪는 부정적 감정들일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세상이 가만히 있는 자신에게 야박하게 군다는, 즉 외부적 요인에서 오는 우울과 불안을 느낀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집값과 물가가 올라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을 한 가지 예로 들 수 있겠다.
슬프게도 이러한 외부적 요인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부정적 감정은 어쩌면 살면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 요인 외에도 자신, 즉 내부적 요인에서 오는 우울과 불안이 있는데, 이에 대해 알고, 잘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적어도 내면의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찾아왔을 때 유연하게 대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이다.
여러 가지 자기 개념
사람들은 여러 가지의 자기상을 가진다. 이는 크게 이상적 자기, 현실적 자기, 의무적 자기의 차원으로 나뉜다. 이상적 자기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자기상, 내가 되고 싶은 자기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A의 이상적인 자기가 백만장자 부자라고 친다면, 그러한 재력을 통해 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자기상이 이상적인 자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현실적 자기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A의 이상은 부자이지만, 현실이 알바를 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자기상이 현실적 자기인 것이다. 의무적 자기는 내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또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A가 집안이 어려워 부모님께 금전적 부담을 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A의 의무적 자기는 좋은 곳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직장을 가지는 것이 될 수 있다.
자기 불일치 이론이란?
이러한 여러 자기상들이 일치되지 않을 때 나타나는 부정적 감정이 우울과 불안이라는 이론이 바로 히긴스(Higgins)가 제시한 자기 불일치 이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가 일치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 바로 우울이고, 현실적 자기와 의무적 자기가 일치하지 않을 때 나타나는 감정이 불안이다.
앞서 설명한 여러 가지 자기 개념의 예시를 이 이론에 적용해 보면, A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신은 부유한 자신인데, 현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자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괴리에서 A는 우울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불안의 예시를 들면, A가 생각하는 의무적 자기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해 스스로 돈을 벌어 부모님께 금전적 부담을 드리지 않는 자기이지만, 반면 현실적 자기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만을 벌 수 있고 다른 부가적인 지출은 부모님께서 지원해 주실 때, 이 상황에서 느끼는 괴리로부터 A는 불안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울과 불안에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과 불안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우선 이상적 자기와 현실적 자기, 그리고 의무적 자기의 괴리를 줄여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상적 자기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높은 이상을 추구하기보다 지금 당장 내가 도달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이 도달되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우는, 점진적으로 이상적인 자신에 가까워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의무적 자기에 대해서는 ‘나는 꼭 무엇인가 되어야만 한다’라는 압박감을 가지지 않고 원하는 자기상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현재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 의무적 자기상이 주는 불안감을 완화시켜 볼 수 있다.
대개 우울과 불안 증세가 가볍게 일상적으로 지나가는 경우에는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와 터놓고 이야기를 하거나, 명상을 하는 등 개인에게 맞는 스트레스 완화법을 취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하지만 이것이 일상생활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지나치게 지장을 줄 정도로 악화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혹은 심리 상담 등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참고문헌
신선임. “행복하세요?”. 숭대시보. 2019년3월11일. https://www.ssu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894
기사 다시보기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suwan182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