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
[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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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 속에는 늘, 나쁜 어른이 존재했다
소년범들의 죄는 온전히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이 사회의 모든 ‘우리’들은, 정녕 그들의 죄로부터 자유로운가?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모든 일탈의 순간에는 그 행동을 말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추기고, 심지어는 가르침으로써 그들을 범죄의 길로 이끄는 ‘장본인’인 ‘어른’, 즉 ‘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년범의 죄와 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가다 보면 끝내는, 어른의 죄가 드러나곤 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 섣불리 낙인을 찍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먼저 귀 기울여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보았을 때, 소년 범죄자는 소녀 범죄자에 비해 그 머릿수가 많다. 2019년 검거된 소년범 6만 6243명을 기준으로 하면 약 82.2%에 해당하는 5만 4437명이 모두 소년들이었기 때문이다.
소년 범죄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범죄 유형은 '재산 범죄'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절도'와 '사기'가 대부분이다. 그다음으로 빈번한 유형이 '폭력 범죄', '도로 교통법 위반', '성폭력' 순이 되곤 한다. 이 중 '무면허 운전'은 주로 소년들이 저지르는 범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반면, 소녀 범죄자들에게 가장 빈번한 범죄는 '폭력'이었다. 소년이 소녀보다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곤 하지만, 눈에 띄는 예외가 하나 있다. ‘성매매 알선 범죄’가 바로 그 예외이다. 2019년 성매매 알선 처벌법을 위반해 검거된 소녀 범죄자가 79명, 소년 범죄자가 27명으로, 범죄를 저지른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에 비해 세 배나 많았던 것이다. 심지어 아동 및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여 성매매 알선 범죄에 연루된 소녀들이 무려 88명에 달했다.
'4대 흉악 범죄(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그리고 '형사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의 경우에는 소년 범죄자의 수가 소녀 범죄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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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소년범의 성별의 차이에 주목하는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는 중이다. 2020년 경찰대학 치안정책 연구소에서 발간한 『치안정책 연구』에 실린 한 연구는, 성별에 따른 청소년 비행 요인을 검증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비행과 비행 요인의 관계에 있어서의 성차는 요인마다 차이를 보였다. 여자아이들의 경우, '보호자 애착'과 '사회적 지지', '가정에서의 학대 경험', '우울'이 그들의 비행에 영향을 미쳤다. 남자아이들의 비행의 경우에는 직전의 요인들이 그것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은 대신, '도덕적 신념'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도덕적 신념은 반대로, 여자아이들의 비행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분노', '친사회적 친구 관계', '비행 친구 관계', '일탈 생활양식', '낙인'은 남자와 여자아이들 모두의 비행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결과들은 기존의 범죄학 이론들을 일반화의 측면에서,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보다 많이 수행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청소년 비행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예방을 위한 성 인지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또한, “가정의 역할 부재, 즉 ‘브로큰 홈’으로 인한 영향은 소년보다 소녀에게서 더 크게 나타난다”라며 “성별에 따른 차이를 이해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비행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네트워크 분석' 지도. 이다현 기자 okong@seoul.co.kr
핵심 단어 및 연관어가 각각 군집을 이루고 군집 간 화살표는 선후 관계를 뜻하도록 하는, 소년과 소녀 범죄자들의 인터뷰를 각각 토대로 한 ‘네트워크 분석’ 지도를 그려 보도록 했다.
이때, 소년 범죄자들의 말은 ‘생각 없이 -> 친구들과 놀다가 -> 비행을 저지르다’로 귀결되지만, 소녀 범죄자들의 말은 ‘친구’로 귀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정 분석’에 대한 결과 또한 남녀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여기서의 ‘감정 분석’이란 단어에 담긴 소년범의 감정을 분석하였을 때 상위권에 꼽힌 긍정어와 부정어가 어떤 것인지 찾아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소년들의 경우 ‘사고’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꼈지만 소녀들은 ‘싸우다’를 가장 부정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드러난 소년, 그리고 소녀들의 생각은 같은 듯 달랐다. 소년의 언어에서는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믿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에 대한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녀의 언어에서는, ‘엄마’와 ‘친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외로움'이 두드러졌다.
참고문헌
이근아, 김정화, & 진선민. (2021). 우리가 만난 아이들.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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