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한국심리학신문=김민서 ]
"잠이 안 와서 새벽 늦게 잠들고 아침에 자꾸 지각하는 일이 생겨요.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게 너무 어려워요."
대학생 A씨는 엉망이 되어버린 수면 패턴 때문에 하루 종일 피곤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다. 늦게까지 잠이 안 와서 핸드폰을 계속 보게 되고 아침에는 피곤한 상태로 눈을 뜬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여기까지 읽으면서 자신의 상황과 너무 비슷해서 놀란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A씨처럼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 그게 뭔데?
수면위상지연증후군(DSPS: delayed sleep phase syndrome)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의 일종으로 수면에 최적인 시간이 지연되는 질병이다. 신경정신의학 저널에 따르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의 임상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바람직한 수면 시간에 잠들기도 어렵고 일어나기도 어렵다.
2) 잠이 부족해서 다음날 특히 오전 활동에 지장이 있다.
3)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는 휴일이나 방학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선호한다.
4) 이러한 수면 문제가 1개월 이상 지속된다.
이들은 만성적으로 새벽이 되어서야 잠이 들고 출근이나 등교를 위해 겨우 일어난다. 전날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아침과 오후 내내 졸리다가 저녁이 되면 말똥말똥해진다. 또한 집중력 저하, 무기력, 두통과 같은 신체적, 심리적인 증상들도 동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불면증과 차이가 있다면,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수면 시간이 뒤로 밀릴 뿐 한번 잠들면 안정적으로 잠을 자며 수면의 질에는 문제가 없다.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중 가장 흔한 질환이며 특히 청소년기나 초기 성인기는 유병률이 7~16%로 비교적 높다. 코로나19 이후 근무나 생활 환경이 달라지면서 생체 시계가 흐트러져 해당 증후군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기도 하였다.
밀린 수면 시간 바로잡기!
이렇게 밀린 수면 시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충분한 햇볕을 쬐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기상 후 최소 30분 정도는 야외에서 햇볕을 쬐고 그게 어렵다면 실내에서라도 아침에 충분한 햇볕을 봐야 한다. 그 이유는 햇볕이 우리 몸의 수면-각성을 담당하는 멜라토닌의 분비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햇볕은 수면 시계의 중추인 시교차상 핵을 자극하고 이것이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졸음이 억제된다. 햇빛을 받고 일정 시간(약 14시간)이 지나면 멜라토닌 분비가 시작되어 잠에 들게 되는데 아침에 햇볕을 보는 습관은 멜라토닌을 활성화해 정상적인 수면에 도움을 준다.
또한 밤 시간대에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한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폰의 빛으로 인해 우리의 뇌는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한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이 습관화되면 자려고 침대에 누워도 몸이 각성 상태에 있어 수면 단계로 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을 최소화하며 스마트폰은 침대에서 사용하지 않고 자는 공간에서 멀리 두는 것이 좋다.
그래도 안 고쳐진다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노력으로도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거나 수면 전문의를 찾아가 상담을 할 수 있다.
광치료와 약물 치료가 대표적인 치료 방법이다. 우선, 광치료는 햇볕을 쬐면 멜라토닌 분비가 활성화되는 원리를 이용해 태양광과 비슷한 파장의 빛을 쬐어주는 치료이다. 개인마다 필요한 빛의 양과 빛을 쬐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수면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치료는 멜라토닌을 주로 사용한다. 멜라토닌이 잘 분비가 되어야 정상적인 수면이 이뤄지는데, 수면위상지연증후군은 멜라토닌이 분비가 잘되지 않아서 약물을 통해 외부에서 멜라토닌을 직접 투여하는 방법이다.
잠에 드는 것도 잠에서 깨는 것도 힘들다면, 이로 인해 생산적인 하루를 보내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은 당신의 게으름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수면위상지연증후군과 같은 질병 때문일 수 있다. 위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 이 기사를 통해 원인과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확인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강시현・유한익・정석훈. (2007). 지연성 수면위상증후군 청소년에서 기상 시 어려움과 주간 졸림에 대한 Dawn Simulation 효과 연구. 신경정신의학, 46(6), pp.546-547
박진아. 불면증과 혼동할 수 있는 ‘수면 위상지연증후군’, 어떤 증상일까 [지식용어] [시선뉴스]. (2022). URL: https://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099
엄채화. 불면증,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수면장애 종류마다 증상 달라 [Hidoc 뉴스]. (2023). URL: https://www.hidoc.co.kr/healthstory/news/C0000768033
"원하는 시간에 잠이 안 와요" "잠 드는 시간이 자꾸 늦어져요" 이런 것도 병?! 수면위상지연증후군. (2021). URL: https://www.youtube.com/watch?v=68RzksM61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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