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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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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젊은 세대는 흔히 ‘도파민 돈다’, ‘도파민 분출’, ‘도파민 중독’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주로 관심과 흥미를 끄는 콘텐츠와 일상 속 자극적 요소를 두고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는 ‘도파민’, 나아가 ‘도파밍’에 대해 제대로 고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1938년 네덜란드의 문화 역사학자 요한 호이징하가 주장한 개념인 ‘호모 루덴스(노는 인간 혹은 놀이하는 인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일생 동안 유희를 좇는 존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에 사람들은 매일같이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쾌락을 느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일회성 자극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얻는 즐거움은 건강에 해악을 미치고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망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도파민과 도파밍


도파민(dopamine)은 뇌 신경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 중 하나이다. 이는 주로 기쁨, 즐거움 등과 관련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기에 상당한 중독성이 있다. 만일 도파민 수치가 과다하게 분비될 경우 환각이나 조현병과 같은 정신분열증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해당 호르몬이 지나치게 분비되지 않을 경우 파킨슨병에 걸려 움직임과 감정 표현에 있어 장애를 겪을 수 있기에 도파민은 늘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파밍이란, 도파민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서 그중 파밍은 게임 플레이어가 아이템과 자원을 모으는 행위를 지칭하는 용어다. 다시 말해, 도파밍은 도파민이 분출되는 모든 행위를 모아 경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쾌락을 느끼려는 현대인의 독특한 행동 양식을 말한다. 이는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도전, 새로운 상황과 경험을 누리며 도파민을 자극받고 유희 욕구를 충족하려는 일종의 ‘노력’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도파밍 톺아보기


도파밍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랜덤 도파밍이다. 예기치 못한 우연과 결과에서 느끼는 재미는 대중으로 하여금 랜덤 도파밍을 끊임없이 갈망하게 만든다. 실제로 우리 뇌는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요소보다 새롭고 예측 불가능한 요소에 더욱 기대감을 품는다. 이는 과학계에서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고 불리며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상상 이상의 결과를 획득했을 때 만족감이 배가 된다. 

예컨대 미국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 도입된 ‘랜덤 음료 주문 방식’이 있다. 이는 손님 자신이 원하는 음료를 지정해 주문하는 것이 아닌 직원이 원하는 음료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해당 주문 방식을 접한 손님들은 평소에 잘 마시지 않던 음료를 접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즐거움에 상당한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둘째, 비상식 도파밍이다. 이는 말 그대로, 상식 밖의 엉뚱한 행동에서 만끽하는 도파밍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년 열리는 방송인 유병재의 ‘웃으면 안 되는 생일파티’, 지난해 8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무소음 DJ 축제’, 같은 시기 개최된 ‘낡은 택배 트럭 레이싱’ 등이 있다. 이들은 언뜻 보면 이상하고 기괴해 보이지만, 평범하고 상식적인 틀에서 벗어난 일탈 행동을 의도함으로써 나름의 해방감과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도파밍 중 하나이다. 

 

셋째, 무모한 도파밍이다. 해당 도파밍은 현실적으로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무모한 목표에 도전하며 느끼는 재미이다. 사람들은 ‘도대체 왜 저런 모험을 하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즐기고 그 과정을 생생히 지켜보며 스릴을 느낀다. 실제로 이들은 ‘24시간 굶고 햄버거 20개 먹기’, ‘하루 안에 시내버스만 타고 서울에서 부산 가 보기’, ‘일주일 동안 면 요리만 먹기’ 등의 챌린지를 하고 그 과정을 커뮤니티나 플랫폼에 공유하기도 한다. 

도전자가 성공에 다다르는 결정적 순간은,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쥘 정도의 긴장감과 도파민을 자극한다. 어쩌면, 자신이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도전을 할수록, 시청자들은 이제껏 보지 못한 짜릿한 경험을 목도한다는 사실에 더욱 열광하고 대리만족하는 게 아닐까.

 

넷째, 기괴한 도파밍이다. 이는 고통과 공포를 제공하는 기괴한 경험에서 느끼는 쾌락이다. 간혹 유튜브에 ‘피지 뽑기’, ‘귀지 제거’, ‘비듬 긁어내기’ 등의 영상을 접한 적이 있는가? 대체 왜 저런 기괴한 소재를 콘텐츠를 활용하는지 의문이 들 때가 많지만, 이를 시청한 사람들은 ‘계속 보게 된다’, ‘내가 다 시원하다’, ‘더러운데 자꾸 찾아본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이처럼 대중은 ‘누가 봐도 재밌고 짜릿한’ 지점이 아닌 ‘한번 보면 멈출 수 없는 기묘한’ 의외의 지점에서 도파민을 자극받곤 한다. 

 

나아가 타인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과정도 도파민에 활용된다. 요즘 인기 있는 랩, 힙합 혹은 댄스 장르에서 상대의 약점을 비난하고 야유하는 ‘디스 문화’, 이를 음악으로 생산해 공격하는 무례한 행동, 그리고 이에 심리적으로 타격받는 상대 아티스트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 방송이 그 예다. 이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단순한 도파민 분비를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사회적으로 상대의 면전에 욕을 하거나 굴욕을 주는 행위는 금지시 되지만, 이것이 가능한 상황을 콘텐츠를 통해 목도함으로써 마음속에 억압된 불편한 감정이 해소되는 것이다. 

 


21세기 도파밍 시대, 찐 행복은 어디에?


만일 인생이 늘 도파민으로 가득하다면 어떨까? 앞서 언급했듯이 재밌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는 중요하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행위 또한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도파민뿐만 아니라 세로토닌과의 조화도 매우 중요하다. 세로토닌(serotonin)은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서 사람의 기억, 정서, 수면, 식욕, 기분 조절 등에 관여한다. 주로 도파민은 ‘짧고 강렬한 쾌락’, 세로토닌은 ‘작고 소소한 즐거움’에 반응하기에 전자는 보통 ‘중독 호르몬’, 후자는 ‘행복 호르몬’으로 불린다.

 

오늘날 숏폼 콘텐츠의 양산과 유행, 과음과 흡연 문화 및 더욱 강렬하고 자극적인 요소를 갈망하는 대중 심리 등은 우리 뇌를 점차 도파민, 즉 중독 호르몬에 의지하게 만든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더 빠르고 강렬한 정보에만 반응하게 만들며, 현실의 느리고 약한 요소에는 반응을 하지 않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는다. 우리가 매 순간 신명 나게 사는 것도 좋지만, 찐 행복을 ‘제대로, 오래’ 누리기 위해서는 현실의 다양한 요소와 상황, 경험을 충분하게 누려야 한다. 다시 말해, 도파민이 분비되는 강한 자극과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안정적 자극에 모두 충분한 가치를 느끼고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삶이 가장 바람직하다. 

 

재밌고 행복한 요소를 더욱 다양하고 오래 즐기는 방법을 터득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릴 자격이 주어진다.




참고문헌

김난도 외 10명, 「트렌드 코리아 2024」, 미래의창, 2023

양산신문, [Website], 2024, [건강의학칼럼]도파밍

https://www.yangsa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527

정신의학신문, [Website], 2024, 도파민의 억울한 누명, 도파민 통제회로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5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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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18 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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