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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앞의 두 기사에서는 심리학을 활용한 여러 건축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프루이트 아이고 프로젝트를 통해서 거주자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은 건축물이 사회를 부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시애틀 중앙도서관은 건축학적으로는 극찬 받았으나 심리학적으로는 이용자에게 불안감을 주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를 통해 건축물의 디자인과 심리학적 안정성 사이에서 적절히 조절하여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사람의 심리를 잘 고려한 건축 요소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근접공간학을 통해서 의자 배치에 숨은 원리를 말하였고, 태양빛과 사람의 기분 조절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가 자리를 선호한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이렇듯, 건축학과 심리학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인간에게 쾌적한 공간을 주기 위한 방식을 고민한다. 이것이 바로 신경건축학이다. 




신경건축학이란?



신경건축학은 20세기 중반에 우연한 계기로 생겨났다. 미국의 조너스 솔크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밤새 연구에 매진하며 백신을 만들려고 하였으나 아이디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었다. 진전이 없는 연구에 지쳐 있던 솔크 박사는 결국 연구실을 떠나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당에서 휴가를 보냈다. 성당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 불현듯 해결책을 떠올린 솔크 박사는 마침내 소아마비 백신 개발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높은 천장 덕에 나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을 딴 생명과학 연구소를 짓는 과정에서 건축 설계를 맡은 건축가, 루이스 칸에게 한 가지를 요구하였다. 바로 ‘연구실의 천장을 높게 설계할 것’이었다. 


Salk Institute 제공

이렇게 해서 솔크 연구소가 지어지게 되었다. 이 건축물은 세계적인 건축가의 루이스 칸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걸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수도원같이 고요한 분위기의 이 건축물은 중앙에 태평양 쪽으로 흐르는 수로가 있다. 중정의 수로와 넓게 빈 공간은 연구자들에게 사색의 공간을 제공한다. 하나의 거대한 모뉴먼트 같은 이 건축물은 심리학적으로도 연구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3m 이상의 높은 천장을 가진 연구소는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왔다. 그 결과 약 1000명이 머무는 작은 연구소에서 무려 5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고 그 외에도 생명과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연구자들을 많이 배출하였다.




인간을 위한 건축



신경건축학은 학교, 병원, 사무실, 주택 등의 공간에서 인간의 행복과 창의성을 키우는 설계를 추구한다. 작은 건축 요소 하나만 바꾸어도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의 심리가 확 달라질 수 있다. 티에리 외 4인(2019)의 연구에 따르면 요양원의 환경 재배치가 치매 환자의 파괴적인 행동심리증상(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초조함과 공격성을 나타내는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간 연구했다. 그들은 요양원의 천장 타일을 하늘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바꾸거나 벽을 연한 베이지색으로 칠하였다. 또한, 낮에는 요양원의 조도를 밝게 유지하고, 반에는 조도가 점직적으로 감소하도록 조절하였다. 그 결과 환자들의 BPSD 발생이 현저하게 줄었으며 늦은 시간에 요양원을 배회하는 횟수도 줄었다. 


이 기사의 서론에서 ‘건축학과 심리학은 모두 사람에 관한 학문이다.’라고 했었다. 신경건축학까지 소개한 지금, 건축학과 심리학은 모두 사람의 ‘행복’에 관한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는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솔크 연구소 사례에서도 봤듯이, 천장을 기존보다 1m 정도 높인 것만으로도 인간의 창의성에 영향을 주었다. 또, 병원의 인테리어를 약간 바꾸었을 뿐인데 치매 환자의 초조함과 공격성이 줄어들었다. 사람은 주변 환경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계기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더 나아가서 행복한 삶도 당신 주위의 사소한 변화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Bautrant, T., Grino, M., Peloso, C., Schiettecatte, F., Planelles, M., Oliver, C., & Franqui, C. (2019). Impact of environmental modifications to enhance day-night orientation on behavior of nursing home residents with dementi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정재승. (2014). 신경건축학: 뇌에게 ‘행복의 공간’에 대해 묻다, 국민행복 공간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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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20 22: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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