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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황선미 ]



꾸준함이 사회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노오력’이라고 은근히 비아냥거림을 받던 개인의 근면성이 이제는 성공을 이끄는 개인의 특기로까지 여겨질 정도다. 갓생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놓고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근면’의 가치를 지향하는지 체감할 수 있다. 처음 갓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God처럼 다 가져서 편한 삶인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God과 Life의 동일한 단어 조합이 완전히 다른 의미로 거듭날 수 있다는 걸 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남들 다 사는 ‘갓생’을 살지 못하는 자기에 대한 자책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다 가진 삶이 아니라 신(God)급으로 모든 걸 계획하고 노력해서 목표를 성취하는 삶이 갓생이었다. 


오 마이 갓! 우리 세대가 이걸 원한다고? 이건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던 새마을운동의 생활양식이 아니었나?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을 떠올리면 자동반사적으로 떠오르는 곡조가 있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나도 일어나 새 마을을 가꾸세~"

"잘 살아보세, 잘 살아보세,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


출처: 구글이미지 (검색어: 새마을운동) 

 

새마을운동을 직접 겪지 않은 내가 이에 대해 아는 것은 슬로건 위에 곡조를 입혀 귀에 쏙쏙 들어오게 만든 노래 덕분이다. “근면, 자조, 협동정신으로 빈곤퇴치와 지역사회개발을 위한 운동(네이버 백과사전)”이라고 요약되는 새마을운동은 대한민국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탑 다운식 대국민 근면성 키우기 정책이었다. 그로부터 50년 정도가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잘 살게’ 되었다. 잘 살아보자고 노력해서 어느 정도는 잘 살게 되었는데도 여전히 ‘갓생’을 위해 고군분투중이니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개인의 근면성을 강조하는지 알 수 있다. 

 


1. 갓생, 어떻게 하는 건데? 


 



갓생 사는 방법이라는 <갓생루틴>을 살펴보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 아침 챙겨먹기 

- 매일 30분이라도 운동하기 

- 꾸준히 독서하기 

 

집에 있는 초등학생의 일상을 따져보니 갓생에 딱 들어맞는다.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 엄마가 해주는 아침을 먹고, 넘쳐나는 운동력으로 공을 차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책으로 채운다. 학교에 다니는 보통 아이의 일상이다. 에릭 에릭슨은 인간의 발달단계에서 초등학생 시절(약 7~13세)은 사회생활에 필요한 역량들, 규칙과 시간을 지키고 같은 훈련을 반복하는 능력, 즉 근면성을 발달시키는 시기로 보았다. 우리가 꾸준함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능력이다. 

 


2. 누구에 의해 지켜졌던 근면성인가? 


 


어른이 된 후 우리 삶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대한민국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 이미 모두 실천했던 갓생을 다시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 형성된 근면성이 외부 권위자의 도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규칙을 내면화해서 자기만의 규율을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기’ 라면, 학교 교육은 규칙을 따르는 학생들은 만들어냈지만 안타깝게도 원리를 내면화해서 자기만의 루틴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어른들은 충분히 길러내지 못한 셈이다. 

 

 

3. 유사 근면성에서 진정한 근면성으로 


 


심리학에서는 해당 개념적 속성을 가졌지만 진정하게 가진 건 아니라는 의미를 나타내고자, 단어 앞에 ‘유사(pseudo)’를 붙이는 관습이 있다. 

 

유사 근면성 : 근면의 속성을 가졌지만 타인에 의한 근면함, 그러므로 꾸준함이 부족함. 


갓생 트렌드가 뒤늦게라도 자기 주도적인 근면성을 키우고자 하는 어른들의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참 반갑다. 그러나 진짜 갓생을 위해서는 기초적 규칙 따르기를 무사히 졸업 후, 근면의 이유조차도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하얗게 태우고 난 후에라도 '내가 원해서 태웠다'는 자신감이 남는다. 


우리 21세기에는 새마을운동 말고 진짜 갓생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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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10 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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