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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A]


사진 출처: Pixabay

미디어에 나오는 상담자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의 문제 행동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가 180도 바뀌어있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오랜 시간 동안 곪아 있던 상처를 치료하다 보면, 어린 시절의 자신이 구원받기도 한다. 그들은 어떤 마음의 병도 고칠 수 있는 만능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분명 처음이었던 순간이, 쓰러졌던 순간이, 그럼에도 일어선 순간이 있었기에 훌륭한 상담자가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문득 내담자의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상담자로서의 삶에 궁금증이 생겨 첨예한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그들이 겪었을 좌절과 극복에 대해 한 번 알아보고자 한다.



누구나 발달 과정이 있다


상담자 발달은 상담자의 이론적 배경과 무관하게 상담자가 한 사람의 전문 상담자로 되어가는 과정을 발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학자마다 상담자 발달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 조금씩 다르지만, ‘상담자들은 일련의 연속적이고 위계적인 단계를 거치며 성장한다’는 초창기 상담자 발달 이론 연구가 Hogan(1964)의 가정을 토대로 한다. 80년대까지는 주로 대학원 과정 동안의 상담자 발달에 초점을 두었으나, 이후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이 전 생애를 거쳐 이루어짐이 강조되면서(최한나, 2005) 5년 이상 15년 미만의 경력을 가진 숙련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 과정을 살펴보는(김혜미, 오인수, 2016) 등 연구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고 있다.

 

상담자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정문주, 조한익(2016)에 따르면, 상담자 발달은 상담자 요인,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 상담자 교육 순으로 상관관계의 크기가 컸다. 진정한 상담자 발달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담자의 개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상담자가 내담자와의 진정성 있는 만남을 통해 서로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상담자 발달은 성장이라는 한 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담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상담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상담자의 앞을 가로막는 좌절


발달이라는 것이 경험을 쌓으면서 단순히 시간이 필요할 뿐인 과정이라면 좋겠지만, 전문 상담자가 되기 위한 길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인생이라는 길목엔 항상 좌절이 숨어 있는 법이니까. 상담자의 유형이나 발달 단계에 무관하게, 전문가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나는 상담자의 좌절은, 상담하는 과정에서 외적, 내적인 장애로 인하여 상담자로서 목적 달성을 하지 못하게 되어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다. 상담자의 좌절 요인으로는 전문적 학습 과정에서의 어려움, 초보 상담자로서의 어려움, 전문가로서의 어려움, 상담 외 업무로 인한 어려움, 진로와 가치 갈등으로 인한 어려움 등이 있으며, 좌절 경험 시 불안, 회의, 무력감, 긴장, 분노 등의 부정적 정서가 수반되었다(오현수, 한재희, 2009).



무릎이 꺾여도 다시 일어나다


좌절 경험은 한순간에 의지를 앗아가 버리기도 하지만, 잘 극복한다면 상담자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이해의 계기를 마련해주는 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상담자는 내담자를 이해하고 치료관계와 상담 기술을 발전시킬 기회가 될 수 있다(한정아, 선우현, 2019). 좌절 경험을 극복하는 방안은 상담자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것으로 나타났는데(오현수, 한재희, 2009), 내담자가 상담자를 찾듯, 좌절의 고통으로 힘겨울 때는 그들 역시 타인의 힘이 필요하다. 고윤희, 박성현(2014)는 상담자의 전문성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모호하고 불안하며 고통스러운 상황을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만의 관점에서 벗어나 객관적인 조망을 취함으로써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담자도 사람인지라


정신적으로 힘들 때면 심리 상담사를 찾는다. 내 심리적 상태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는 사람. 늘 마음에 난 상처를 살피고, 보듬어주는 일을 하니까 자신의 마음쯤이야 훤히 꿰뚫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그러니 설령 마음의 병이나 좌절이 찾아오더라도 그들은 금방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글쎄. 필자는 상담자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 또한 끝없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좌절들을 만나고, 극복해 낼 것이다. 여느 평범한 직업인과 마찬가지로.


“모든 상담자는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며 걷는 사람들이니까.”

- 웹툰 '닥터 프로스트' 中



출처

Hogan, R. A. (1964). Issues and approaches in supervision. 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 Practice, 1(3), 139–141. https://doi-org-ssl.openlink.sookmyung.ac.kr/10.1037/h0088589

최한나. (2005). 상담자 발달 연구의 동향과 과제. 상담학연구, 6(3), 713-727.

김혜미 and 오인수. (2016). 숙련상담자의 좌절경험 및 극복과정의 구조 분석. 상담학연구, 17(5), 159-180.

정문주 and 조한익. (2016). 상담자 발달과 관련 요인에 대한 국내 연구동향 및 상관관계 메타분석. 상담학연구, 17(6), 141-164.

오현수 and 한재희. (2009). 상담전문가 발달과정에서의 좌절극복경험 분석. 상담학연구, 10(1), 109-124.

한정아 and 선우현. (2019). 아동상담자의 좌절경험 성찰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인문사회 21, 10(3), 967-982.

고윤희 and 박성현. (2014). 상담자의 전문성 발달 과정에 대한 연구: 자기성찰 경험을 중심으로. 한국심리학회지: 상담 및 심리치료, 26(4), 805-839.

오현수, 한재희. (2024). 한국 상담전문가 7인의 좌절 극복 이야기. 학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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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6-25 19: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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