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B
[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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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바오, 춘식이, 강아지, 새끼 고양이 등 작고 아기자기한 캐릭터나 생명체를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곤 한다. 우리는 왜 이러한 것에 귀여움을 느끼고, 호감을 가지게 되는 걸까?
거부할 수 없는 인간의 본능, 베이비 스키마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란 보는 사람들이 귀여움을 느끼고, 이에 따라 보호본능, 애정의 정서를 형성하도록 하는 아기의 외모나 신체적인 특징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동물 행동학자인 콘랜드 로렌츠(Konrad Lorenz)에 의해 처음 정의되었다.
베이비 스키마에서 말하는 아기의 외모 혹은 신체의 대표적 특징으로는 이마와 눈의 큼지막한 크기, 몸에 비하여 커다란 얼굴, 볼살과 다리의 통통함, 입과 코의 작은 크기, 부드러운 분위기, 짧은 팔다리, 아장거리는 걸음걸이 등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진화론적 관점은 “우리 인간은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서, 베이비 스키마를 마주할 때, 특정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진화했다”고 설명한다. 이에 더하여 “우리가 아기의 외모 혹은 신체적 특징에 노출되었을 때, 우리는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섬세해지며, 온화해진다”고 말한다. 즉, 어린 동물이나 아기가 누군가에게 귀여움과 보호본능을 자극함으로써 보호를 받고,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귀여움을 느끼는 건 취향에 따라 다른 거 아니야?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정서가 모두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귀여움을 느끼는 요소가 각자 다를 텐데, 이러한 베이비 스키마라는 개념으로 인간이 느끼는 귀여움을 일반화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이비 스키마에서 말하는 귀여움은 주관적인 개인의 취향과 별개로, 객관적인 공통 인식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김영희 기자의 “아기 ‘귀여움’에는 인종•취향을 넘어 공통 특징이 있다”에 언급된 한 연구를 통해, 해당 현상과 의문점에 대한 근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 오사카 대학 대학원 인간 과학 연구과 연구팀은 일본인(동양인) 아기의 얼굴을 부분적으로 가공하여, 귀여움을 줄이고, 늘린 각각의 사진을 제작했다. 그 후 587명의 일본인에게 제작한 사진을 보여주며, 어느 쪽이 보다 더 귀여운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90%의 일본인이 ‘귀엽다’라는 특징을 늘린 얼굴 사진을 선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백인 아기를 사용하여 이루어진 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연구를 통해, 아기 얼굴의 귀여움에 대한 인식은 인종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개인의 취향과 더불어 사람들이 귀여움을 느끼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귀여우면 장땡일까?
귀여운 것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파민과 옥시토신과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하지만귀여움이 언제나 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는 사실 또한 인지해야 한다. 고은경 기자의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물도 그렇다” 기사에서는 유기 동물의 입양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의 귀여운 외모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귀여움에 대한 사람의 기준에서 멀다고 해서, 보호 활동이나 입양 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을 우려하는 것이다. 또한 귀여운 아기의 모습에 사로잡혀 입양했지만, 시간이 지나 점점 자라면서 아기의 모습에서 벗어난 반려동물의 유기와 파양에 대한 문제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인간의 본능이며, 귀여움이 우리에게 행복함을 가져다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귀여움에 대한 집착이 가져오는 역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귀여움에만 과도하게 매료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어떠한 생명이든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를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당연히 갖춰야 한다.
베이비 스키마가 제시하는 귀여움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각각이 가진 매력은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따라서 어떠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든, 어떠한 특성을 지니고 있든 모든 생명체가 고유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존중받고,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고은경. (2023년 9월 23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동물도 그렇다. 한국일보.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92210270001828
김영희. (2022년 2월 24일). “아기 ‘귀여움’에는 인종•취향을 넘어 공통 특징이 있다”. 테크튜브.
https://www.techtub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2
이경혜. (2023년 3월 20일). [PET] 베이비 스키마. MBN
https://www.mbn.co.kr/news/life/4913269
이혜진. (2021년 2월 25일). [두유노우] 아기가 귀여운 것은 ‘이것’ 때문이다?. 파이낸셜뉴스.
https://www.fnnews.com/news/202102241117235006
작고 귀여운 것만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n.d). 올원&건강지키미.
https://myhm.co.kr/one/all/magazine/detail?postId=11981
현효정. (2023년 3월 13일). [숨은 이야기 찾기] 고양이가 귀여운 데에 이유가 있다고?. 창원대신문.
http://mpress.changwon.ac.kr/news/articleView.html?idxno=3050620
katerinakucherenko. (2021년). [그림]. Pixabay.
https://pixabay.com/ko/photos/아기-읽다-놀이-독서-5953965/
Zara Ramaniah, MMKG. (2019년 2월 18일). The power of Cute: using emotional and behavioural responses to baby schema in marketing. LinkedIn.
https://www.linkedin.com/pulse/power-cute-zara-ramani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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