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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채수민 ]




사이비(似而非)의 한자어를 풀이하자면 ‘겉으로 보기에는 같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다른 것’이다. 즉, 진짜처럼 행세하지만 실제로는 가짜인 것을 뜻한다. 사이비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진실을 왜곡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이득을 취한다. 가장 유명한, 또 어쩌면 가장 영향력이 큰 사이비 중 하나는 바로 사이비 종교일지도 모른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이비 종교가 어떻게 심리학을 이용하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 주변에 숨어있는 사이비 종교



사이비 종교에 관한 사건들은 종종 언론에 크게 보도되기도 한다. 필자도 사이비 종교와 연관 있는 사람들을 마주친 적이 있다. 학교 앞에서 이상한 이름의 종교를 포교하던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길을 가는데 말을 무시해도 계속 따라오면서 사이비 종교를 설명하던 사람도 있었다. 교통의 중심지 근처에서는 항상 종교와 관련된 팻말을 들고 있는 사이비 신도들이 있다. 평소에는 모르고 살았으나 한참 뒤에 집 근처에도 사이비 종교 시설이 여러 개 있다는 사실에 소름 돋았던 적도 있었다. 이처럼, 사이비 종교는 우리 사회에 꽤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직접 사람에게 다가가서 말로 사이비 종교를 포교하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사람의 접근을 몹시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는 포교 방식을 바꾸었다. 가장 흔한 포교 방식은 아마도 설문 조사일 것이다. 특정 주제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다거나, 실태조사를 한다. 더 나아가서 동아리나 소모임을 이용하기도 한다. 모임 활동은 설문조사에 비해서 포교 대상자의 경계를 누그러뜨리기 쉽다. 이런 포교활동들은 특히 젊은 층을 많이 포섭할 수 있어서 효과적이다. 사이비 신도가 된 청년들은 활동성이 강하고 헌신과 충성도가 높아서 사이비 종교 단체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이비 종교의 무기, 심리학



사이비 종교가 포교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제는 아마도 심리학일 것이다. 심리분석, 심리 상담, 심리 컨설팅 등 가끔은 심리학 연구에 사용할 것이라면서 설문조사를 요청하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경기 침체로 인해 주거, 직장 등의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사이비 종교는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며 접근한 다음, 그들을 사이비 종교로 끌어들인다. 사이비 종교의 목적은 기본적으로 신도들을 교주에게 종속시키고 그들을 조종하여 약탈과 착취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내면을 파악하고 그들의 약점을 흔드는데 심리학만큼 좋은 것이 없다.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기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의심을 해보고 그것이 진실인지 확인해야 한다. 심리 상담을 해준다는 광고를 본다면, 그 프로그램의 출처를 봐야 한다. 심리 전문가가 허울뿐인 자격증이 아니라, 심리학 협회나 국가에서 발급한 자격증을 갖추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기관명이 적혀 있다면 그곳이 사이비 종교시설로 위장한 곳은 아닌지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 절차를 읽어봐야 한다. 심리학 분야의 설문조사를 하게 되었다면 그것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을 확인해야 한다. 적법한 방법으로 실시하는 연구에는 항상 연구를 진행하는 학교명, 교수명, 연구진들의 이름, 연구에 대한 설명과 목적 등이 적혀 있다. 이런 정보가 적혀 있지 않다면 사이비 종교의 포교 목적으로 만들어진 설문조사는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사이비 종교 탈출자 대부분은 오랜 방황을 겪는다고 한다. 자신이 헌신했던 종교가 가짜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허무함과 자책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신형욱 경기 구리 이단상담소장은 이런 이유로 인해 사이비 종교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또 다른 사이비 종교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사람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나 좋은 환경이 제공된다면 사이비 종교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사이비 종교에 빠져 교주에게 이용당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착취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이비 종교특별법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사이비 종교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이비 종교는 우리 사회에 교모하게 스며들어 있으며, 사람의 심리적 취약점을 이용해 세뇌를 한다. 세뇌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포교 단계에서부터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사이비 종교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 기사에서는 유사과학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비 과학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참고문헌

노연상. (2021). 사이비 종교범죄의 현황과 대책. 인문사회과학연구, 29(2), 36-59.

양윤우. (2023.03.07). ‘사이비 종교에 빠진 66만명, 이들은 왜 스스로 교회에 갇히나’.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30615562058846

이서현. (2023.04.01). ‘사이비 벗어나도 도피처는 또 다른 사이비…탈출자 지원책 마련’.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032113350000227?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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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4 19: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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