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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이도윤 ]



하키 선수인 라일리는 친구들과 다른 학교에 진학하게 됨을 인지하면서 하키 캠프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부모님과 즐겨 하던 아이스하키가 라일리에겐 ‘잘 해야 하는 것’으로 변모한 것이다.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은 라일리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기도 한다.


더군다나 라일리는 사춘기에 막 접어드는, 감정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처해있다. 정서나 사고, 행동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이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불안감이나 심리적 부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걱정 등은 여러 부적응 행동으로 표출된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나온 것처럼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과연 불안의 유일무이한 원인일까?




성과압박의 양면성


<인사이드 아웃 2>에서 라일리가 ‘잘해야 한다’, ‘경기에서 눈에 띄어야 한다’, ‘다른 이들과 좋은 관계도 맺어야 한다’ 등의 무형의 메시지는 라일리의 일상을 지배하며 이내 라일리로 하여금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이는 성과압박(performance pressure)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될 수 있는데, 여기에서 성과압박은 개인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내면적인 압박감을 의미한다. 


직장인 108명을 대상으로 성과압박이 스트레스, 자기조절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Mitchell은 성과압박은 긍정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효과 또한 야기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다고 설명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성과압박을 도전적인 과제로 여긴다면 업무 몰입과 업무 숙달, 조직적 시민행동이 강화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반대로 성과압박을 위협적인 과제로 여길 경우 자기조절능력이 떨어져 규범을 벗어나는 업무 무례(work incivility)로 이어졌다.


라일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라일리는 성과압박을 위협적인 과제로 느끼며 자기조절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는 이를 성과압박으로 새로 등장한 감정, 불안이가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를 운영하던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를 쫓아내는 장면으로 표현했다. 이후 라일리는 자기조절을 하지 못해 여러 문제 행동을 보인다. 




성과압박을 극복하는 열쇠, 자기 긍정


라일리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발생한 지나친 불안감 때문에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그 과정에서 라일리는 규범적으로 금지된,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하고 만다. 라일리처럼 성과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어떻게 비윤리적인 행동을 줄이고,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 정답은 자기 긍정을 하는 것이다. Spoelma는 연구를 통해 자기 긍정이 성과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부정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Spoelma는 온라인으로 참가자들을 모집하여 설문조사를 통해 성과압박의 정도, 지난 1년간의 부정행위의 기본 수준을 측정하였다. 이후 세 가지 조건, 개인적 가치 확인 연습에 참여한 조건, 가장 중요하지 않은 가치에 대해 글을 쓰는 대조조건 그리고 통제조건, 중 하나에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배정하여 조치를 취하고, 첫 번째 설문조사 2주 후, 지난 2주 동안의 부정행위 행동(부정행위, 분노, 이기적 인식 등)을 측정하였다.


실험 결과, 긍정적 가치를 확인한 집단이 성과압박이 분노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완화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핵심적인 개인적 가치를 긍정하면 분노를 통한 부정행위 행동에 대한 성과 압박의 간접적인 영향도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개인이 성과압박에 직면하였을 때 자기 가치에 대한 인식을 유지할 경우 위협적인 정보에 대해 합리화하고 방어하는 것, 다시 말해 자기 보호 방법으로 활용되는 부정행위에 가담할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영화 속 라일리 또한 스스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신념이 성과압박으로 인해 ‘나는 부족해’와 같은 부정적인 신념으로 바뀌었으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인 끝에 새로운 자아와 신념을 탄생시킨 것이다. 라일리는 자기 긍정의 끝에 무조건 방어하는 것을 멈추곤, 곧 자신이 저지른 잘못된 행동들에 대해 반성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극심한 불안은 병이 될 수 있지만 적당한 불안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당한 불안은 우리의 성취에 좋은 역할을 하며, 적절한 불안과 긴장은 우리가 더 많은 대비를 하게 만든다. 종국에 적당한 불안은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여러분 속의 불안이를 너무 미워하지도, 책망하지도 않고 온전히 그 자체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Mitchell, M. S., Greenbaum, R. L., Vogel, R. M., Mawritz, M. B., & Keating, D. J. (2019). Can you handle the pressure? The effect of performance pressure on stress appraisals, self-regulation, and behavior.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2(2), 531-552.

Spoelma, T. M. (2022). Counteracting the effects of performance pressure on cheating: A self-affirmation approach.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7(10), 1804.

이승희, 정용안. (2012). 중학교 운동선수의 성취압력과 불안 및 중도탈락의도의 관계. 한국체육과학회지, 21(4), 1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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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10 18: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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