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인
[한국심리학신문=김혜인 ]
자각몽과 밀루드 기법
꿈을 꾸면서 그것이 꿈이라고 자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자유롭게 조종하는 것을 자각몽(Lucid Dream)이라고 부른다. 자각몽에서는 꿈을 꾸는 사람이 자신이 꿈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들을 마음대로 경험하거나 환경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생각보다 꾸준히 자각몽을 꾸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한 독일의 연구에 따르면, 독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약 51% 정도의 사람들이 인생에서 최소 한 번 이상의 자각몽을 경험했다고 알려진다. 약 20% 정도만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각몽을 경험할 수 있었다. 자각몽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꿈을, 싫어하는 꿈을 꿀 수도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꿈을 꾼다면, 그 안에서 영영 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자각몽 자체를 꾸는 일도 흔하지 않고, 그리고 그 꿈이 긍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렇게 가고 싶었던 유럽 여행을 가거나, 짝사랑하는 상대와의 데이트를 즐긴다거나, 생각만 해도 달콤한 일들이 꿈속에서는 현실과 같이 느껴진다. 이렇게 달콤한 꿈을 꾸고 있는데, 누군가 자신을 깨운다면? 부모님이 늦잠 좀 그만 자라며 이 꿈에서 자신을 끄집어낸다면? 이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아쉬운 일인지는 이 경험을 해본 사람들만이 알 것이다. 이렇게 잠에서 타의로 깨버린 순간, 당신은 이 꿈을 이어서 계속 꾸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 꿈 속으로 다시 빠져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밀루드 기법이다.
밀루드 기법, 그 사용법에 대해
밀루드 기법은 간단히 말하면 자각몽을 꾸기 위해 꿈에서 깨어난 직후 다시 잠드는 기술이다. 잠에서 깨어난 후에 꿈을 떠올리며 다시 잠들면 자각몽을 꾸기 쉽다고 한다. 밀루드 기법(Mnemonic Induction of Lucid Dreams, MILD)은 자각몽을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1980년대 스탠포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라버지에 의해 개발되었다. 그렇다면 이 기법을 사용하려면 어떤 단계와 절차들을 거쳐야 할까?
우선 꿈 일기를 작성한다. “꿈 일기? 그게 뭐지?”싶을 수도 있지만 일기가 일상을 기록하고 기억하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듯, 자각몽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꿈을 잘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꿈 일기를 작성하여 매일 아침 꿈의 내용을 기록해야 한다. 꿈은 쉽게 기억 속에서 휘발되므로 기상 후 빠른 시간 내에 작성하는 것이 세세히 꿈을 기록하는 데에 효과적이다. 꿈을 상세하게 기록하면서 우리는 꿈을 인식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의도적으로 잠에서 깨어난 후, 꿈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이 과정은 REM 수면 단계에 다시 진입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자각몽의 가능성을 높인다. 깨어나기 위해서는 알람을 설정하거나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조정할 수 있다. 만약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 갑작스럽게 깨어나더라도 다음 단계를 잘 해낸다면 꿈을 이어갈 수 있다.
이제 잠에서 깨어난 후, 방금 꾼 꿈을 자세히 떠올리면서 꿈속에서 자각몽을 꾸는 상황을 상상한다. 이때, 꿈속에서 자신이 자각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나는 다음에 꿈을 꿀 때, 꿈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나 “나는 아까 꿨던 그 꿈속 상황을 계속해서 겪을 것이다” 와 같은 자기 암시를 반복하면 더 효과적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꿈의 재구성 과정을 거친 후 다시 잠든다. 이때, 잠에 들면서도 자각몽을 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자기 암시를 반복하며 잠에 들면, 꿈속에서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그 좋았던 꿈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꿈 꾸는 이들을 위해
이와 같은 밀루드 기법은 특별한 도구나 복잡한 절차가 필요 없기 때문에 누구나 시도해 보고 연습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날 수 없으며, 개인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 그래도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속에서만 가질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싶다면, 밀루드 기법을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출처]
최윤영, 오민혜 (2018). 자각몽 유도를 위한 기억 보조 기법(MILD) 연구. 한국심리학회지: 일반, 37(2), 151-167.
Schredl, M., & Erlacher, D. (2011). Frequency of lucid dreaming in a representative German sample. Perceptual and Motor Skills, 112(1), 10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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