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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서정원 ]


  1. 마시멜로를 참을수록 더 성공한다고?

대중적인 심리학책을 들춰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몇몇 실험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을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마시멜로 실험일 것입니다. 사실 저는 어릴 적에 마시멜로라는 단어를 이 실험을 소개하는 어린이 도서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저에게 있어서 마시멜로는 그저 초코파이 가운데에 들어있는 하얀 거였습니다. 마시멜로 실험은 이렇듯 어린아이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은 심리학 실험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잠시 그 내용을 복습해까요?



이 실험에서는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 1개를 주면서, 교사가 잠깐 나가는 15분 동안 먹지않고 참는다면 돌아온 이후에 2개를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은 참지 않고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들과, 참았다가 2개를 받은 아이들로 결과가 나누어졌습니다. 실험의 하이라이트는 이후의 후속 연구에서 나타났습니다. 참가한 아이들의 미래를 추적해서 관찰해보니, 마시멜로를 당장 먹지 않고 참은 아이들이 더 우수한 학업 성적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어릴 때 인내심이 높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를 보여주는 예시로 흔히 사용되고는 합니다. 1970년대에 실시한 실험이었지만 참으로 교육적인 결과인지라, 교육에 불타오르는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이 내용을 담은 책은 여러 버전으로 출간될 정도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에 따라 아이에게 인내심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부모들의 마음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1. 마시멜로 실험의 허점 : 인내심보다 중요한 건 성장 배경

  2.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자 이 실험의 맹점이 드러납니다. 이 실험은 당시에 스탠퍼드 대학교 교직원들의 자녀 90명을 대상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한 미래를 조사한 후속 연구는 그 대상이 단 50여명에 불과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현실에 반영하기에는 참가자들이 백인 부유층이라는 특정한 계층에만 치우쳐 있고, 그 수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에 대한 의문을 품은 2018년 뉴욕대학교의 연구진들은 과거 1990년대에 918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발달조사 데이터를 분석하였습니다. 이 데이터 안에는 마시멜로 실험결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마시멜로 실험과 확연히 달라진 점은, 실험 데이터의 대상들의 다양한 인종과 가정환경을 통해 실제 사회환경이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통계분석 결과, 아동기에 진행한 마시멜로 실험결과는 청소년기의 학교생활과 학업 성적에는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롭게도 우수한 청소년기에 영향을 끼치는 가장 큰 요소는 <인내심>이 아닌, <어머니의 교육 수준>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경우, 마시멜로를 먼저 먹은 아이들과 참은 아이들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저학력인 어머니를 둔 아이들도 마시멜로 먹기를 20초 이상 참았다면, 15분 참은 아이들과 청소년기의 행태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어머니의 교육 수준은 가정의 사회적•경제적 수준과 직결되는 지표였습니다. 즉, 같은 경제적 수준을 지닌 가정에서는 인내심은 아이의 성공을 예측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아이가 가진 인내심보다는 아이의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아이의 나중을 더 잘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1. 가난한 집에서는 마시멜로를 먼저 먹는 게 현명하다

  2. 2012년에 마시멜로 실험을 재현한 연구에서도 앞선 통계분석과 비슷한 결론을 내었습니다. 다만이 실험은 두 집단으로 아이를 나누었습니다. 마시멜로를 주는 선생님의 행동이 믿을만하다는 경험을 하게 한 <신뢰환경 집단>의 아이들과, 반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경험을 하게 한 <비신뢰환경 집단>의 아이들로 나누어 실험을 해본 것입니다. 실험결과, 신뢰 환경의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기다렸고, 반면 비신뢰환경의 아이들은 평균 3분을 기다렸습니다. 즉, 아이 자신의 인내심이 아니라, 나중에 마시멜로를 더 주겠다는 연구원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는지의 여부가 기다림을 결정지은 것입니다. 



이 연구의 제목은 <합리적 간식먹기>였습니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또 주겠다는 어른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기대하며 좀 더 오래 기다릴 수 있습니다. 자신이 자란 환경에서는 이런 약속이 이전부터 늘 지켜져 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과거 연구에서는 아이 개인이 지닌 높은 인내심으로 해석하였습니다.


반면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에게는 나중에 더 주겠다는 지켜지지 못할 약속을 기다리는 것보다, 당장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 치우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나중을 기약하는 부모의 약속을 믿지 못할 만한 이유가 그동안 쌓여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이에게 마시멜로를 먼저 먹는 행동은 자신의 가정환경에 따른 합리적인 선택을 의미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저 인내심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해 온 세상을 바탕으로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1. 같은 실험, 다른 메시지

  2. 마시멜로 실험의 메시지는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어렸을 적부터 개인이 타고난 능력을 강조하는 메시지였다면, 이제는 아이의 약속을 지켜주며 세상에 대한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가정환경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메시지로 탈바꿈되었습니다. 이처럼 같은 연구라도 어떤 요소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눈은 달라지게 됩니다. 누구나 동의할 만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다른 시각을 가지고 한 번 더 들여다본다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다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 주변에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한번도 진짜 내 생각으로 돌려보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동의하고 있는 통념은 없으신가요? 만약 있으시다면, 그 통념에 건강한 딴지를 걸어보는 용기 있는 도전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자료출처>

Kidd, C., Palmeri, H., & Aslin, R. N. (2013). Rational snacking: Young children’s decision-making on the marshmallow task is moderated by beliefs about environmental reliability. Cognition, 126(1), 109-114.

Watts, T. W., Duncan, G. J., & Quan, H. (2018). Revisiting the marshmallow test: A conceptual replication investigating links between early delay of gratification and later outcomes. Psychological science, 29(7), 1159-1177.


Jessica McCrory Calarco (2018.6.1) Why rich kids are so good at the marshmallow test. The Atlantic. https://www.theatlantic.com/family/archive/2018/06/marshmallow-test/561779/

Richard Adams (2018.5.1) Famed impulse control ‘marshmallow test’ fails in new research.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education/2018/jun/01/famed-impulse-control-marshmallow-test-fails-in-new-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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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04 19: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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