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B
[한국심리학신문=조수빈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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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개인의 신체 건강과 정신 건강을 해친다. 게다가 그동안 꾸려오던 삶, 쌓아온 인간관계까지 무너뜨리곤 한다. 하지만 중독은 단순히 중독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독자의 곁에는 그들의 고통을 함께 경험하고 있는 가족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중독자 곁의 가족
공동의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춘천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 따르면, 공동의존이란 중독자가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가족 구성원이 불건강한 환경에 심리적 적응을 하고, 자신보다 타인의 욕구에 중점을 두면서 자신의 참된 자아를 잃게 되는 상태이다. 이러한 의존 상태에 놓여있는 구성원들은 가정 내의 문제를 부인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며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중독자의 문제가 가족의 문제로 더욱 커지게 되면 건강한 가족 체계를 파괴하고, 가족들의 일상생활을 어지럽히며, 중독자의 회복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의존에 대한 빠르고 체계적인 개입을 통해 불건강한 환경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문제를 짊어진 중독자의 자녀들
특히 중독자의 자녀들에게서 심리적인 역기능의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는데, 국립부곡병원에 따르면, 이러한 자녀의 모습은 ‘조력자’, ‘영웅’, ‘희생양’, ‘잃어버린 아이’, ‘마스코트’와 같은 다섯 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조력자’란 가족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유형이다. 해당 유형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번째 유형인 ‘영웅’은 가족 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외면하고, 모범적인 모습으로 가족을 돕기 위해 노력한다. 세 번째, ‘희생양’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반항심을 표출하고 문제를 일으킨다는 특징이 있다. 네 번째 유형인 ‘잃어버린 아이’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마스코트’는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하는 특징이 있으며, 자신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독자 자녀의 내면에는 공통적으로 죄책감, 수치심, 두려움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어, 유형과 별개로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건강한 가족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공동의존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부적응을 경험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에게 체계적이고 개별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 또한 가족 체계의 회복을 위하여, 필요에 따라 가족치료도 함께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동의존은 불건강한 가정 환경과 연관된 증상인 만큼, 해당 치료를 통해 장기적인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료 외에, 중독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자조모임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조모임이란,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지지하며, 회복의 길을 함께 걷는 자발적 모임이다. 실제로 A.A(Alcoholics Anonymous), N.A(Narcotics Anonymous), G.A(Gamblers anonymous) 등과 같은 중독자 자조모임 외에도 alanon, alateen 등과 같은 가족 자조모임이 존재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연대감을 형성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가족들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효과가 있다.
나에게 집중하기
신영철 교수는 정신건강의학신문의 한 영상에서 “관심의 초점을 중독자에게 맞추지 말고, 자기에게 맞춰야 합니다.”라며, “홀로 선 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라는 중독 가족치료의 일계명을 언급했다. 신영철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앞으로 나에게 집중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의 곁에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있을 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건강과 일상을 포기하면서까지 그에게 몰두하는 것은 아픔을 두 배로 증가시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아픔에 동화되기보다는 적절한 경계를 만들고 나의 삶을 살아가보자.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는 주저 없이 내민 손을 잡을 수 있길, 건강한 가족의 품에서 행복한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이한덕. (2023년 6월 27일). 마약류 중독자 회복을 위해•••’중독재활센터’에 도움 청하세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contributePolicyView.do?newsId=148916515
2) 임서주. (2024). 부모의 알코올의존이 대학생의 공동의존에 미치는 영향 : 부모화와 자기자비의 순차 매개효과. 석사학위논문. 한양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상담심리전공.
3) 정신의학신문. (2022년 1월 20일). 중독자의 가족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by.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님)[영상].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VKz5p5WF3xs
4) “중독 바로알기-치료”. (n.d.). 국립부곡병원.
http://www.bgnmh.go.kr/checkmehealme/bbs/bbsView.xx?catNo=19&idx=131
5) “중독이란?-가족의 대처법”. (n.d.). 춘천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https://alcoholfree.or.kr/index.php?mid=info5
6) 중앙대학교 박준성. (n.d.). 가족치료[영상]. KOCW 공개강의.
http://www.kocw.net/home/cview.do?mty=p&kemId=1264889
7) Pixabay. (2016). [사진]. Pexels. https://www.pexels.com/ko-kr/photo/39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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