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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서 ]


출처: 나무위키

"라일리가 어떤 모습일지 우리가 결정할 수 없어"


최근 흥행하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 2>에 나오는 대사이다.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안과 밖이 뒤집어진'이라는 뜻으로,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감정들을 밖으로 속속들이 꺼내본다는 의미이다. 시즌 1에서 11살의 라일리가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의 다섯 감정과 함께 성장했다면, 시즌 2에서는 라일리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불안이, 당황이, 따분이, 부럽이라는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고 변화된 감정들에 적응해 나간다. 새로운 감정 중 라일리에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불안이'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사춘기 시기를 불안이가 중심이 되어 끌어나가면서 라일리는 많은 변화를 경험한다.



현실과 너무나 닮아있는 불안이


이 영화가, 특히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사춘기 아이들을 넘어서 다 큰 어른들에게도 깊은 위로와 울림을 주는 데에는 불안이가 우리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캐릭터 형식으로 귀엽게 표현된 애니메이션이지만, 영화 속 불안이는 누구나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불안함의 감정을 다음과 같이 다양한 측면에서 잘 담아내고 있다.


  1. 1) 불안이의 외모 - 등장하는 순간부터 말 그대로 어딘가 "불안"해보인다. 정신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카락, 찡그려진 눈썹, 불안하게 움직이는 눈동자, 긴장된 눈 주변 근육, 내려간 입꼬리. 실제로 이러한 것들은 표정 연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심리학자 폴 에크만의 연구에서 불안한 표정의 주요한 특징들로 제시되는 것이다.


  2. 2) 상상력 동산 - 사춘기가 되자 불안이가 라일리의 상상력 동산을 지배하며, 상상력을 동원하여 모든 가능한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공장처럼 찍어낸다. '고등학교에 가서 친구를 한 명도 못 만드는 경우', '하키를 그만둬서 부모님이 실망하는 경우',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는 경우' 처럼 말이다. 불안이의 감정이 절정에 이를수록 더 빨리, 더 많은 시나리오를 생각해 내는데 박차를 가한다. 실제로 걱정이 한 번 시작돼서 그것이 불안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머릿속에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두려고 하는데, 이것이 상상력 동산이라는 형태로 영화 속에 표현된다.


  3. 3) 불안의 소용돌이 - 라일리가 하키 경기에서 득점하여 팀에 뽑히고자 하는 열망이 강해지면서 불안이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한다. 라일리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까 봐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붙이고 반칙도 마다하지 않으며 결국 페널티까지 받게 된다. 감정 제어 본부에서는 불안이가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소위 패닉 상태에 빠진다. 페널티 박스에 들어간 라일리는 호흡이 가빠지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인지-행동 이론에 따르면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그 생각이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하고, 이는 패닉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가 불안이를 미워할 수 없는 이유


불안이를 제지하려는 다른 감정들에게 불안이는 반복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나는 라일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야" (I was just trying to protect her)


결국 마지막에 불안이는 울면서 다시 한번 자신은 라일리를 위했던 것이라고 하는데, 필자는 이 부분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어쩌면 나를 힘들게 만드는 불안이라는 감정조차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잘 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울컥했던 것 같다.


누구나 어른이 되어도 마음속에 어린아이가 있다고 하는데, 불안해하는 어린아이(불안이)를 꼭 안아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불안한 마음이 불쑥 찾아와 내 마음을 흔들어놓을 때 성숙한 어른의 시선에서 불안한 아이를 달래줘 보는 것은 어떨까?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불안은 잠재적인 위험을 경고하여 이에 대비하게 만들고 우리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그 불안이 너무 커져 버려 스스로 소용돌이에 빠지지 않도록 내가 나의 불안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나의 불안에게, 그리고 여러분의 불안에게 전하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야. 조금은 힘을 빼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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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7-15 2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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