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한국심리학신문=박소영 ]
심리상담의 상담사를 떠올리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많은 내담자분이 생각하시는 상담사는 인생의 쓴맛, 단맛, 희로애락,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고비는 고비란 다 견뎌낸, 그리고 삶의 철학을 꿰뚫고 있는 나이 많은 사람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상담사의 자격이 내담자의 살아온 경험을 일일이 직접 경험하고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리고 굳이 그 모든 것을 다 경험하였다 하더라도 상담사가 ‘완벽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개인적으로, 필자보다 나이가 많은 내담자와 상담을 시작할 때 자주 듣는 소리가 ‘정말 어려 보이시네요’와 같은 말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주위의 동기들이나 동료와 이야기 나누다 보면 ‘몇 살이세요?’라는 반응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과연 상담사를 할 수 있는 '적절한' 나이와 경험치는 존재하는 것일까?
상담사와 나이에 관한 오해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상담의 목적과도 연관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들으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상담은 내담자의 삶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몇 가지 갈림길이 보이는 거리를 향해 걸어가다가 잠시 얼마큼 걸어왔는지 바라보고, 어떻게 걸어왔는지, 나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걸맞은 갈림길은 어느 쪽인가, 상담사라는 동반자와 함께 이야기하며 바라보는 시간이다. 이 외에도 내담자의 방문 이유에 따라 조금 더 '심각한' 정신질환에 대해 도움을 구하러 오신 내담자분들은 상담을 통해 진단을 받고 걸맞은 치료 방법을 찾는다. 이는 나이에 상관 없이 이는 심리 상담 전공 및 실습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수퍼바이저와 함께 배우고 숙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좋은' 상담사를 만드는 가치는 무엇일까? 이 학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중 ‘호기심’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단어를 듣고 ‘호기심이 상담사가 되는 것이랑 무슨 연관이 있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호기심은 내담자의 사고방식과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이해하고 깊이 공감하게 도와주는 방법이다. 이러한 기술은 상담사의 질문에 의해 그 힘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상담사의 객관적인 시선으로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감정과 경험에 대해 질문을 하다 보면 많은 내담자들은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경험을 연결 짓고 자각하며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다. 이는 나이, 인종, 성별에 관련 없이 누구에게나 치우쳐지지 않은, 선입견 또는 편견이 없는 시선으로 내담자를 관찰하고 호기심 있게 접근하면 배우고 얻을 수 있는 실력이다. 더 나아가, 만약 내담자가 상담 동안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 상담사가 ‘왜 이분은 이렇게 이해하시지?’ 또는 ‘이분은 xxx여서 이러신 거구나’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이해를 하고 있다면, 이러한 순간들을 알아차리고 연구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의 이러한 선입견이 어디에서 오는지, 내담자의 어떠한 내용이 내가 이러한 생각과 감정이 들게끔 하였는지 살펴보고 꾸준히 스스로에게도 질문해야 할 것이다.
혹, 내담자가 상담사의 나이에 중점을 둔다거나 상담을 진행하는 데 있어 나이 차이가 큰 걸림돌이 된다면, 상담사는 이것을 호기심으로 되돌려 질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아하니 XX님께 상담사의 나이가 상담을 하는 데 중요하신가 봐요. 상담 내 XX님이 생각하시는 나이의 중요성은 무엇이죠?” 등과 같이 대화를 통해 내담자의 생각, 사고를 더 이해하며 상담이 어떠한 시간인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설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살아온 경험이 상담에 주는 힘을 과소평가하려 작성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분명, 나이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치와 지식은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상담사의 호기심과 공감력, 그리고 진정성을 통해 내담자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노력이 나이에 의존되거나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이가 적다고 해서 미성숙하지 않다는 법은 없지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현자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이러한 의견이 ‘꼰대' 문화를 인정하거나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생각하는 나이, 그리고 나이의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조금 더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는 시선이 길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나, 상담 내 내담자와 상담사의 관계에 걸림돌이 된다면 말이다.
참고문헌
Dyche, L., & Zayas, L. H. (1995). The value of curiosity and naivete for the cross‐cultural psychotherapist. Family process, 34(4), 389-399.
Waehler, C. A. (2013). Curiosity and biculturalism as key therapeutic change activities. Psychotherapy, 50(3),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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