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죽음’은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무거운 주제이다. 누군가는 두렵다고 느끼며, 또 어떤 사람들은 이를 영원한 안식으로 여긴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사회 문화에 따라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자신이 속해 있던 세상과 작별하는 의미가 있다. 미지의 것일수록 그 불안감과 공포가 커지는데, 인간의 마지막 순간인 ‘죽음’은 그 무엇보다도 근원적이고 실존적인 공포감을 형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장례의 순간을 직접 경험해보는 등의 활동은 오히려 더욱 안정감을 주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기사를 통해 더욱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죽음의 5단계


스위스 출신 미국 정신과 의사이자 사망 및 임종 연구의 개척자인 엘리자베스 쿼블러-로스 박사는 저서 ‘죽음과 죽어감’에서 사망 전에 느끼는 5단계의 감정 체계를 정립했다. 이는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으로 이어진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할 때, 또는 의사의 선고를 받았을 때,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이를 부정한다. 본인이 죽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거나,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죽음에 뒤따를 고통이나 상실에 대한 회피 행동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 점차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서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면 분노의 감정이 뒤따른다. 특히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의 경우, ‘왜 하필 나인가?’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던지는 경향이 있다. 이때 당사자는 주변 가족, 지인들이나 병원 관계자, 더 나아가서 신에게까지 실존적인 질문을 던지고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에는 조금 더 복잡한 과정인 ‘타협’이 나타난다. 아무리 분노하고 부정해도 결국 일어날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종교적인 신 등의 절대자가 타협의 대상이 된다. 선한 행동을 하거나 봉사함으로써,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절대자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 장기 기증 또는 종교적 헌신 등을 진행하는 일이 많다.


죽음을 앞두고 했던 모든 일전의 행동들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질 때, 자신에 대한 통제감을 상실하고 무력감에 빠지며 우울함이 찾아온다.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깊은 두려움과 상실감을 느낀다. 이때 느끼는 우울감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반응성 우울은 이전에 가졌던 것들을 상실하며 느끼는 절망감이며, 준비성 우울은 다가올 상실과 남겨질 사람들에 대한 불안감에서 오는 우울감이다. 이러한 감정들을 편안하게 토로하는 과정에서 환자는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수용의 과정은 마침내 환자가 자기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지막 휴식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안식과 행복이라기보다는 ‘감정의 공백’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혼자 있고 싶어 하며, 방문객을 거절하는 일도 잦아진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의사소통이 현저하게 줄고 비언어적 표현의 사용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것은 ‘고립’이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공감과 대화, 또는 곁을 지키는 가족들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죽음을 미리 겪어보는 임종 체험


지금까지 죽음에 직면한 환자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았다. 최근에는 ‘웰다잉’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편안하게 생을 마무리하도록 돕는 공간인 호스피스가 인기를 얻기도 하며, 죽음 앞으로 직접 가 볼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활동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한국에도 웰다잉센터가 존재하는데, 이곳에서는 직접 임종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수의를 입고 유서를 쓰며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관으로 직접 들어가 약 5분간 명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용객으로는 주로 6~70대 이상의 노인층이 많다.


‘임종’을 주제로 하는 무거운 체험임에도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한 70대 남성은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소풍을 다녀왔다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이 웃으면서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하였으며, 부부 동반으로 방문했던 한 부부는 ‘앞으로 죽을 만큼 사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죽음 앞으로 달려가기


철학자 하이데거는 그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죽음 앞으로 달려가 보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생명이 있는 생명체, 그중에서도 예측과 복합적인 사고가 가능한 인간만이 갖는 가능성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참고문헌

박진영,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죽음의 공포가 낯선 것 배척하게 만든다’, 동아사이언스, 발행일: 2024.05.11.,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65358

손효정, ‘죽음으로 되새긴 삶의 의미, 임종 체험 현장을 가다’, 브라보마이라이프, 발행일: 2023.12.18., https://bravo.etoday.co.kr/view/atc_view/15045

이은영. (2019). 에디트 슈타인과 감정이입(II): 에디트 슈타인의 감정이입(Einfuhlung)의 치유학 -퀴블러 로스의 죽음 수용단계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중심으로-. 현대유럽철학연구,(55), 63-94.

조계화, 이현지. (2011). 중·노년의 죽음불안과 죽음의 개인적 의미가 품위 있는 죽음 태도에 미치는 영향. 성인간호학회지, 23(5), 482-493.

최정윤, ‘죽음을 앞둔 당신, 어떻게 죽을 것인가’, KBS뉴스, 발행일: 2017.10.27.,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3563987






기사 다시보기 

고민은 이제 그만!' 내가 고르는게 항상 최고인 과학적 이유

“많이 힘드셨겠어요…” AI가 하는 상담?

가족이라는 이유로 희생당하는 아이들

“멍 때리지 마”?···그 시기는 지났죠

소젖짜고, 돼지 먹이주고…농촌에서 하는 심리치료

즐거웠던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해 보았다면

“장애는 다양한 특성의 일부”...신경 다양성 운동가들이 알리고 싶은 것은?

“위험한” 체험학습이 아니라 “생생한” 체험학습이 될 수 있도록

가장 좋아하는 색이 나의 성격을 예측한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로봇이라고?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8971
  • 기사등록 2024-08-06 07:43:38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