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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가은 ]



아주 어릴 때부터 어디든지 데리고 다니던 강아지 인형이 있다. 지금은 서랍장 안에 고이 모셔놓았지만, 어릴 때는 인형과 함께 있으면 괜히 든든하고, 잃어버렸다는 느낌이 들 때면 우울하고 속상해했던 기억이 있다. ‘애착 인형’을 가졌던 경험은 대다수의 사람에게 있을 것이다. 꼭 인형이 아니더라도 좋아했던 장난감, 사물 등 다양한 대상에게 애착을 느끼고 소중히 대했던 경험은 모두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커 가면서 자연스럽게 인형에게 쏟았던 애착을 거두고 추억으로 남겨두기 마련이지만, 몇몇 사람들은 성인이 될 때까지 애착 인형과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기도 한다.



애착 인형이 주는 위로


흔히들 부모는 아이 세상의 전부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언젠가 크면서 필연적으로 부모와 분리되어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가는 과정을 겪게 된다. 이 시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오는데, 심리학자 마거릿 말러는 이 과정이 이루어지는 5~36개월 무렵을 ‘분리-개별화기’라고 부른다. 이렇듯 동일한 존재라고 믿었던, 한없이 든든했던 부모가 자신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오는 상실감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는 좌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애착 인형은 부모를 대신하는 중간 단계의 존재로서 안정감을 주고, 위로를 받게 된다.


또 애착 인형의 경우 ‘인형’이라는 특성상 대부분 부드럽고 포근한 촉감을 두고 있는데, 이는 유아기 몇몇 아동의 특성인 ‘촉각 방어’와 관련이 있다. 친밀한 사람 이외의 접촉이나 거칠고 단단한 것에 대한 촉감, 낯설게 느껴지는 촉감을 거부하고 싫어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촉각 방어라고 하는데, 인형의 부드러운 촉감은 유아가 추구하는 익숙한 촉감에 가깝기 때문에 이 또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어린 시절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


아동기에 애착 인형과 떨어지지 않고 싶어 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인 발달 과정이며, 따라서 극심한 수준이 아니라면 집착 등으로 보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도 애착 인형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거나, 인형의 부재에 우울 또는 심각한 불안이 느껴진다면 유아, 아동기의 애착 관계가 불안정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수 있다.


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임명호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애착 관계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하며, 계속해서 애착 대상을 대신할 만한 다른 대상을 찾는다. 이는 사랑하는 애인이 될 수도 있으며, 함께 자란 반려동물이나 취미 활동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인형 또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정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동의 경우 기본적으로 양육자, 애착 대상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으며 건강한 애착 관계라고 할 수 있지만, 불안정 애착 관계를 형성한 아동은 대상을 깊이 신뢰하지 못하고, 애착 대상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분리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성인이 되며 애착을 형성하게 되는, 주 양육자와는 또 다른 대상에게 집착하거나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결론적으로는, 주 양육자와 함께 보냈던 과거가 애착 인형에의 과도한 집착에 영향을 주는 것일 수 있다.



건강하게 헤어지는 방법


오랜 세월 함께한 인형은 필연적으로 낡고 더러워진다. 게다가 언젠가 해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계속해서 안고 살아가야 한다. 이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면 이제 작별할 때가 되었다는 뜻일 지도 모르겠다. 정이 든 인형과 건강하게 작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아동의 경우, 억지로 떼어놓으려고 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와의 애착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또한 성인일 경우, 추억을 하나씩 정리해 보거나 사진을 찍어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남아있는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다양한 행동을 통해 우리는 과거의 추억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애착 인형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고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만 행복한 감정 이면에 부정적인 감정까지 불러일으킨다면 애착 인형에게 쏟았던 정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더욱 건강한 일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이해나, ‘30대인데도 애착인형 없으면 못 자는 나, 이유 뭘까요? [별별심리]’, 헬스조선, 발행일: 2024.03.28., https://m.health.chosun.com/svc/news_view.html?contid=2024031802770

이동귀, ‘[생각연구소]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 시간…애니메이션으로 알아본 심리학’, YTN사이언스, 2019.09.04., https://m.science.ytn.co.kr/program/view.php?mcd=0082&key=201909041635499698

이순용, ‘[김미선 박사의 마음 쉼터] 분리 개별화의 아기의 발달’, 이데일리, 2023.08.13., https://m.edaily.co.kr/news/read?newsId=01207046635706992&mediaCodeNo=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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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8-07 16: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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