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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신지아]



혐오의 시작



아르바이트하다 보면 소위 '진상'을 많이 마주한다. 본래 진상은 겉보기에 허름하고 질이 나쁜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고객이나 방문객을 뜻하는 '손님'이 붙어 진상 손님이라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진상손님은 상점에서 비속어, 폭력, 직원 비하 등으로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고객을 말한다.


나도 알바하며 많은 유형의 고객들을 마주한다. 그러다 진상 손님을 응대하면 화를 참기가 힘들다. 유독 특정 나이대가 많다고 느꼈고, 그래서 한때 시내버스의 노약자석만 보아도 짜증이 솟구쳤다. 그 후, 이것이 하나의 '혐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떤 개인의 행동으로 그가 속하는 집단 전체를 일반화한다면, 또 다수가 이 행위를 지속적으로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혐오를 멈추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를 통한 혐오



미디어가 발전하며 혐오는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의 주요 13개의 사건을 선정 후, 이를 보도한 지상파 방송 3사의 유튜브 영상 댓글 총 11만 4,000여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권력과 제도 및 타인에 대한 적개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특정 커뮤니티에서 표출되던 혐오가 이제는 온라인 공간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유럽 국가에서 이미 혐오 표현 규제를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어 냈다. 국제연합은 2019년에 '혐오 표현에 대한 전쟁'을 선언하고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비했고, 되려 혐오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여기에 딥페이크, 생성형 인공지능 등으로 혐오는 유포가 더욱 쉬워졌다.


그 예로 미국의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쏟아지는 극우 세력의 인종 및 성차별적 공격을 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 등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우파의 공격이 거세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극단주의 연구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이어지는 언어적 공격이 현실 세계의 불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내 혐오는 정당하다는 착각 



그렇다면 왜 우리는 혐오할까? 개인이나 사회마다 쉽게 배척하고 혐오하는 정도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뉴욕대 심리학자 존 조스트 교수에 따르면, 어떤 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때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고 한다. 구조적 문제로 접근한다면 추상적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이것은 인지적 능력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의 원인을 거대한 구조에 있음을 인정하면 무기력과 불안을 느낀다. 그렇기에 내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을 비난하는 것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나보다 상대적으로 약해 보이는 대상을 공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직적 집단주의 사회에서 혐오는 더욱 쉬워진다. 개인의 성장과 행복보다 집단이 우선시이므로 개개인은 하나의 부품이 된다. 이런 경우에 사회적 불평등이나 차별을 나쁜 것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사회적 문화와 규범이 그 자체로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해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기 쉬운 것이다. 




혐오라는 것을 인지하려면


 

일상에 혐오가 넘쳐나면 '표현의 자유' 또는 '웃자고 한 말'이 되어버린다. 이는 혐오 표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혐오가 혐오라는 것을 인지하고, 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먼저 개인을 범주화해 대하는 것은 심각한 차별이 된다. 또 일부의 문제를 전체의 문제로 부풀릴 수 있다. 편견 중 일부가 사실이더라도 함부로 책임을 특정 집단에게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맘충'과 같이 곤충에 비유해 비하하는 단어는 혐오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어떤 집단을 사람 이하의 존재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에게 모욕을 줌과 동시에 '하찮은 존재로 생각해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담는다. 이렇게 혐오를 정당화하게 되면 실제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혐오가 극단적으로 향하면 차별과 적개심을 선동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부추겨 혐오하도록 나서게 할 수 있다. 그 예로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볼 수 있는데,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드러내는 것은 '차별해도 된다'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들게 한다. 이것이 폭력이 되면 범죄 행위가 되는 것이니 혐오를 삼가야 한다.


이렇게 혐오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지금은 그냥 살아가도 각박한 세상이다. 이런 사회에서 혐오는 어쩌면 나의 스트레스에 대한 분풀이 대상을 만들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미워하지 말고, 서로를 사랑하는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1) 김민정. (2024). 미디어와 혐오. 지식의 지평,(36), 31-45.

2) 김희진 기자, "해리스에 쏟아지는 혐오 발언들...증오의 정치 세력 키우나", 2024.07.29, 경향신문, https://m.khan.co.kr/world/america/article/202407291510001#c2b

3)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한국 사회의 혐오에 대하여", 2019.09.07, 동아사이언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31002

4) 송형국 기자, "농담이었다고요?…이런 게 ‘혐오표현’입니다", 2022.04.21, KBS 뉴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44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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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8-08 23: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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