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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채로 불에 활활..' 역사 속 "마녀사냥"의 군중심리 - "마녀사냥" 정말 역사 속으로? - 역사로 보는 심리학
  • 기사등록 2024-08-26 09:4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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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마녀사냥은 중세 유럽 교회의 권위를 드높이기 위해 이단을 처치할 목적으로 종교재판소를 설치하고 이단심문관과 종교재판관들을 파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단심문관과 종교재판관들은 마녀도 이단으로 포함시키자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교황도 승인을 번복할 만큼 파격적인 주장이었다. 실제로 마녀는 당시 악마를 숭배하는 이단이 아닌 의사, 약초사, 산파, 치유사 등을 겸하는 존재였기에 교황도 결정을 고민한 것이었다. 이렇게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도와주고 아픈 사람을 치료해주던 마녀는 왜 사냥을 당하게 된 것일까? 


당시 전 유럽을 강타한 소빙하기와 페스트, 전쟁은 종말에 대한 두려움으로 군중을 몰아넣었다. 두려움을 느낀 군중은 이러한 혼란의 원인을 책임질 누군가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군중은 악마가 세상에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믿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악 대신 손쉽게 자신들의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악의 원흉을 찾아냈다. 그 타겟은 바로 “마녀”였다.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군중은 왜 비이성적일까?” <군중심리>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귀스타브 르 봉은 세상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귀스타브 르 봉은 그의 저서인 <군중심리>에서 현명한 엘리트들조차 한 집단을 이루면 군중의 부정적인 측면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당시 최고의 엘리트들로 꼽히던 교황과 왕, 학자들도 결국 집단을 이루며 군중의 특성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의 <군중심리>에서는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세 가지 요소를 찾을 수 있다.

 

1. 군중은 높은 지능을 필요로 하는 행동을 수행하지 못한다. 

군중은 개인이 가진 요소들의 총합이 아닌 개인이 가진 요소들의 교집합으로써 개인들의 장점보다 기본적이고 본능적인 자질만을 공유하기에 아무리 현명한 엘리트이더라도 군중 속에서는 그 자질을 내보일 수 없게 된다.

 

2. 군중이라는 이름 하에 개인의 책임감은 분산된다. 

군중을 이룬 개인은 단순히 군중의 숫자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자신의 사회적 권력이나 힘 등을 가졌다고 착각하게 되며, 개인이었을 때는 억제할 수 있었던 본능을 더 이상 억제할 수 없게 되어 군중이라는 이름 하에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본능을 추구하게 된다.

 

3. 군중은 군중을 이끄는 조작자의 최면에 휘둘린다. 

군중 속에서 개인은 군중을 이끄는 자의 가치관이나 언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며 자동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은 암시효과로 자신의 행동이 개인의 합리적인 생각에 의한 것이라고 착각한다. 




사회심리학자들의 군중심리 실험


사회심리학자 무자퍼 셰리트의 자동운동실험과 솔로몬 애시의 동조실험은 귀스타프 르 봉의 <군중심리> 속 세 요소를 뒷받침한다. 무자퍼 셰리트의 자동운동실험에서는 개인보다 그룹으로 형성된 피험자들이 의견을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심지어 개인으로 실험에 참가했을 때는 다른 의견을 내놓은 피험자도 그룹이 되었을 때는 의견을 바꾸어 그룹과 의견을 일치 시켰으며, 다시 개인이 된 이후에도 그룹에서 비롯된 의견을 고수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타인의 의견을 듣고 이에 동조하는 형태를 보인 것이다. 


이는 정답이 있는 실험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시의 동조실험에서는 개인일 때는 정답률이 99%에 달했지만, 그룹일 때는 오답률이 37%에 달했다. 실험이 끝난 후 오답을 선택한 피험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피험자들은 타인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었다는 인식보다 자신의 착각이었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옳은 답을 알면서도 그룹이 오답을 말하자 그들에게 동조하여 자신의 의견을 바꾼 것이었다. 이 실험은 결국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 합리적이고 개인적이라고 믿지만 개인은 정답이 확실한 상황에서도 개인의 생각보다 군중심리를 따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현대의 마녀사냥


수 많은 연예인들이 "현대판 마녀사냥"이라고 불리우는 무분별한 악마화와 악플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SNS가 발달함에 따라 연예인들 뿐 아니라 심지어 일반인들도 정신적 피해를 입는 등 SNS 속 마녀사냥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판 마녀사냥"은 장작에 불을 붙혀 산 채로 사람을 태우던 장소가 스마트폰 속 작은 창으로 변한 것일 뿐, 개인을 향한 군중의 비이성적 행동과 폭력성은 여전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초반, 코로나 감염자의 이동 동선이 SNS에 공개되자 한 개인이 자신의 의지로 자유롭게 이동한 동선은 전 국민에게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실제로 당사자는 심각한 비난 여론과 개인정보의 유출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군중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하지 못하고 타인의 행동만을 비난함에서 오는 쾌감과 권력에 중독된 듯이 한 개인을 사냥하는 “현대판 마녀사냥”은 살벌했다. 당연하게도 피해자에 대한 비난에 대한 정당한 근거나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의 군중 모두는 “가해자”, “마녀” 프레임을 씌우고 사냥하는 중세의 이단심문관과 종교재판관이 되어버렸다. 

 



마녀사냥처벌 받습니다.


과거의 마녀사냥은 종교라는 거대한 권력 하에 군중에게 당연한 것이었지만, 종교가 아닌 법치주의가 군림하는 21세기에서는 그렇지 않다. 현대에는 아무리 군중심리로 인한 책임감과 죄책감이 조각된 행동이라 하여도 그 행동에 대해서 개인은 조각될 수 없는 응당한 처벌을 받는다. 댓글, 문자 등에 의한 마녀사냥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모욕죄, 협박죄 등에 해당될 수 있다. 


인간은 진화의 동물이다. 우리는 더 이상 중세 시대에 살고 있지 않다. 군중에 휘둘려 개인이 가지고 있는 현명한 자질을 잃지 않도록, 자기성찰적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속한 군중의 숙제일 것이다. 





참고문헌

1) 정정엽, '마녀사냥-잔인한 군중심리', 정신의학신문, 발행일: 2021. 12. 05, https://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32171

2) 임관혁, '마녀사냥은 단지 과거의 일일까', 법률신문, 발행일: 2024. 2. 11, https://www.lawtimes.co.kr/opinion/195460

3) 박수란, '[피플&포커스] '현대판 마녀사냥'에 표적이 되는 사람들', 천지일보, 발행일: 2020. 3. 11, https://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716889

4) Le Bon, Gustave, (1895), La Psychologie des fou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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