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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허정윤 ]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동안 독자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 짜증 나고 불편한 심정일 수도 있고, 누군가와의 해결되지 못한 다툼 때문에 착잡하거나 화가 나는 상태일 수도 있다. 


소중한 방학이 끝나가는 것이 아쉽거나, 새로운 학기의 시작에 설렘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큰 프로젝트가 끝나 후련하고 뿌듯하거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연애를 시작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수도 있고, 더운 날씨에 불쾌감을 느끼거나, 혹은 만사가 귀찮고 따분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의욕의 상태에 있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다른 감정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건, 그건 내 감정이다. 

내 감정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정해 주어야지, 감정을 무시하거나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싫다고 거부 반응을 보이면 감정이 자신을 알아봐 달라고 더 크게 난리를 부릴지도 모른다.

 


필자는 서울의 모 청소년 상담 복지 센터의 심리 상담 동아리 부원으로 활동하면서 근처 구립 센터에서 방과 후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에 한 번 감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정에 관한 활동들을 준비하면서 초등학생 친구들이 감정을 지칭하는 여러 단어들에 익숙해 지기를 바라는 심정이었지만, 막상 회기를 진행하면서 보니 초등학생들이 경험하는 감정 상태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오히려 내가 배우게 되는 점들이 많았다. 

 

특정한 상황에서 글에 등장하는 인물이 어떤 감정을 느꼈을 지에 대해 적어 보는 시간이 있었다.

예를 들면 ‘미란이가 피구를 하다가 실수로 상대편 친구의 얼굴을 맞추었다. 미란이는 _________감정을 느꼈다.’와 같은 문장에서 빈칸을 자신의 생각대로 채워 보는 방식이었다. 


위의 문장에서 초등학생 친구들이 제시한 답은 정말 각기 각색이었는데, 어떤 친구는 미안함, 또 다른 친구는 당황함, 어떤 친구는 상대편이 보복할까 봐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고, 누군가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또 다른 상황인 ‘세라는 좋아하는 국어 과목을 열심히, 완벽하게 준비했다. 이제 시험장 앞에 선 세라는 ______.’과 같은 문장에서 누군가는 ‘긴장된다’고 한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답했고, ‘두렵다’고 답한 친구도 있었다. 왜 두려움을 느낄 것이냐는 질문에 친구는 오히려 완벽하게 준비를 했을 때가 모르는 문제가 하나라도 있을까 봐 더 두려운 법이라는 제법 어른스러운 답변을 하기도 했다. 

 

또한 수업 중 어쩌다가 ‘벅찬’이라는 감정 표현이 등장하였는데, 한 친구가 자신은 계주 선수로 달리기를 해서 일등을 했을 때 벅찬 감정을 느낀다고 하였다. 옆 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본인은 언제 벅찬 감정을 느껴보았는지 물어봤는데, 그 친구가 주저 없이 자신은 힘들 때 벅차다고 답했다.


그러니까 ‘벅참’이라는 감정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감격, 기쁨이 넘칠 만큼 가득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5000만 인구, 아니, 지구상의 90억 인구가 다 같은 사람이라는 존재이면서도, 다 다른 각자의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므로 내 감정을 의심하고,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것이 옳지 않다면서 싫어하거나 타박하는 것은 내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 내가 특정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나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다. 매 순간 내가 어떤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주의 깊게 내 내면을 관찰하고,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감정 알아차리기 연습


수시로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는 연습은 필요하다.


알아차리는 순간 감정은 그 강렬함을 잃기 때문이다. 어떠한 감정이 거기 있음을 앎으로써, 우리는 그 감정을 분출할 것인지, 아니면 조용히 바라보고 지나갈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두 방법 중 어느 것이 옳은지는 상황마다 다르지만, 제삼자의 시선으로 감정을 대함으로써 우리는 언젠가는 지나갈 상황과 감정에 파도처럼 휩쓸리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이 거부당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의 존재를 인정받음으로써 감정을 모두 쏟아내지 않아도 해소가 되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 

 


감정을 읽어주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지만 감정이 열과 성을 다하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기 전에 퍼뜩 알아차리고 그 생각과 감정의 존재를 인정해 준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개성을 가진 사람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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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03 13: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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