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A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A ]
모든 사람들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견해를 지니고 살아간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면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든 멀지 않은 곳에서 자신과 생각이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떠올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한 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와 이견을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보다는, 침묵을 택했을 확률이 높다.
사소한 의견 충돌이 반복되다가 어느 순간 관계가 단절되는 것과 같이, 작은 생각의 차이가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사소한 생각의 차이가 걷잡을 수 없는 문제로 불거지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가장 간편히 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대화'이다.
쉽게 생각하면, 대화는 우리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흔한 행위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감정의 골이 깊어질 때면 오히려 대화를 하는 것을 피하곤 한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주고받는 것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이토록 사람들이 상대와의 진솔한 대화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갈등에 대한 두려움
대화 상황에서 누군가 이견을 내놓는 경우, 대화 참여자들은 서로를 설득하거나 각자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때 상충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수렴되지 않으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대화 참여자들이 자신의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기 시작한다. 이처럼 갈등이 심화되면서 대화의 일반적인 원리나 격식이 지켜지지 않는 의사소통 상황을 '갈등적 대화'라고 칭한다.
갈등적 대화 상황에서는 대화 참여자 중 일부가 대화를 일방적으로 종료하거나, 대화장을 벗어나는 등 대화의 종료 단계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화에 남겨진 대화 참여자는 암묵적 합의하에 종료되는 일반적인 대화의 구조에서 벗어나, 대화를 일방적으로 종료 '당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갈등적 대화 중에는 요구, 명령과 비난이 빈번히 드러나기 때문에 대화 참여자 모두에게 심리적 피로감 및 공포심이 가해진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이견을 제시해 보기도 전에 갈등적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충돌이 우려되는 대화 자체를 꺼리게 된다.
갈등적 대화를 반복적으로 촉발하지 않으려면 대화의 참여자 모두가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여서는 안 된다. 즉 상대와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자신의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하는 동시에 상대의 이견 또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 서로가 올바른 대화 자세를 갖춘다면, 각자의 이견을 제시하였을 때도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함으로써 갈등적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양질의 대화로 이어질 것이다.
생각의 충돌이 아닌, 생각의 결합으로
사람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다양한 부딪힘이 생기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수많은 부딪힘을 겪으며 견고하게 갈고 닦인 생각들은 더 이상 타인의 것들과 충돌하지 않고 결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이견들이 결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의견 교환이 갈등적 대화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자신의 의견만큼 상대방의 입장 또한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자세를 갖추고 양질의 대화가 이루어질 때, 세상은 점차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띠게 될 것이다.
상충하는 수많은 견해들이 그저 타인과의 사이를 방해하는 장애물처럼 느껴지기 쉽지만, 이를 지혜롭게 활용한다면 모두의 시야를 확장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대화를 해 나가며 생기는 수많은 난관은, 다양한 견해가 결합하여 만드는 아름다움이 그만큼 값진 결과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맥락에서, 타인과 발생하는 의견 충돌은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의 시야를 넓혀주는 호혜적인 과정이다. 나와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에서 사유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능력이 아닐까.
참고문헌
1) 손달임. (2008). 갈등적 대화의 원리와 구조 연구 :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녀의 대화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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