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프랑스 파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 ‘에펠탑’일 것이다. 이렇게 프랑스와 파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단 20년 만에 사라질 뻔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에펠탑의 역사
에펠탑은 프랑스 건축가 알렉상드르 귀스타브 에펠이 만든 거대한 철탑으로, 근대 건축의 혁신점이라고 불리고 있다. 또한, 1889년에 무려 323m라는 엄청난 높이를 달성하여 1930년 이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구조물이었다. 프랑스는 프로히센-프랑스 전쟁(보불전쟁, 1870~1871)에서 독일에 패배한 치욕을 만회하고, 산업혁명 중심지 프랑스의 기술력과 자존심을 과시하기 위해 거대한 에펠탑을 건축했다.
지금은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에펠탑이지만 처음부터 모든 이들에게 환영 받은 것은 아니다. ‘악마의 표시’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 엄청난 반대가 있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에펠탑의 건축을 반대한 것은 철골 구조가 흉물스럽고 고풍스러운 파리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사람들의 극심한 반대에 딱 20년 간만 설치한 후 해체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막상 철거 예정이었던 1909년 에펠탑은 송신탑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파리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에펠 탑 유지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게 에펠탑은 13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랑스와 파리의 상징이자 파리 시민의 자랑으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왜?
악마의 상징, 흉물이라고 말할 정도로 에펠탑을 싫어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왜 철거에 반대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단순노출효과’ 때문이다. 단순 노출 효과(Mere-exposure Effect)는 처음에는 무관심하거나 싫어했지만 자주 보면서 점점 호감으로 변하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자꾸 보면 정 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점점 친숙하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로버트 자이언트가 이를 ‘에펠탑 효과’라고 명명했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진을 보여 주는 빈도에 따라 호감도가 변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12장의 얼굴 사진을 보여 주고 호감도를 측정했는데, 사진을 보여주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호감도도 함께 증가했다.
단순 노출 효과를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광고이다. 유튜브나 TV 등을 시청할 때 종종 나오는 광고를 통해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호감도를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다.
많이 보여주면 무조건 좋아질까?
그런데 무엇이든 자주 보면 정말 좋아지는걸까?
단순 노출 효과가 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만족시켜야 할 조건이 있다. 초기 인상이 적어도 ‘보통’이어야 단순 노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에펠탑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인 것이다. 부정적인 인상을 가진 대상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면 오히려 평가가 더 낮아지는 경향이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단순노출효과의 한계점이다.
단순 노출 효과의 정반대 현상도 존재한다. 과다한 반복적 노출로 인해 노출 대상을 지겨워하고 호감도가 감소하는 과잉 노출 효과(Over exposure effect)이다. 대표적으로 PPL(간접광고, Product Placement)이 있다. PPL은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에 기업의 제품을 소품이나 배경으로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제품을 광고하는 것이다. 시청자는 PPL을 통해 제품을 알게 되고 자주 접하며 관심과 호감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너무 자주 불쑥불쑥 나오는 PPL은 오히려 시청자를 화나게 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에펠탑이 지금까지의 명성을 이어온 것은 자주 접하면서 호감이 생기는 단순 노출 효과 덕분이지만, 모든 것을 많이 본다고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첫인상이 적어도 보통은 되어야 효과가 나타나고 오히려 너무 반복적으로 보여주거나 부정적 인상을 가진 것을 계속 보여주면 더 싫어질 수도 있다.
참고문헌
1) 김정한. (2024년3월31일). ‘”파리에 에펠탑이 없을 뻔했다고?”…해체 운명 이겨낸 랜드마크 [역사&오늘]’ 뉴스1. "파리에 에펠탑이 없을 뻔했다고?"…해체 운명 이겨낸 랜드마크 [역사&오늘] - 뉴스1 (news1.kr).
2) 원성훈. (2024년2월27일). ‘[윤재우의 뉴미디어] 에펠탑 ‘단순노출효과’ 온라인 이용법’ 뉴스웍스. [윤재우의 뉴미디어] 에펠탑 '단순노출효과' 온라인 이용법 (newsworks.co.kr).
3) 조진래. (2024년2월19일). ‘[원 클릭 시사]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 브릿지경제. [원 클릭 시사] 에펠탑 효과(Eiffel Tower effect) : 100세시대의 동반자 브릿지경제 (viva100.com).
4) 황성아. (2019년2월24일). ‘PPL 했다가 드라마랑 너무 잘 맞아 떨어져 초대박난 브랜드5’. 인사이트. PPL 했다가 드라마랑 너무 잘 맞아 떨어져 초대박난 브랜드 5 - 인사이트 (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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