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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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우울증 환자 수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우울증 진료 인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8~2022)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총 430만 407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기준으로 20대 우울증 진료 인원이 18만 5942명(18.6%)으로 가장 많았으며 30대와 40대가 뒤를 이었다.
약...꼭 먹어야 하나요?
감기에 걸리거나 몸에 상처가 나면 병원을 방문하듯이 마음에 병이 들거나 생채기가 나면 적절한 약과 치료를 처방받아야 한다. 오늘날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고 관심이 고조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이들은 오히려 마음을 치유하고 더 나은 삶을 개척해 나가기 위해 주변인과 전문가에게 적극적으로 조언 및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나 정신질환 치료에 있어서 약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많은 정신의학과 전문의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환자조차 약물치료에 대해 상당한 우려와 난색 등을 표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약을 먹으면, 계속 의존하게 될까 봐 못 먹겠어요”, “정신과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는데 그냥 면담 치료만 하는 것은 어려울까요?”, “약을 먹으면 뇌에 좋지 않다는데..그냥 안 먹으면 안 될까요?”
약물 오남용 및 부작용 사례는 수도 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 속 환자들이 익숙지 않은 정신과 약 복용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약물치료 거부는 향후 정신질환을 치유하고 개선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우리는 환자가 몸과 마음을 대하는 이분법적 사고 및 약물 중독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몸과 마음을 대하는 이분법적 사고
우리는 흔히 몸과 마음을 나누어 생각한다. 다시 말해 몸의 문제는 몸의 차원에서 해결하고 마음의 문제는 마음의 차원에서 극복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는 환자가 마음의 문제를 몸의 차원, 즉 약물 치료법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받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몸의 문제는 마음의 문제로 이어지고 마음의 문제는 몸의 문제로 이어진다. 이는 일상 속 영양 부족이 불면증, 신경과민 등의 결과를 낳고 스트레스가 두통, 소화불량 등의 결과를 낳는 현상에서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마찬가지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기에 마음의 문제는 몸의 차원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몸과 마음을 대하는 이분법적 사고에 얽매여 마음의 병을 키우지 말자.
약물 중독에 대한 정확한 이해
정신과 내원 환자가 가장 많이 처방받는 약이자 약물 중독 및 의존을 염려하는 약으로는,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분리되어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등 뇌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이다. 가장 대표적인 항우울제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를 들 수 있다. 이는 감정,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데, 최준호 정신의학과 교수는 기성 언론 매체에서 ‘SSRI의 경우 기존 우울증 약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가 매우 높다’며 ‘이는 마약처럼 중독 성분에 해당되지 않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SRI를 비롯한 항우울제는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주가 걸린다는 점, 정신과 의사 역시 환자의 증상과 신체 상태 등을 면밀히 파악한 후 항우울제 처방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항우울제에 대한 약물 의존도는 상당히 낮다고 전망된다.
반면, 항불안제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여 불안증에 의한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제이다. 가장 대표적인 항불안제로는, 벤조디아제핀이 있다. 이는 복용 후 효과가 비교적 신속히 나타난다는 점, 장기간 복용 시 정신적 의존뿐만 아니라 신체적 의존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습관성 중독 및 의존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그래서 정신과 약 먹어요? 먹지 말아요?
결론적으로 정신과 약은 적절히 복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많은 정신건강의학 전문가가 우울증 발병 원인을 뇌간, 간뇌, 변연계와 대뇌 사이의 신경전달 이상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몸과 마음의 치료법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한다. 또한 항우울제와 항불안제의 특성 및 약물 중독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피고, 전문가의 적절한 복약 지도 아래 관련 약이 처방된다면, 정신과 약은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다.
참고문헌
1) 약업신문, [Website], 2023, 정신건강 '위기'의 한국...정신질환자 5년 사이 37% ↑
http://m.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1&nid=286233
2) 헬스조선, [Website], 2024, 약에 의존하기 싫다지만… '항우울제'에 대해 꼭 알아야할 것들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4/02/05/2024020501564.html
3) 세계일보, [Website], 2023, 우울증약 중독 된다? 정신질환 치료 잘못된 속설은 [S스토리-우울증 앓는 2030]
https://www.segye.com/newsView/20231103515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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