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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민 ]



어떠한 병명을 ‘진단’ 내리는 것이 꼭 필요할까? 진단이 이루어지면 때로는 낙인의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일부에서는 이를 피하고 증상 자체에만 집중하는 치료 방법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서 정확한 진단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조기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 상, 어떤 생물학적인 표지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행동 표지로만 진단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검사와 평가 도구들이 존재하며, 각 도구는 특정 상황에서의 행동과 반응을 면밀히 분석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부를 판별한다. 지난 기사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조기 진단의 중요성과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각각의 진단 방식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아보려고 한다.




  • 1. ADOS

ADOS는 Autism Diagnostic Observation Schedule의 줄임말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하는 신뢰도가 높은 척도 중 하나이다. 반구조화된 표준화 평가 도구로, 2세 이상의 아이들과 성인에게 사용된다. 이 검사는 개인의 나이와 언어 구사 수준에 따라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놀이 및 행동 등을 평가하며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ADOS의 특징은 검사자가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황을 제공하고, 피검자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검사는 언어 발달 수준과 상관없이 적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발달 단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 2. ADI-R

ADI-R는 Autism Diagnostic Interview-Revised의 줄임말로, 아동의 주양육자를 면담하여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하는 도구다. 18개월 이상의 아이들과 성인에게 사용되며, 사회적 상호작용, 의사소통 능력, 그리고 제한된 관심범위나 행동 총 세 가지 영역이 평가된다. 면담자의 재량으로 유연하게 질문을 할 수 있는 비구조화된 평가 도구이기 때문에, 면담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질문지에서는 ‘아이가 특정한 물건만을 가지고 놉니까?’라고 묻고 ‘예’ 또는 ‘아니오’로만 대답할 수 있다면, 면담에서는 ‘어떤 물건을 어떤 상황에서 갖고 노나요?’ ‘그 물건이 없을 때는 어떤 모습을 보이나요?’ 등의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상동적 행동인지 아닌지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각각의 항목에 점수를 매겨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진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3. K-CARS (한국판 아동기 자폐증 평정 척도)

K-CARS는Korean Childhood Autism Rating Scale의 줄임말로, 전문가의 관찰과 보호자의 응답으로 진행된다. 3세 이상 21세 이하의 아동 청소년들에게 진행되며, 상동 행동, 의사소통,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의 3가지 하위 검사로 구성되어 있다. 행동의 빈도와 더불어 행동의 강도, 특이성, 지속시간 등을 확인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1~4점 척도를 가진 총 15항목으로 구성되어, 15~29.5점 사이는 증상이 없거나 최소한의 자폐 관련 행동이 보임을 나타내고, 30~36.5점 사이는 경도에서 중등도 수준의 자폐 관련 행동이 보임을 나타내고, 37~60점 사이는 중도 수준의 자폐 관련 행동이 보임을 나타낸다. 부모/양육자 질문지가 포함되어 비채점 질문이지만, 최종 평가 시 반영된다. K-CARS에는 CARS2-ST(표준형)과 CARS-HF(고기능형)의 두 가지 평가지가 존재한다. 



 

다양한 도구의 상호보완적 사용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행동 표지만으로 진단을 내려야 하고 자폐인이 모두 각자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기도 하고 조심스럽다. 그리고 하나의 질문지 또는 양육자의 보고만으로 진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의 질문지 또는 전문가의 1시간 관찰로는 개인의 단편적인 모습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육자의 보고는 편향되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해 양육자의 보고만을 바탕으로 진단을 내리는 것은 위험하다. 따라서, 전문가의 관찰과 양육자의 보고를 모두 살펴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진단 방법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AODS와 ADI-R는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되고, K-CARS 평가지에서는 전문가의 관찰과 양육자 질문지가 모두 포함된다. 


최근에는 컴퓨터나 AI 기술을 이용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진단을 위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AI 기술이 수년간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예리한 눈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전문가와 AI가 협력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방법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조기 진단은 단순히 병명을 붙이는 작업이 아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발달 과정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제공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Kover, S. T., Davidson, M. M., Sindberg, H. A., & Weismer, S. E. (2014). Use of the ADOS for Assessing Spontaneous Expressive Language in Young Children With ASD: A Comparison of Sampling Contexts. Journal of Speech, Language & Hearing Research, 57(6), 2221–2233. 

2) 이소현, 윤선아, 우숙정, 심세화, & 남보람. (2023). 자폐 범주성 장애 아동의 인지 프로파일 분석: K-Cars 2 표준화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자폐성장애연구, 23(1),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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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스펙트럼 장애: 조기 진단이 삶의 변화를 만든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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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27 16: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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