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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이수현 ]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Work and Life Balance(워라벨)’이라는 용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과도하게 일만 하는 것보다는 삶과 일의 중심을 잘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Work and Life Balance에서 일의 비율이 높은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 삶의 웰빙을 유지할까? 일의 비율이 높다면 일상에 신경 쓰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어질 것이고 우리의 정신 건강과 몸 건강에 안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일 중심성(work centrality)이란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일이 중요하고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지 정도로, 직무 특성이나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 안정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지나친 일 중심성은 우리의 웰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삶의 우선순위를 일에 두는 태도는 일중독(workaholism)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위협하고, 원활한 대인관계 유지와 사회적 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 과도한 일 중심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개인의 의지력은 쓸수록 고갈되는 한정된 자원이다. 한 곳에 의지력을 몰아 쓰면 다음 일에 몰두할 에너지가 소진되기 마련이다. 우리의 에너지를 보존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 있다.



규칙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루틴은 의식적인 생각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 반복적으로 하는 자동화된 행위로 정의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매일 아침 기상해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업무에 관한 아이디어를 논할 때 늘 산책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오전에 집중적으로 글을 쓰고, 그 후 1시간을 달리는 것을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유지해 왔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고유한 습관을 발견할 수 있다. 일 중심성이 높은 사람들에게 루틴은 불필요한 의사결정이나 생각을 덜 하게 해주어 다른 중요한 목표나 생각을 할 시간을 충분하게 마련해준다. 아침에 일어나 10분 동안 명상한다든가, 혹은 스트레칭하는 등의 자신만의 것을 만든다면 삶의 질이 더 향상될 수 있다.


주진영 등(2024)의 연구에서 루틴은 일 중심도의 부정적 영향을 유의하게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호작용 효과는 직무 소진과 주관적 안녕감 모두에 대해 유의하였다. 낮은 연구 참가자들은 일 중심도가 높을수록 직무 소진을 더 심하게 경험하였고, 높은 연구 참가자들의 경우는 일 중심도가 더 이상 직무 소진을 증가시키지 않았고 주관적 안녕감을 감소시키지도 않았다.


이처럼 루틴은 우리의 직무 소진을 막고, 주관적 안녕감을 유지해 주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의 생산성을 향상해 주거나 건강한 습관을 기를 수 있게 해준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엄격한 일정을 준수하는 ‘J’가 되는 것 이상의 이점이 존재한다. 자신만의 루틴을 확립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고, 주관적 안녕감을 유지하고, 건강한 습관을 기르고, 우리의 삶의 목적의식 또한 제공할 수 있다. 삶은 예측 불가능성의 연속이다. 이러한 삶에 루틴이라는 예측성을 넣는다면 우리가 더 쉽고 탄력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언제나 좋은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앞에서 설명한 것과 별개로, 언제나 우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강박적인 루틴이 행동의 유연성을 떨어트리고 강박성 및 완벽주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선행 연구들(Wood & Runger, 2016)의 연구도 존재하고, 주진영 등(2024)의 연구에서 삶 중심도가 높은 사람이 높은 수준의 루틴을 갖는 경우, 직무 소진이 증가하고 주관적 안녕감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우리의 삶을 권태라는 부정 정서를 겪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앞의 연구에서 관찰되었듯, 일 중심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삶의 이점이 되었으니, 상황에 따라 삶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결론은..


우리에게는 때로 일에만 몰두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오곤 한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면 삶의 웰빙이 악화하거나 일 외의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일 중심성이 높더라도 일상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면 직무 소진과 행복 저하를 개선할 수 있다. 즉, 건강한 일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참고문헌

1) 주진영 등(2024). 루틴은 일 중심성에 따른 직무 소진과 행복 저하를 개선한다, 한국심리학회지: 사회 및 성격, 38(2), 11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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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24 13: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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