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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우리는 일상에서도 편하게 유머를 접한다. 하지만 항상 유머가 유머러스하지는 않은 법, 우리는 때때로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당신도 느꼈을 불쾌감의 이유는 무엇일까? 불쾌하지 않은 멋있는 유머를 “날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월성 이론 


우월성 이론은 타인을 자신의 비교 대상으로 삼아 타인의 아둔함, 어리석음, 실수 등을 보고 자신의 우월성을 확인함으로써 웃게 된다는 이론이다. 즉, 웃음은 타인에게서 비롯된 자신의 우월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더 나아가 누군가의 외면만을 보고도 웃음을 터트리곤 한다. 상대의 모습에서 무의식적으로 우월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유머가 우월성 이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월성 이론이 유머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며, 우리의 웃음이 내면의 열등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모순이다.


 


유머러스하지 않은 유머


우월성 이론에서 비롯된 유머가 항상 불쾌한 것은 아니다. 이는 쉽게 상대를 웃기는 방법 중 하나이고, 자신을 낮추는 유머는 오히려 호감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반대도 흔히 존재한다. 바로 모두가 웃을 수 없는 유머일 때다. 


논란이 되었던 장애인 비하, 인종차별 등을 소재로 한 개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이러한 개그에서 다수의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그들보다 자신이 우월함을 느끼고 웃게 되었고, 이들은 실제로 장애인 비하나 인종차별 등을 소재로 한 개그에 대해 '재미있었으면 됐지, 요즘 세상은 너무 예민해.' 등으로 반응했다. 하지만 개그의 소재 정도로 전락해 버린 장애인들과 인종차별 대상자들은 웃을 수 있었을까?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우리도 웃을 수 없음을 체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개그맨이 개그 프로에 출연해 개그랍시고 동양인과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비하의 대상이 된 동양인이자 한국인인 우리는 웃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웃을 수 없는 것을 넘어 소수가 불쾌감을 느끼는 순간 유머는 조롱, 능멸, 차별으로 전락해 버린다. 이러한 유머에 대해 '개그일 뿐'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장난일 뿐이었어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분개해야 함이 사회적 “규칙”이기 때문이다.

 



멋있는 유머를 던지는 법


유머의 핵심은 괴리와 모순이다. 프로이트는 이를 ‘해방된 난센스의 쾌감’이라고 말했고, 쇼펜하우어는 ‘직관과 개념의 불일치’ 라고 말했다. 유머는 외형적으로 언어의 문법과 논리를 충실하게 따르면서도 통상적인 생각의 회로를 뒤집고 기존의 인지적 질서를 해체한다. 그 과정에서 의미나 이미지 사이의 충돌이 일어나며, 그 부조화는 웃음을 유발한다. 이를 바탕으로 멋있는 유머를 던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요소가 필요하다. 전혀 어렵지 않으니 긴장하지 말도록!

 

첫 번째, 상황 설정 (set-up)

유머의 핵심인 괴리와 모순을 형성하려면 우선 그 전에 외형적으로 언어의 문법과 논리를 충실하게 따르는 통상적인 생각, 상황, 개념 등이 존재해야 할 것이다. 이 상황 설정이 유머의 바탕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준다. 즉,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어떠한 맥락을 형성하는 단계인 것이다. 상황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맥락 속에 기대와 긴장감을 조성하는 무엇인가를 첨가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멋있는 유머의 두 번째 요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연결고리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급소 문구 (punch line)

첫 번째의 상황 설정으로 기대감과 긴장을 조성하는 어떠한 맥락이 형성되었다면, 긴장감과 기대감만을 조성한 채로 끝까지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으로는 웃음을 터트릴 수 없다. 조성해 놓은 긴장감과 기대감을 터트리는 결정적 한 마디가 필요하다. 이 한마디의 핵심은 바로 ‘반전’이다. 칸트는 ‘웃음이란 긴장했던 기대가 갑자기 무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정서’ 라고 말했다. 상황 설정에서 조성했던 맥락에게 급소 문구라는 허를 찌르는 습격을 가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습격에 상대방의 머리가 의외성으로 하얘질 때, 웃음은 터져 나온다. 

 

세 번째, 자신감

유머의 첫 번째, 두 번째 요소를 본 후 마지막 요소를 마주했을 때 비교적 별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머의 요소 중 가장 저평가 되는 것이 자신감이다. 위의 상황 설정과 급소 문구, 반전 등이 아무리 잘 이루어졌을지라도 자신감이 없는 말투나 태도로 유머에 임한다면 그 누구도 웃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선을 사로잡고 귀를 기울이게 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개그 프로의 개그맨들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신감 없는 말투와 태도로 개그에 임하는 개그맨을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개그가 상대를 웃기지 못할 수도 있을지언정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자신감을 가득 실어 상대에게 개그를 전개한다. 


우리의 다수는 개그맨이 아닌 일상적으로 사람을 상대하는 일반인이다. 일반인들에게 체계적이고 엄청난 개그와 유머는 사실상 무리일 수 있다. 그렇기에 자신감은 일상의 멋있는 유머에 매우 중요하다. 유머는 자신감이 빠지면 시체다. 복잡한 유머의 요소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자신감 있게 자신만의 유머를 던져본다면 상대는 멋있는 유머보다 멋있는 당신에게 주목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안전한 유머


다윈은 유머의 조건으로 의외성과 불일치, 안전함과 유희성을 들었다. 다윈에 따르면 유머는 안전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삼거나 상대를 깎아내리는 것 등은 절대 유머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우리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듯, 불쾌한 유머는 당신을 불쾌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며 멋있는 유머는 당신을 멋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참고문헌

김찬호, (2018), 유머니즘,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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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09-26 19: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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