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한국심리학신문=김정민 ]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안경을 쓰고, 다리를 다친 사람이 목발을 짚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계단 대신 *램프를 이용한다. 이처럼 우리는 다양한 지원 체계를 통해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런 지원 체계가 없는 사회라면 이들의 삶은 어떨까? 개인의 삶의 질은 개인이 가진 특성보다는 사회가 제공하는 지원 체계에 의해 더 크게 좌우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을 반영한 것이 바로 신경 다양성 관점이다.
* 램프: 한 층에서 다른 층으로 기울어진 표면을 의미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건물의 출입문에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려면 경사로가 필요하기 때문에 램프가 사용된다.
신경 다양성 관점이란, 한 개인의 신경학적 차이를 장애로 규정하지 않고, 다양성과 차이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은 장애가 단순히 개인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한다는 생각에 기반한다.
신경 다양성의 역사
신경 다양성 개념은 1960년대 후반에 일어난 장애 권리 운동에서 출발했다. 장애를 의학적 문제로 보고 '고치거나 없애야 하는'것으로 여기는 기존의 의학적 모델에 도전하는 움직임이었다. 의학적 모델에 반대하며 운동가들은 장애를 사회적 모델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는데, 장애를 개인의 상태와 환경 간 상호작용의 산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이러한 시각의 전환은 장애를 단순한 개인의 결함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 장벽과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했다.
'신경 다양성'이라는 용어는 1990년대 후반에 호주 장애 권리 운동가인 주디 싱어(Judy Singer)가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는 신경학적 차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고, 이를 병리화하거나 낙인 찍기보다는 수용하고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자폐인들을 중심으로 인터넷을 통해 신경 다양성 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자폐’가 고쳐야 하는 하나의 결함이 아니라, 개인의 특징이자 중심 정체성임을 드러내며 연구 참여, 중재 방향, 교육 현장의 모습, 고용 등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신경 다양성 운동이 자폐인들을 중심으로 커지기는 했으나,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 난독증, 운동실조증, 뚜렛 증후군 등 여러 상태를 포괄한다.
신경 다양성 운동의 목표
신경 다양성 운동은 신경발달적으로 차이가 있는 사람들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강점과 능력, 그리고 보완해야 하는 점들뿐만 아니라 사회와 직장에서 마주하는 도전과 장애물에 대해 교육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사회가 이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이 더 포용적인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이는 고정관념과 오해를 없애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고 해도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강조해 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힘을 실어주고자 한다.
신경 다양성 운동은 신경 다양인들이 고용,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옹호한다. 또한, 이들이 차별받지 않고 그들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다.
신경 다양성 운동은 신경발달적 차이를 가진 이들과 그 가족에게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신경 다양성에 대한 정보와 자원뿐만 아니라, 이들이 경험을 공유하고, 중재를 받고, 연구에 참여하는 등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
신경다양성이 사회에 미친 영향
신경 다양성 개념은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경학적 차이를 가진 사람들이 직면하는 낙인과 차별에 도전하며, 더 포용적이고 수용적인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신경 다양성 운동은 개인들의 고유한 강점과 능력을 인정하며, 그들이 사회에 적응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나, 이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지금 상당 수의 이들이 기술,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특한 능력과 시각을 발휘하며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지만, 더 많은 이들의 잠재력을 사회에서 실현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용주와 일반 대중이 신경 다양성 개인들의 강점과 능력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이들이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성공할 수있도록 자원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신경 다양성 운동은 우리 사회가 장애와 차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들고, 다양한 신경학적 차이를 수용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이는 ‘장애’가 개인에게 귀속된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이전에 우리가 가졌던 시각을 점검하며, 신경 다양성 관점이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생각해보며 균형 잡힌 시각을 가져야 한다.
모든 사람은 소중하고 존중받을 권리를 지닌다.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하며 각 개인의 고유한 특성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사회의 도래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1) Kathy Leadbitter, Karen Leneh Buckle, Ceri Ellis, & Martijn Dekker. (2021). Autistic Self-Advocacy and the Neurodiversity Movement: Implications for Autism Early Intervention Research and Practice. Frontiers in Psychology, 12.
2) NYHAN, S. Disability or Divergent Characteristic? Inside the Neurodiversity Movement. Journal of College Admission, [s. l.], n. 241, p. 50–53, 2018.
3) Hunt, A. D., & Procyshyn, T. L. (2024). Changing perspectives on autism: Overlapping contributions of evolutionary psychiatry and the neurodiversity movement. AUTISM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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