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한국심리학신문=박지연 ]
아이가 학교에 입학한 후, 학교에서 오는 전화는 부모를 기쁘게 하기도 하고 고민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만약 집에서는 말을 잘하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발표는 물론이고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면 부모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이번 기사에서는 수줍음이 많은 성격 혹은 버릇 없는 아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하며, ‘어른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라며 무심코 넘길 수 있는 ‘선택적 함구증’에 대해 알아보자.
선택적 함구증
선택적 함구증/선택적 무언증(Selective Mutism)이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장애이다(권석만, 2023). 주로 아동에게서 나타나며, 다른 상황에서는 말을 잘 하지만 학교, 친척 또는 또래와의 만남과 같이 말하는 것이 기대되는 사회적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선택적 함구증이라고 해서 모두 똑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이는 아이마다 그 양상이 다양한데, 친구들과 놀이는 함께 하지만 말은 하지 않거나, 친구들에게만 말하고 어른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가장 심한 경우 가족에게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수줍음이 많거나 버릇 없는 행동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며 자폐스펙트럼장애로 오인받는 경우도 있다.
왜 말을 하지 않는 걸까?
선택적 함구증은 사회적 상황에서의 심한 불안이 원인으로 여겨지고 있다(Sharp et al., 2007). 선택적 함구증을 지닌 아동들은 기질적으로 불안에 민감하며 어릴 때부터 심한 수줍음을 나타낸다. 또한 이들은 대개 성격이 유연함이 부족하고 다소 강박적인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경직된 문제 해결 방식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장애의 특성상 말을 하지 않으니 사회성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말을 하지 않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른이 묻는데 대답도 안하고 버릇이 없다.’거나 ‘저렇게 숫기가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등 억울하게 안좋은 소리를 듣기도 한다.
양육자는 말을 잘 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아예 말을 못하는 것은 아니니 언젠가는 말을 하겠지’ 혹은 ‘어려서 그런 거겠지. 크면 괜찮아 질거야’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는 다르게 선택적 함구증은 시간이 지난다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치료를 받지 않고 오래 방치될수록 만성적 우울증, 심한 불안, 사회적 문제 등을 겪을 수 있다(권석만, 2023).
치료법은?
모든 질병이 그렇듯 선택적 함구증 역시 아동의 적절한 발달을 위해서는 빠른 발견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치료로는 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놀이치료와 행동치료를 접목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학교나 유치원 등에서 조금씩 노출을 늘려가며 단계적으로 말하기를 시도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이의 기질적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치거나 입학 이후에도 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치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비롯한 항우울제가 처방되며 약물에 대한 습관성이나 의존성이 없으면서도 불안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약물 치료 효과는 아주 좋은 편이지만 약물만으로는 선택적 함구증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기 때문에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심리치료와 사회 기술훈련 등을 병행해야 한다.
집에서는 재잘재잘 말도 잘하는 아이가 알고 보니 학교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누구나 걱정되고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두려운 마음에 쉬쉬하고 치료의 적기를 놓친다면 아이의 발달에는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니 아이에게서 조금이라도 선택적 함구증의 증상이 보인다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
참고문헌
1) 권석만. (2023). 현대 이상심리학. 서울:학지사.
2) 이호분. (2017년3월2일). ‘[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학교서 말을 안 하는 선택적 함구증’. 국민일보. [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학교서 말을 안 하는 선택적 함구증-국민일보 (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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