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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칭찬의 덫에 걸린 인정 중독자 ➀ - 분노 조절 장애, 그리고 인정 중독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 우리의 뇌는 칭찬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기사등록 2024-10-07 19: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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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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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가 없어요, 나 좀 말려 주세요”


분노 조절 장애’를 겪는 사람 :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작은 자극에도 과도하게 반응한다.

 타인의 인정이 결여되었을 때 더욱 큰 불안과 분노를 느낀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사실 ‘분노 조절 장애’를 앓는 사람들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도, 

 자신 스스로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적 행동에 기반한 평판에 예민한 사람들이라는 것을요.


 


 

 사회적 보상, 달콤하고도 잔인한 중독이죠

 

 

사회적 보상은 중독을 극복하는 부분에 있어 상당한 도움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것은, 만족감이나 쾌감, 그리고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수많은 다른 행위와 마찬가지로 어떠한 ‘중독’으로 이어질 잠재성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병적인 수준으로 분류 가능한 심각한 정도의 인정 욕구는 ‘인정 중독(approval addiction)’이라 일컬어지곤 한다. 

 

특정한 보상을 얻기 위한 행위가 중독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기준점은 바로 ‘원함(wanting)’‘좋아함(liking)’ 간에 괴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판단해도 무방하다. 

인간은 어떠한 행위를 한 뒤에 만족감을 느끼면 그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때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과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더욱더 강한 보상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된다면 그 행동은 이제 더 이상 만족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을 중단했을 때 느끼게 될 극심한 박탈감을 피하려고 지속하는 일에 불과하게 된다. 이 상태가 되면 더는 좋아하지 않는 행동조차도 계속해서 원하게 되는 상태 즉, 원함 그리고 좋아함이 분리된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약물 중독, 혹은 도박 중독이 진행되는 과정이 이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그리고 이와 동일한 패턴이, 예의 ‘인정 중독’에도 적용된다. 처음에 누군가에게서 호감, 감사 혹은 인정을 끌어낸 특정 행동이 점점 더 잦아지고 반복된다면, 점자 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과거와 같은 정도의 인정과 호감을 얻지 못할 것이 두렵고 불안해 그 행동을 지속하게 되는 것이다. 

 

처음으로 100점이라는 성적을 받아서 부모님의 칭찬이라는 보상감을 느낀 아이가, 이 때문에 공부에 흥미를 가지고 노력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경우 아이의 뇌에서 보상에 반응하는 도파민 분비 세포는 처음과 같은 수준의 반응을 유지하기 위해 보다 높은 강도의 보상, 혹은 아예 새로운 보상을 요구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가 처음과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님으로부터 훨씬 높은 수준의 칭찬이나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부모님 또한 처음과 비슷한 성적으로는 동일한 정도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결과적으로 아이는 점점 더 높은 성적을 받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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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족을 얻기 위해서?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학업 목표 및 기대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서, 과거와 동일한 수준의 학업 성적이란 오히려 도파민 세포의 활동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아이가 공부를 계속하는 이유는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닌, 성적이 떨어지게 되어 부모님이 느낄 실망감 즉, 도파민 세포 활동의 감소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가 타인의 호감이나 인정을 얻기 위해서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이 행동이 자신에게 만족감을 가져다주는지 혹은 불안감을 해소시키는지를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만약,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지못해서 특정 행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지나친 인정 욕구에서 비롯된 '인정 중독' 상태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것이, 스스로의 가치 체계를 재정립해야 할 시점임을 알려주는 중요한 계기도 될 수 있다.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얻고,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 강력한 쾌감을 가져다준다. 이 쾌감이라 함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강력해지는데, 다른 모든 보상들처럼 유기체의 궁극적인 목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보상에 과도하게 몰입하며 생겨난 '인정 중독'이란 다른 종류의 보상들로 인한 중독보다도 훨씬 강력하며, 더욱 헤어 나오기 어렵다. 이것을 대체할 수 있을 만한, 보다 강력한 가치를 가진 다른 보상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그러하다. 


음식, 혹은 성적 대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멈추고 통제하게 해주는 여러 대안적 가치들 중, 가장 강력한 것은 바로 '타인의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으로서는, '타인으로부터 비호감을 이끌어내는 자신', 혹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비난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견딜 수 없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위를 자제하고 스스로를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타인의 비호감이나 비난을 피하기 위한 '동기'는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불건전하고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어주곤 한다.

그렇다면, 능력과 인성 면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이러한 평가를 지속적으로 얻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할 경우, 그의 사회적 보상을 향한 집착을 멈출 수 있는 대안적 가치는 도대체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아마 이 순간, 이 글을 읽는 누군가는 이러한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능력이나 인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좋은 일인데, 어째서 그것을 멈춰야 하는 거지? '

물론 뛰어난 능력과 인성이란, 그 자체로 장려되어야 하며 누구나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임이 분명하다. 단,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인정 욕구가 '적정 수준'을 초과하기 전까지만 말이다. 





참고문헌

1) 김학진. (2017).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도서출판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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