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린
[한국심리학신문=정혜린 ]
귀환전도 (국가유산청 https://www.khs.go.kr/main.html)
한국의 설화에는 도깨비가 자주 등장한다. 도깨비는 ‘민간 신앙에서 믿어지는 동물 혹은 사람의 모습을 한 잡된 귀신‘으로 정의된다. 비상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을 홀리거나 괴롭히기도 하지만 도와주기도 한다. 도깨비는 흥이 많고 소란스러우며 노는 것을 즐긴다고 알려져 있다. 그들은 밤새도록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고 잔치를 벌인다.
도깨비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아무도 그 실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전해지는 이야기마다 묘사되는 도깨비의 모습은 다르다. 유사한 내용을 가진 이야기일지라도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전해지기도 한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매우 크고 털이 가득하며 노린내가 많이 난다고 묘사하기도 하고, 말발굽 소리나 사발 혹은 기왓장 깨지는 소리로 도깨비의 존재를 암시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푸른빛이나 무색의 밝은 불빛인 도깨비불도 자주 등장한다.
욕망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사람들에게는 먹고 싶은 욕망, 높은 지위를 얻고 싶은 욕망,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망 등 다양한 욕망이 존재한다. 사람이 가지는 욕망은 육체적인 욕망, 정신적 욕망, 그리고 세속적 욕망으로 나눌 수 있다. 육체적인 욕망은 가장 기본적인 욕구로부터 비롯되는 것으로, 먹기나 자기, 성적인 행위를 하기와 관련이 있다. 허영과 사치는 정신적 욕망에 해당하며 권력, 지위, 명예, 부를 원하는 것은 세속적 욕망에 속한다.
도깨비 이야기 속 도깨비의 역할
도깨비 이야기의 주인공은 결핍이 있고, 도깨비는 결핍으로부터 비롯된 욕망을 충족 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도깨비가 원해서 사람을 도와주든 사람이 도깨비를 속여서 이용하든 결국 도깨비로 인해 주인공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얻는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의 욕망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쁜 사람, 즉 악을 맡고 있는 사람의 경우 도깨비에게 맞거나 혼나는 등 화를 입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는 권선징악을 중요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깨비방망이’로 보는 도깨비와 인간 욕망
착한 나무꾼은 산속에서 나무를 베다가 열매 4개를 얻는다. 가족과 나눠 먹을 생각에 열매를 챙겨 마저 일을 했지만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에 급하게 오두막에 들어가 피한다. 그곳에는 도깨비들이 잔치를 열고 있었다. 방망이를 두들기면 갖가지 음식과 술이 나왔고, 도깨비들은 흥에 취해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나무꾼은 그 광경을 보다가 배가 고파져 낮에 주웠던 열매를 깨물어 먹는다. ‘까드득.' 열매가 깨지는 소리가 너무 커 놀란 도깨비들은 도망을 갔고, 나무꾼은 방망이 하나를 가져와 부자가 된다.
나무꾼은 가족을 사랑하는 효심이 가득한, 즉 ‘선’한 인물이다. 나무꾼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다. 그래서 돈을 벌기 위해 매일 나무를 베어야 한다. 나무꾼의 결핍은 돈이고,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나무꾼은 도깨비의 방망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욕망을 실현했다.
착한 나무꾼이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을 들은 나쁜 나무꾼은 그 방법을 똑같이 따라 한다. 숲속에 들어가 착한 나무꾼이 알려준 장소에 도착하니 열매가 굴러왔다. 나쁜 나무꾼은 모두 자신이 먹을 생각으로 열매를 챙겼고, 오두막에 들어가 잠을 잔다. 밤이 되자 도깨비들이 잔치를 벌이기 시작했고, 나무꾼은 열매를 깨물었다. 도깨비들은 자신들을 속인 놈이 또 왔다며 나쁜 나무꾼을 찾아내 때리고 혼을 내줬다.
나쁜 나무꾼은 효심도 없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악’한 존재이다. 부자가 되겠다는 욕망이 과도하고, 효를 실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깨비를 통해 벌을 받았다. 도깨비는 과도한 욕심을 지닌 인물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그런 인물의 욕망은 좌절된다. 오히려 자신이 갖고 있던 것들을 더 뺏기는 경우가 많다.
도깨비는 사람과 비슷하지만 신기하고 기이한 능력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로 등장하여 재밌는 설화를 많이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도깨비라는 존재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를 원했고, 그러한 마음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즐겼다. 도깨비 이야기는 올바른 마음가짐과 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옛날에도 지금도 도깨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무섭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한 미스터리한 존재로 남아 있다.
참고문헌
1) 이영희. (2018). 강준영 동화의 도깨비 이야기 수용양상 연구-<열두 고개의 도깨비를 중심으로-(석사학위). 단국대학교</span>
2) 이부영. (2003). ‘도깨비’의 심리학적측면과 상징성-C.G. Jung의 분석심리학적 입장에서-. 한국학논집. 개교 50주년 기념 특집호: 도깨비와 귀신.
3) 한국민속대백과사전 [Website]. URL: https://folkency.nfm.go.kr/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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