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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정은 ]


 

우리는 때때로 이겨내지 못할 시련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절대 넘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벽은 우리를 좌절과 실패로, 어두컴컴한 긴 터널 속으로 안내한다. 현대인들의 대부분은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으며, 이는 매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하루에 평균 약 42명의 사람들이 정신과적 문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삶과 죽음 두 갈림길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인 당신을 위해 우리 함께 포도밭을 가꾸어보자. 지금 당신의 뇌리를 스치는 의문, 포도밭을 가꾸는 일이 삶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포도밭 가꾸기 chapther 1, 날씨


식물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날씨는 이번 해의 포도 수확량을 좌지우지한다. 포도밭에는 때때로 비가 내릴 수도, 우박이 내릴 수도, 폭설이 내릴 수도, 폭풍이 들이쳐 포도나무가 몽땅 뽑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폭우도, 폭설도, 폭풍도 영원하지 않다. 반대로 햇빛이 쨍쨍한 날도, 바람이 선선히 부는 날도,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도 영원하지 않다. 포도는 이러한 모든 역경을 거치고서야 수확의 시기를 맞는다. 실제로 과일을 재배하는 농부들에 따르면 변덕스러운 날씨를 단단하게 견딘 과일들이 더욱 높은 당도를 낸다고 한다. 

 

영원하지 않다는 말은 슬프다. 삶과 사랑, 우정 등 인생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를 불안감에 휩싸이게 한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수확을 기다리며 견뎌낼 수 있다. 변덕스러운 날씨는 포도를 더욱 달게 만들 듯이, 영원하지 않은 것들에서 닥쳐오는 것들은 인생을 가득 채운다. 비가 내리는 마음,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마음, 소용돌이가 치는 마음도 영원하지 않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과 지금 내가 보내는 아름답게 행복한 순간들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포도밭 가꾸기 chater 2, 긍정적 확증편향


확증편향은 자신의 안정을 위해 원하는 정보만 취하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심리를 말한다. 예를 들어 확신을 가지고 구매한 주식에 대해 누군가가 이익을 볼 수 없는 주식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확증편향의 정의는 이성적 사고를 마비 시키는 부정적 심리이론으로 느껴진다. 

 

물론 중대한 일에 강한 확증편향으로 일을 처리해버린다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급격히 높아진다. 정치인들이 자기성찰적 태도 없이 “체리만 집어 먹기”와 같은 태도로 정책결정에 자신의 확증편향을 적용한다면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일에 확증편향적 사고를 적용해본다면 어떨까? “체리만 집어 먹기”는 되려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포도밭을 가꾸는 도중 닥친 아주 거친 태풍에 포도나무가 몽땅 뽑혀나가버린 상황에서 이성적 판단은 ‘태풍에 뽑혀나갈 만큼 내가 나무를 얕게 심었나?’, ‘너무 평지라 태풍의 영향이 컸던 것인가?’, ‘그렇다면 다시 태풍을 막아줄 산이 있는 곳에 포도나무를 깊게 심어야 하나?’ 등의 사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풍 앞에 뽑혀버린 포도나무에는 그 어떤 원인과 해결책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태풍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확증편향을 통해 실패 속에서 자그마한 긍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인생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힘이다. 이를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한다. 확증편향은 과거 실패 속 자기안정을 위해 기억해둔 긍정적 기억을 실패 상황에 적용하게 만든다. ‘예전에도 포도나무가 홍수에 다 떠내려가서 홍수가 안 날만한 곳에 다시 포도나무를 심었지만, 결국 그것도 뽑혀나갔잖아.’, ‘날씨 앞에는 어쩔 수 없지.’와 같이 확증편향적 사고를 긍정적으로 활용한다면 실패의 충격에서 보다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또한 자신을 탓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믿는 자기효능감, 즉 자존감을 상승시키거나 보호할 수 있다.

 



포도밭 가꾸기 chapter 3, 즐기세요!


포도의 수확량만 보고 포도밭을 가꾼다면 포도밭을 가꾸는 일은 정말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우리는 포도가 얼마나 수확될지, 포도 한 송이의 가격이 얼마에 책정될지를 보고 포도밭을 가꾸는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지나갈 뿐인 변덕스러운 날씨를 때로는 견디며, 즐기며 사계절을 흘려보낸 후 빼꼼히 고개를 내민 포도꽃을 감상하고, 송이송이 열린 포도알의 맛을 음미해야 한다. 때로는 꽃이 피지도 않았고 열매가 맺히지도 않은 포도나무임에도 나무 밑 그늘에서 낮잠을 즐기고, 다음 해를 준비하며 가지도 치고, 포도밭 너머의 풍경도 감상해가며 우리는 천천히 포도밭을 가꾸어야 한다. 

 

너무나 지쳐 다시는 일어서고 싶지 않을 때, 눈을 감고 누워 포도밭을 가꾸는 상상을 해보면 어떨까? 아니면 “진짜” 포도밭을 가꾸러 떠나보아도 좋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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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5 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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