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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윤재현 ]


영화 <베테랑>의 조태오, 드라마 <이재, 곧 죽습니다>의 박태우,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원상아, 드라마 <보이스>의 모태구. 이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들은 부잣집 혹은 재벌가의 자녀들로서 범죄를 저질렀지만 죄책감이 없는 악역이라는 점이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캐릭터들이 존재할까요?




미국의 신조어


약 10 년 전부터 미국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어로 ‘부자병’이라고 불리는 ‘어플루엔자(Affluenza)’ 입니다. 이는 ‘풍요로움 (Affluence)’과 ‘유행성 독감 (influenza)’을 뜻하는 용어의 합성어입니다. 이 병은 가진 게 많을 수록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되며, 이로 인해 삶에 대한 무력감과 감정 통제 불능 같은 증상을 초래합니다. 처음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은 사실 1997년 미국 한 다큐멘터리 방송이었습니다. 이후 다큐 제작자와 교수들이 책에서 사용하며 정의가 내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2013년에 일어난 이선 카우치 사건으로 인해 대충들에게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사례: 이선 카우치 (Ethan Couch)


2013년 6월, 미국 텍사스 주에 사는 16살 이선 카우치는 마트에서 훔친 술을 마신 후 아버지의 트럭을 몰고정차 중 이던 SUV차량을 들이받았습니다이 사고로 SUV 차량 운전자인 브레나 미첼를 포함해 총 4명이 사망하였고그의 친구 또한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당시 그는 알코올 농도가 0.24로 만취 상태였으며시속 60km 제한 속도가 있는 고속도로에서 두배에 가까운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습니다처음 체포되었을 때 검사 측에서는 카우치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할 것을 주장했습니다그러나 그의 변호사는 그가 너무 부자여서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어서 이런 일을 발생했다라는 황당한 변호로 선처를 호소하였습니다나아가 변호사측 증인인 심리학자 딕 밀러는 카우치가 부자병을 지닌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무죄라는 주장에 뒷받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카우치에게 10년간의 보호관찰과 재활 치료를 명령했습니다법원 판결 후에도 카우치는 판결을 어기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영상이 SNS에 올라오는 등 반성의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SNS 동영상이 점차 문제가 되자그는 부모와 함께 멕시코로 도주했습니다도피 생활 중카우치는 피자 배달 주문을 위해 휴대폰을 사용했고이때문에 그와 그의 부모는 멕시코 이민당국에 체포되었습니다.



과연 오직 그의 잘못일까? 부모의 양육이 영향을 미쳤던 것 일까?


카우치는 13세부터 친구에게 협박하고 술을 마시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였습니다. 이번 교통 사고 이전에도 트럭에서 알몸 상태로 14살 여자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경찰에게 발각되어 보호관찰, 알코올 치료 및 12시간 사회봉사 활동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한다면 그의 본성이 악해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카우치의 가정 환경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풍요롭게 지낸 그의 경제적 배경 환경 외에도 그의 정서적 환경이 더 큰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많은 학자들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카우치의 어머니는 약물중독자이며, 아버지는 폭력을 일삼는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총 20여 건의 전과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게다가 부부는 카우치가 어린 시절부터 항상 싸움이 잦아 2006년 한 차례 이혼하였다가 다시 재결합한 경력이 있었습니다. 

 

양육 방식과 자녀의 성향을 연구한 다이아나 바움린드의 이론을 바탕으로 카우치의 부모를 평가하면, 그들은 허용적인 부모 (Permissive Parenting)와 방임적인 부모 (Uninvolved Parenting)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용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자녀들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할 확률이 높아져 타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방임적인 부모는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자녀가 불안정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며 방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두가지 양육 방식의 극단적인 사례가 이선 카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는 촉법소년(만 14세가 되지 않은 소년범) 범죄에 관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물론 이선 카우치 사례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선 카우치도 교통사고 이전에 촉법소년 또는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약한 처벌을 받은 이력이 있으며, 경미한 처벌에도 불구하고 교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의 촉법소년 범죄 조항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만약 카우치가 이전 범죄에서 정당한 처벌로 교화 되었다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요? 사회는 부모의 양육 방식에 직접 개입할 수 없지만, 범죄를 예방하고 아이들을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교육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항상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출처]

4) Muraco, J. A., Ruiz, W., Laff, R., Thompson, R., & Lang, D. (n.d.). Baumrind’s Parenting Styles. Lowa state university. https://iastate.pressbooks.pub/parentingfamilydiversity/chapter/chapter-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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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15 15: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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