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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조절 장애를 앓고 있습니다” :칭찬의 덫에 걸린 인정 중독자 ② - 인정욕구와 사회적 압력: 분노조절장애의 이면
  • 기사등록 2024-10-14 20: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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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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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들 어서 나를 우러러 보세요"



QUESTION :

 몇 년 전 대한민국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한항공의, 일명 ‘땅콩 회항 사건’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이번에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사건, 보복 운전 관련 폭행 사건 등 SNS를 비롯한 각종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는, 우리가 흔히 '갑질'이라고 부르곤 하는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지막으로 이 사건들이 사실은 ‘인정 중독’의 사례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가?

 

 타인에게 존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일종의 '중독'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행위를 하는 일명 ‘갑질러’들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는 것은, 

 분명 앞으로의 유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과도한 인정 욕구가 불러오는 치명적 결과’라고 쓰고 ‘갑질’이라 말한다



'갑질'이란 서비스업 종사자들로부터 기대보다 못한 대접을 받은 것에 대하여 과도한 분노를 표출하는 행위를 일컫는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두고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그런 현상들이 발생하는 까닭은 '현대인들이 분노를 조절하는 것에 있어 큰 어려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현대인들은 분노를 조절하기를 어려워하는 것일까?

 

타인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적응 능력, 다시 말해 생존 적합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가 되어 준다. 이러한 인식은 주로 타인을 통해, 존중이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인정 욕구가 증가하게 되어 과거와 동일 수준의 존중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려워지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점차 더 높은 수준의 존중을 기대하고 바라게 된다. 따라서 일상적인 수준의 사과, 혹은 감사의 표시에는 오히려 실망감을 느끼거나, 심지어는 상대방에게 무시당했다는 느낌마저 받게 된다. 결국 이러한 실망감을 보상받으려는 동기는 분노로 표출되는 최악의 결과를 낳고야 만다.

 

위와 같은 반응들은 약물 중독에서 발생하는 금단 현상과 몹시 유사한 생물학적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약물 중독이 심해질수록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양의 약물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것처럼, 인정 중독이 심해질수록 자신의 지위를 확인시켜줄 수 있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만족감을 유지하기 위한 이전보다 훨씬 더 높은 강도의 칭찬과 존경심 등을 기대하거나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인정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나타나는 분노 반응’이란, 지나치게 타인의 인정을 갈망하는 ‘인정 중독’의 또 다른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압력, 그리고 인정 욕구의 폭발

 


타인의 비난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이를 회피하려는 태도 또한 인정 욕구의 또 다른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가치 계산 과정에 있어 한쪽으로 과도하게 치우치는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 언제나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갈등 없이 잘 지내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생각 역시, 지나칠 경우에는 인정 중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극단적인 인정 욕구는 결국,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불편함을 가져오게 된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의 손상으로 인해 사회적 압력의 영향을 조절하는 능력을 잃게 된 경우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회관계 속에서 타인에게 인정받고픈 욕구가 지나치게 강할 경우에는 유사한 행동 편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복내측 전전두피질이 선택을 위해 가치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압력에 불응할 경우에 초래하게 될 부정적 결과를 과하게 추정하게 되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을 실패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선택’은 사회적 압력을 따르는 방향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만일, 사회적 압력을 따르는 선택에 대한 결과가 개인적인 차원에 국한된다면, 이 문제는 단순히 한 개인의 적응적 실패로 끝나게 될 뿐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가 보다 높은 차원에서 존재하는 사회적 및 윤리적 가치와 상충하게 된다면 이 경우, 사회적 동조가 불러일으키는 부정적인 결과가 훨씬 더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 직관적이고 충동적으로 유발되는 지나친 인정 욕구는, 자신의 선택이 만들어낼 결과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분석적으로도, 합리적으로도 볼 수 없게 만들곤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의도치 않게 비윤리적인 행동마저 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듯, 평범한 주변 이웃들이 어느 날 갑자기 반인륜적이고 악독한 범죄 행위로 내몰리는 경우의 이면에는, 주변인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회적 압력을 따르려는 인정 욕구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1) 김학진. (2017).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 도서출판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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