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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학신문=강승현 ]



부드럽고 폭신한 인형을 안고 자면 잠이 더 솔솔 오는 기분은 왜일까?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폭신폭신한 촉감을 떠올리면 대개 어린 시절 좋아했던 애착 인형, 햇볕에 말린 따듯한 이불, 키우는 반려동물의 꼬순내 나는 털처럼 긍정적인 상상을 하게 된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부드러운 인형이나 털을 쓰다듬으면 진정되는 기분이 든다. 반면 꺼끌꺼끌한 거스러미, 푸석푸석한 피부, 끈적끈적한 손에 묻은 풀을 생각하면 찝찝하고 불쾌한 기분이 든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특정한 촉감을 좋아하는 것일까? 


촉각이란, 로렌스(Lawrence K)의 정의에 의하면 ‘피부에 작용하는 접촉 감각, 압각, 마찰 감각, 중량감 및 충돌 감각 등의 역학적 자극을 감지하는 기능’이고, 촉감이란 이러한 촉감을 토대로 한 인간의 정서적 촉각 감성 표현을 뜻한다. 역학적 자극을 감지한 후에 정서적 촉각 감성표현을 통해 부드러움, 딱딱함, 부피감, 탄력성, 온도감 등을 느낀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중 다른 감각에 비해 촉각의 중요성이 덜 인식 되는데, 이는 촉각이 다른 감각과 무의식중에 통합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슬로(AbrahamHarold Maslow)에 의하면 촉각은 인간의 안전 욕구와 쾌락 욕구라는 기본적인 부분에 공헌하는 감각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촉감이 있는 것과, 싫어하는 촉감이 있는 것도 뇌에서 촉각을 인간이 느끼는 촉감으로 발현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이므로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다. 


촉감의 수용체는 인체의 피부에 전반적으로 있지만, 신체 부위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1940년에 활동한 캐나다 출신 과학자 와일더 펜필드(Wilder Penfield)는 신체 부위가 느끼는 자극의 양에 비례한 신체 크기를 가상의 인체인 호문쿨루스로 그렸다. 


정상적인 인체 비율에 비해 월등하게 크게 표현된 손과 입술은 그만큼 손과 입술이 얼마나 예민한 감각을 가졌는지 알려준다. 그다음으로 귀, 코, 눈 순으로 크게 표현되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이 다양하고 세밀한 감각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유아와 손을 이용한 촉감 놀이를 하는 것도 손에 있는 감각을 활용하여 다양한 촉감 경험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과 정서발달에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함이다. 


촉감은 크게 능동적, 수동적, 시각적 촉감으로 나눌 수 있다. 능동적으로 물체를 만지며 느끼고, 움직임 없이 자극당하고, 이미 느껴봤던 촉각을 토대로 만지지 않아도 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뜻한다. 능동적 촉감의 관심 대상은 누르고, 문지르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있는 물체이고, 수동적 촉감의 관심 대상은 수동적으로 접촉하게 되어 느껴지는 감각이다. 시각적 촉감은 주로 물체의 질감이나 생김새를 보고 과거에 느꼈던 촉감의 경험을 떠올리는 것이기 때문에 외관이 주요 관심 대상이다. 촉감에서 흥미를 느끼는 방법은 손으로 누르고 비틀고 문지르는 등 적극적으로 물체를 만졌을 때 더 효과가 있다. 


‘부드러움’과 ‘푹신함’은 촉감의 흥미를 유도하고 만족감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촉감은 영아기 때부터 정서적 안정감을 발달시키고,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기능을 한다. 할로우(Harlow, H.F.)는 젖병을 옆에 둔 철제 모형의 원숭이와, 부드러운 감촉의 원숭이 모형을 이용하여 애착 형성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아기 원숭이는 초반에는 젖병을 옆에 둔 철제 모형의 원숭이 곁에 있었으나, 불안정감을 느끼게 되자 젖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감촉의 원숭이를 선택했다. 이처럼 우리도 본능적으로 부드러운 감촉에 의지하게 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 시절 부드러운 인형을 안고 자는 등의 긍정적인 촉감의 경험들은 성인이 된 후에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능적으로 부드러운 촉감을 찾도록 정신적인 쉼터가 되어준다.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부드러운 인형을 쓰다듬어보고, 푹신한 베개를 베고, 포근한 이불을 덮어보자. 긍정적인 촉감들이 지친 하루를 위로해 줄 것이다. 




출처 

1) 이주현,「촉감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장신구 디자인 연구」, 홍익대학교, 금속조형디자인과,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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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4-10-29 14: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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